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대형마트, 반려동물→물품 분류
유통 빅3 애견보관함, 무더위에 무방비
매장 동물판매 급증…관련법 정비 시급
CNB가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빅3 대형마트들의 일부 지점을 둘러본 결과, 반려동물 1마리당 보관공간(애견보관함)은 마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17인치(대각선43센티) 모니터 크기 만한 사각형 철제물이었다.
문제는 이 공간이 일반적인 물품보관함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철제구조물 특성상 환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열에 취약해 특히 여름철이 문제다.
명칭도 보호소, 대기소 등이 아닌 보관함이다. 물건을 맡겨두는 곳이란 의미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애견보관함’, 이마트는 ‘애견쉼터’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그나마 ‘쉼터’라고 표기한 이마트도 안내문에는 ‘보관함 이용안내’라고 표기해 두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 ‘서울 메트로 상식’이라는 제목의 홍보물에서 지하철에 가지고 탈 수 없는 물품을 규정하면서 동물을 ‘물품’으로 분류했다.
반려동물 보호단체인 케어(care·구 동물사랑실천협회) 게시판과 SNS 등에는 애견보관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보관함이 주로 마트 정문 출입구에 위치해 있다 보니 외부의 무더운 공기 유입으로 냉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트위터 상에는 “작은 공간에 갇혀 있는 강아지들을 보면 측은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엄청 짖고 있는데, 애견과 보는 사람 모두가 스트레스다” 등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구의 한 소비자는 “낮기온이 37~38도에 이르러 보관함 온도가 족히 50도는 될 듯 한데도 마트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했다.
견공을 동반하고 쇼핑에 나선 소비자들의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나영 간사는 CNB와 통화에서 “좁은 공간에 동물을 가둬두는 열악한 보관함을 설치한 대형마트들도 문제지만, 반려동물을 다루는 시민들의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과도한 조명과 좁은 사육장, 부실한 먹이·물 공급, 사람의 접근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문제로 꼽는다.
박 간사는 “동물들이 원래 살았던 환경과 전혀 다른 곳에 갇혀 상품으로 전시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동물들의) 고통은 엄청나다. 외국에서는 대형마트의 동물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데, 우리나라로 조속히 금지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대형마트 동물판매를 금지하자는 서명운동이 지난달부터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동물보호법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대형마트를 규제하자는 법안 발의는 없다.
하지만 아직 대형마트의 동물판매나 애견보관함을 문제 삼는 법규정이나 개정안은 없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7조에는 동물학대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마트의 동물판매나 물품보관함 운용을 동물학대로 보긴 어렵다. 현행법은 도구·약물을 사용하여 동물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등에 대해서만 규제하며, 그나마 최고 처분이 과태료 50만원에 불과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8%인 350만여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2012년 약 21만 마리에서 지난해 약 88만 마리로 급격히 늘고 있어 우리도 선진국 수준의 동물생명·복지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