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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짜 사장단’이 전면에 나서라

한국경제 ‘시계제로’…재계 총수들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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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7.21 10:02:08

(CNB=도기천 정경부장) 대기업들이 국내외 실적 부진과 메르스 여파, 그리스 악재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8·15 사면’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CJ, SK 등 총수 공백으로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일부 대기업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최태원 회장이 2013년 1월 구속된 후 사실상 ‘경영시계’가 멈춘 SK그룹은 이번 사면에 거는 기대가 가장 크다.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은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 정지 상태인 이재현 CJ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도 사면이 절실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각종 투자와 사업추진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던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데는 악화된 국내외 경기 상황이 작용했다.

SK하이닉스,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수출기업들은 달러·엔화 약세 기조 여파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6조9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3·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못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만도 2조~3조원의 적자로 ‘어닝 쇼크’ 상태다.

정유업계도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른 원유가 하락으로 앞날이 어둡다. 메르스로 직격탄을 맞은 내수는 좀체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스 사태와 심상찮은 중국 경제도 현재진행형이다.

전경련 30대그룹 사장단회의 ‘2% 유감’

이번 사면은 지난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30대 그룹 사장단의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성명’에 대한 화답으로 읽힌다. 주요 기업 사장들이 이례적으로 함께 ‘성명’을 낸 건 사실상 집단행동에 가깝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사령탑 없는 경제 개혁은 쉽지 않다”며 경제난 극복에 앞장 설테니 실질적 투자를 결정할 위치에 있는 총수들을 복귀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다. 이날 30대그룹의 공동성명은 그룹 총수가 아닌 전문CEO들이 주도했다. 삼성 이인용 사장, 현대차 공영운 부사장, SK 김영태 사장, 롯데 황각규 사장, GS 정택근 사장 등이다.

이들보다 한 급수 낮은 ‘임원’이 참석한 기업도 5곳이나 됐다. LG 조갑호 전무, 현대중공업 조영철 전무, LS 도석구 부사장, 한진중공업 김진수 실장, 종근당 김규돈 부사장이었다.

한국 재벌기업의 특성상 이들이 결정권을 행사하진 않는다. 우리나라 대부분 대기업들은 창업주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총수 일가가 대를 이어 경영지배하고 있다. 최근 세간의 관심을 모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SK C&C-(주)SK 합병처럼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는 흔한 일이 돼 가고 있다.

따라서 총수의 부재는 곧 실질적 투자를 결정할 사령탑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들의 사면이 더 절실한 것이다.

‘사장(社長)’은 단어 뜻대로 해석하면 ‘회사의 수장(首長)’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사장(총수)’이 한 발짝 더 전면에 나서야 한다.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실질적인 오너들이 나서지 않은 데는 고도의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다. 선장(총수)이 선장을 구명해 달라고 하는 것보단 선원들이 “선장을 돌려줘”라고 외치는 게 모양새가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형식과 명분을 따지기에는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이 너무 암울하다. 총수들이 직접 ‘경제 구하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일 때다.

정치권도 이번 경제인 사면의 폭을 최대한 넓혀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한하는 대통령 특별사면 뿐 아니라 재판 중인 총수에게는 일반사면을 시행하기 바란다. ‘재벌 봐주기’라는 비난이 일더라도 일자리창출과 투자가 더 급하다. 정부와 국회, 재계가 다함께 대승적 결단을 내릴 때다.

(CNB=도기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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