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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추경예산에 속타는 재계, 꿈쩍 않는 국회

30대그룹 총수들, 정부·국회 향한 ‘이유 있는 봉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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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7.14 11:25:31

▲재계가 정치권에 추경의 신속한 집행은 물론 강력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총수들의 최근 모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위쪽 왼편에서부터 시계방향)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관련해 연일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추경의 신속한 집행은 물론 강력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요구하는 경제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 등 글로벌 대형악재가 연달아 터지자 재계가 국회·정부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 하지만 여야 간 온도차가 큰 데다 정치권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어 7월 국회가 안개 속이다. (CNB=도기천 기자)

여야, 진영논리·계파분열…경제 ‘뒷전’
재계, 이전투구 정치권에 잇단 ‘초강수’
정부, 강건너 불구경…中·日과 대조적

국회는 13일 각 상임위원회를 가동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 극복을 위해 정부가 편성한 추경예산안 심의에 착수했다.
 
새누리당은 11조8000억원 규모인 정부 원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입 경정 예산, SOC 예산을 전액 삭감해 전체 규모를 6조2000억원 규모로 줄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새정연은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1조4377억원 규모의 SOC 사업예산 대부분이 메르스나 가뭄 피해대책과 무관하며, 영남(28%)과 강원(23%) 등 여당 지역구에 편중된 ‘선거용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SOC 예산은 일자리 창출과 민생을 위한 예산이며, 과거에도 추경에 편성된 사례들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국토부 또한 ‘SOC 사업 추경 국회심의 대비 대응논리’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이처럼 여야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정치권에 보다 강력한 경제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깊어지고 중국 증시가 무서운 속도로 폭락하는 등 불안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데 따른 것이다. 

유로존 국가들과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가 최악의 경우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우리 수출기업들의 유럽시장 손실이 불가피하다.

여기다 엔화·달러화 약세 기조가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해진 자동차·가전 등 국산 제품의 수출규모가 5개월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증시 이탈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최근 1년간 34~35%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 오다 지난달부터 32%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4월 예측한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추경예산이 제때 집행되지 않으면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내려갈 전망이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 기자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령탑 절실” 광복절 사면 요구

재계는 정부·국회를 향해 FTA(자유무역협정)와 다자간 협상을 통해 수출 기회를 확대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주요국 보호무역 확산에 적극 대응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환율 리스크 관리를 위한 환변동보험, 선물환거래 활성화, 해외 무역거래시 미결제 위험회피를 위한 수출금융지원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이 경쟁적으로 경기부양과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는데 비해 우리 정부만 너무 안일하게 사태를 보고 있다는 것. 재계는 최근 일주일에 한번 꼴로 간담회, 기자회견 등을 열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30대 그룹 사장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9일 한자리에 모여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등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주요 기업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함께 ‘성명’을 낸 건 사실상 집단행동에 가깝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추경예산의 조속한 통과, 각종 규제개혁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경제 살리기 분위기 마련에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수차례 경제활성화 및 규제완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음에도 여전히 여야 정쟁에 밀려 뒷전이 된 상황에서 추경예산 통과마저 지연될 경우, 글로벌 위기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나타낸 것이다.

재계는 또 기업인 사면이 지체되고 있는데 대한 불만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사령탑 없는 경제 개혁은 쉽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달라”며 “광복절 사면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경제단체가 뜻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달 25일에도 성명을 통해 경제활성화 정책을 서둘러 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전경련은 “우리경제는 단기적으로 환율,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른 수출쇼크 및 가계·기업심리 냉각에 따른 내수부진이 겹쳐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하반기 역시 미국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이 높아 과감한 경기활성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등 주요그룹 회장단 20여명도 지난달 22일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주최 모임에 참석해 신속한 추경예산 편성과 조기집행,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의 조속한 입법화,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노동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개혁 등 7대 정책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재계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연달아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 되고 있다. 여야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을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느라 경제살리기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연일 안일한 전망을 내놓자 재계가 직접 나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극심한 내홍에 겪고 있어 경제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극심한 대립 가운데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했고, 새정연은 친노계와 비노계로 나눠져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가운데)과 조국 교수 등 혁신위원들이 13일 당무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 분열에 경제 나락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위 등 정부기관들의 최근 행보는 경제계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낮췄지만 이는 그리스 사태가 안정되고 추경예산이 정부 원안대로 제 때 집행됐을 경우를 가정한 셈법이다.

한은은 메르스 사태로 인한 성장률 감소 폭을 0.3%, 가뭄 피해를 0.1%, 순수출 감소를 0.2%로 산정했다. 대신 추경이 0.3% 포인트를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또 올해 2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은 당초 예상했던 1.0%보다 크게 낮아진 0.4%로 추정했다.

한은의 계산대로라면 추경예산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성장률 전망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하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의 마크 월튼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2분기 성장률을 0.4%로 하향조정한 상황에서 연간 성장률을 2.8%로 예측한 것은 하반기에 큰 반등이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3, 4분기에 엄청난 호재가 생기지 않는 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당국이 시장상황을 낙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낸 ‘최근 우리 증시상황에 대한 판단’이라는 보고서에서 “그리스와 채권단 간에 진행중인 협의,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의지 등을 볼 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리 증시는 여전히 투자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환율 추이,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 중국 증시 급락 등 대외 요인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 달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것을 두고도 경제계에서는 불만이 일고 있다. 세계적인 통화팽창(금리인하) 추세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는 2분기 보다 3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향후 실적이 밝지 않은데도, 정부는 억지춘향이 식으로 각종 통계 수치를 끼워 맞춰 발표하고 있고, 야권은 추경예산마저 삭감하려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우리 정부·정치권의 안일한 태도와 달리 일본·중국 등 주변국들은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침체에 빠진 중국 증시에  2500억여 위안(약45조6천억원) ‘긴급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일본은 아베 일본 총리가 추진 중인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기불황의 늪에서 확실히 몸을 빼고 있다.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확대와 지속적인 엔저 전략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호조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정치권 내홍에 발목이 잡혀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 간의 극심한 대립 가운데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했고, 새정연은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계로 나눠 계파 분쟁이 극에 달하면서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경제살리기에 한목소리를 내기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정세현 시사평론가는 “여야가 추경예산 편성이 실제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지기보다, 계파·정당 간 유·불리 만을 따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인 만큼, 각종 경제개혁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 추경예산의 신속한 집행 등 우리경제가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정치권이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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