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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박심’ 흔든 크라우드펀딩, 창조경제 새돌파구 될까

박근혜표 ‘십시일반 국민투자’ 시동…중소·벤처기업 실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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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8.05 12:17:41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 총수·CEO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대화하며 함께 웃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17명이 참석해 박 대통령과 ‘창조경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중소·벤처 기업이 은행권 도움 없이 투자자를 상대로 직접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시행령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플랜이 탄력을 받고 있다.

때마침 한진그룹이 주도하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달 문을 열면서 전국 17개 시도에 혁신센터가 완료됐다. 창조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크라우드펀딩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청와대 직접 나서 법안 챙겨…안전책 관건
대기업 자본 의존 한계, 국민 투자로 극복
상식 깬 금융혁명, 창조경제 2라운드 개막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전국혁신센터와 크라우드펀딩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혁신센터가 대기업 중심의 지원 거점이라면, 크라우드는 자금줄이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중소 사업자가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관련 법안이 통과돼 올 연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마디로 대기업은 혁신센터를 통해 기술력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프로젝트 비용은 사실상 국민주주 형태의 투자를 받는다는 양날개 구상이다. 

이를 실현코자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전국 각지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건립해 왔다. 최근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혁신센터 설치를 완료했다.

박근혜표 창조경제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의 연계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2012년 당시 여당의 핵심 경제공약으로 공표됐다. 창조경제는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John Howkins)가 2001년 펴낸 책 <The 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그는 책에서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창조경제는 지역인재 육성, 창업·벤처기업 지원,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3대 목표로 구체화 됐는데, 정부는 지역기반이 뚜렷한 대기업들을 끌어들였다. 삼성은 대구, 현대차는 광주를 맡는 식이다. 뿌리 깊은 지역정서를 창조경제에 접붙여 한국형모델을 만들었다.

이 결과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전국 각지에 혁신센터가 건립됐다. 대구·경북은 삼성이, 광주는 현대차그룹이,  LG는 충북,  KT는 경기, 두산은 경남, 롯데는 부산, 효성은 전북, SK는 대전, 한화는 충남, GS는 전남, CJ는 서울, 한진은 인천, 현대중공업은 울산, 네이버는 강원, 다음카카오는 제주에 각각 거점을 마련했다. 

기업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유통기업 롯데는 영화 메카 부산과 유통인프라 구축에, 충북에 9개 공장을 두고 있는 LG는 IT·바이오·에너지 산업을 이 지역에 이식하는 중이다.

특히 기업들은 각자 전문분야의 노하우로 중소·벤처들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을 지원하고, 해당 기업의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IT와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성을 살려 수십개 신생벤처기업을 센터에 입주시켜 맨투맨 식으로 기술력을 전하고 있다. LG는 혁신센터 내 온라인 전용창구인 ‘IP(특허 등 지식재산) 서포트존’을 통해 보유 특허 5만여 건을 중소·벤처기업들에 개방하고 있다.

현대차는 산학연 공동 개발, 벤처 발굴․육성 등을 통해 완성차 기술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세종과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15곳의 출범식에 참석해 창조경제 확산 및 정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달 24일에는 청와대에 재계 총수들을 전부 불러놓고 창조경제에 대해 2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17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은 시종일관 기업들이 창조경제 구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고, 재계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육성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한 업체의 크라우딩펀딩 소개 화면. 플랫폼(중개) 업체가 중소·벤처기업 상품을 게시하면 투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투자하는 시스템이다.

혁신센터+크라우드펀딩, 창조경제 양날개

문제는 자금력이다. 혁신센터 1곳당 지원되는 정부 예산은 평균 28억원(18억원 국비, 10억원 지방비). 이 정도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삼성의 대구혁신센터가 실시한 지난해 연말 실시한 ‘벤처공모전’에서의 경쟁률은 207대 1에 이르렀다. 그만큼 지원을 바라는 중소기업은 많고 자금은 부족하다. 

