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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거침없는 엘리엇, 막판까지 ‘뉴 삼성물산’ 흔들까

재벌가 편법상속 물고 늘어질 가능성… 국제법원에 소송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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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7.23 15:42: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왼쪽),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가운데),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맨 오른쪽)의 최근 모습.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삼성가(家)의 편법적인 경영승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펴며 끝까지 ‘뉴 삼성물산(가칭)’을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여러 고비를 넘기며 겨우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이뤄낸 ‘뉴 삼성물산’이 복병을 만났다. 지난 17일 합병 결의 주총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언저리까지 내려온 것.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를 합쳐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수청구가 들어오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어 삼성은 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삼성물산 합병 ‘마지막 고비’ 매수청구권
엘리엇, 보유주식 전량 던져도 합병 유효
국제법원서 편법상속 구실로 실익 추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통과된 뒤 양사의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합병 주주총회가 열렸던 지난 17일 10.39% 내려앉은 삼성물산 주식은 다음 거래일인 20일는 3.38%, 21일에는 1.33% 떨어졌다. 22일 살짝 반등한 뒤 다음날 다시 주저앉았다. 합병 전날 6만9300원이었던 주가는 5만9100원(23일 종가기준)으로 15% 넘게 추락했다.

합병 전날 19만4000원이었던 제일모직 주가도 주총일부터 연속 하락해 17만2500원(23일 종가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앉으면서 그동안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마지막 반격카드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지에 시선이 쏠린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매수청구 마감은 내달 6일까지다. 양사의 합병 계약서에 따르면 양사를 합쳐 1조5000억원 이상이 매수청구 되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삼성물산 5만7234원, 제일모직 15만6493원이다. 17만원대를 지키고 있는 제일모직은 행사 가격보다 월등히 높아 주주들이 주식을 던질(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얘기가 다르다. 5만9000원대까지 내려와 행사가격에 근접한 상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주주들의 매수청구권 행사로 없던 일이 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주가 하락이 원인이 됐다. 합병발표 이후 주가가 계속 추락해 행사가격 보다 낮아지자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직접 회사주식을 사들이고, 삼성중공업이 자사주 2886억원 어치를 매입하는 등 두 회사는 일제히 주가부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주주들은 1조6298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청구했고 양사는 손을 들었다.

당시 합병 무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은 국민연금이다. 삼성중공업 지분 5.91%,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6.59%를 가진 국민연금은 지분 전량을 매수해줄 것을 요구, 합병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주가 폭락→합병 무산’ 가능성 낮아 

이번 삼성물산 합병의 경우, 엘리엇이 가장 난제다. 그동안 삼성과 엘리엇은 피말리는 일전일퇴를 거듭해왔다.

엘리엇은 양사의 합병비율을 문제 삼아 ‘합병주총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을 냈다. 한편으론 삼성물산이 백기사로 나선 KCC에게 주총 의결권을 주기 위해 자사주 지분 5.96%를 매각한 것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합병발표 시점의 주가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현행법을 들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은 법적 문제가 해결되자 직원들이 개미주주들까지 맨투맨으로 만나 설득하는 등 찬성표 확보에 총력전을 폈다. 이번 합병이 장기 투병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뒤를 이어 3세들이 그룹을 분할 경영하는 ‘3분(分) 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사활을 걸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등 주력 부문을, 장녀 이부진(45) 사장이 유통·레저·서비스 부문을, 차녀 이서현(42) 사장이 패션·미디어 부문을 맡는 삼각구도로 사업재편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해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과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제일모직과의 합병은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었다.

삼성물산은 지난 17일 주총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 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이로써 엘리엇의 합병 저지 시도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주가폭락으로 엘리엇은 다시 기회를 잡게 됐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2%인 1112만5927주를 갖고 있다. 전량을 매수청구할 경우 삼성 측은 6370억원에 엘리엇 지분을 사야 한다.

합병이 무산되려면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수청구가 들어와야 하는데 엘리엇의 청구금액은 이 기준에 한참 모자란다. 그렇더라도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매수청구권은 주총에서 반대의사를 밝힌 주주가 행사할 수 있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11.21%)을 비롯, 합병에 찬성한 69.53%의 주주는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나머지 약30%의 주주가 청구권행사에 나서면 1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폴 싱어 회장(왼쪽)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지난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됐지만 양측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이 국제중재법원에서 다시 맞붙을지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끝까지 흔들면 삼성家 도덕성 치명타

그렇더라도 엘리엇이 선뜻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매수청구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지 못한 상태에서 엘리엇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합병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엘리엇만 손해를 보고 주식을 처분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삼성물산 주식 약 773만주(4.95%)를 가지고 있었던 엘리엇은 합병 결의가 발표된 뒤인 6월3일 339만주를 추가 매수해 지분을 7.12%로 늘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엘리엇은 약2157억원을 투자해 339만주를 6만3560원에 매입했다. 기존 보유주식의 정확한 매수가격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6만3560원에 사들인 339만주를 5만7234원(매수청구행사가)에 처분할 경우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 경우가 엘리엇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한국 대기업을 쥐고 흔들다 피해를 보고 물러난 최초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도 이런 점에서 엘리엇이 매수청구권을 행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간 투자행태로 볼 때 손해 보고 떠날 엘리엇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했다.

엘리엇은 죽은 동물을 뜯어 먹고 사는 ‘독수리(벌처·Vulture)’라는 악명을 얻을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무자비한 헤지펀드로 알려져 있다. 과거 중남미 국가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국제원조기금을 압류해 수십배 이윤을 챙기는 ‘알박기’ 수법으로 유명세를 탔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은 뉴삼성물산(합병회사) 발행주식 1%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청구권을 행사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 가능성이 있다”며 “위험부담이 큰 매수청구 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견인한 뒤, 삼성 측에 주식을 팔거나 장내에서 소리소문 없이 매도하고 차익을 챙겨 자기나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승소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엘리엇이 투자자와 국가 간 소송(ISD)을 통해 합병시점의 주가만을 합병기준으로 삼는 국내법에 시비를 걸거나, KCC에 자사주를 매각해 의결권을 준 행위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승소 여부에 관계없이 삼성으로서는 경영승계 과정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엘리엇이 1회성카드인 ‘매수청구’ 보다는 재벌가의 편법적 상속을 끈질기게 문제 삼아 실익을 취할 것이란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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