대기업들은 산업 펀드 등을 조성해 충당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현대차가 책정한 광주센터의 총 사업예산은 1755억원에 이르는데, 광주시와 함께 마련한 시드머니는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SK그룹은 중소기업청 등과 공동으로 300억원 규모의 SK-KNET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지만 성공여부도 불투명한데다 이 정도로는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주주들의 반발 등 넘어야할 산이 많아 대기업이 임의대로 자금을 집행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자칫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난제는 지적 자산 공유 문제다. 창조경제 플랜은 대기업이 지역 인재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 육성하자는 취지다.

대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흡수하면서 자연스레 중소기업의 창의적 아이템을 공유하게 되는데 이는 중소기업이 자본으로부터 기술력과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재벌에 대한 의존이 커질수록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특성상 실익을 거두지 못하면 주주들로부터 배임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지나치게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창조경제플랜이 이런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서 박근혜 정부는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과 사모펀드 활성화를 서둘러온 것이다.

청와대 모 정무수석은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여당 원내지도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법안이니까, 꼭 처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국회법 개정 사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여당은 지난달 6일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가결했다. 그만큼 ‘창조경제 패키지’로써 크라우드펀딩이 절실했던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에 문을 연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기업들이 지역을 나눠 혁신센터를 책임지고 있는데, 재벌의존도가 높다보니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시행령에 따르면 앞으로는 신기술 개발과 문화사업 프로젝트 등을 할 경우에는 기업이 설립된 지 7년을 넘어도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 현재는 7년 이하 기업들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사모펀드(PEF) 설립요건도 상당히 완화됐다.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으며, 등록 요건도 자기자본 20억원으로 낮아진다. 등록을 위한 전문인력은 최소 3인으로 완화됐다. 당국에 제출하는 각종 보고사항도 대폭 줄었다.

“재벌중심 창조경제 극복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위험성이 높은 창업·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 또한 이런 점에서 투자자의 전문성, 위험감수능력 등에 따라 투자 한도를 차등화 했다.

일반투자자의 경우 1개 기업 당 200만원, 연간 500만원의 투자한도를 정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등 소득요건을 구비한 투자자는 1개 기업에 1000만원, 연간 20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다. 해당기업은 1년간 7억원까지만 크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활성화된 금융기법이다. 세계금융의 중심인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됐다.

2008년 출범한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회사인 ‘킥스타터’는 지난해 평범한 한 시민이 고안한 쿨리스트 쿨러(Coolest Cooler)라는 다기능 아이스박스를 내놓고 1330만 달러(한화 약154억원)를 펀딩시켰다. 당초 목표는 5만 달러였다. 이 아이스박스는 대박을 냈다.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자 공중파TV에서도 중소기업과 소액투자자를 잇는 펀딩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KBS1TV ‘황금의 펜타곤 시즌3’ 캡쳐)

국내에서도 제도 도입 이전부터 음으로양으로 중소기업이 소액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윈윈한 사례가 많다.

강원도 태백에서 24가구 규모의 빌라를 짓다 자금난을 겪던 한 건축주는 공사 중단 위기에서 부동산(빌라)을 담보로 크라우드펀딩 업체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펀딩 개시 30분 만에 30여명의 투자자들에게 10억원의 자금을 연18%의 이자로 펀딩 받아 빌라를 완공할 수 있었다.

은행문턱을 넘기 힘든 중소기업들도 인터넷 P2P대출(일종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2억원씩 긴급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은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정도 씩을 십시일반으로 투자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라 사업성공 비율이 정확히 집계되진 않고 있지만 일단 대출은 대부분 성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KBS ‘황금의 펜타곤’에 크라우드펀딩 전문가로 출연 중인 강명재 경영학 박사(펀딩포유 대표이사)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갖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국민들이 직접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라우드펀딩은) 금융혁명으로까지 불린다”며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창조경제 시스템을 중소벤처 위주로 바꿀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으며, 중소혁신기업이 대기업과 은행이 아닌 사실상 국민들(소액투자자)로부터 직접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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