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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SK 자사주 소각 반대한 국민연금, 히든카드 꺼낼까

SK-SK C&C 합병에 주식매수청구권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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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7.02 15:28:03

▲지난달 26일 서울 서린동 SK 본사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조대식 사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SK는 SK C&C와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SK㈜와 SK C&C의 합병을 결의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국민연금의 속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이유는 최태원 SK회장 일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병을 주주권리 차원에서 견제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주식매수청구권을 거머쥐기 위한 ‘실리’도 작용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부터 꼼꼼히 따져봤다. 그랬더니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인가도 보였다. (CNB=도기천 기자)  

SK합병 마지막 변수 ‘주식매수청구’
자사주 소각 최태원 회장 ‘신의 한수’ 
기로에선 국민연금 “메뉴얼대로 의결”

국민연금은 지난달 26일 SK와 SK C&C의 합병여부를 묻는 주총에서 합병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SK와 SK C&C 지분율은 각각 7.8%와 7.9%다. SK 주주총회에서는 합병에 반대표가 7%, SK C&C에서는 9% 가량 나왔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대부분 주주들은 찬성표를 던져 합병안이 가결됐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합병비율, 자사주소각 등이 오너일가에게만 유리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주총 이틀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어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비율과 자사주소각 시점을 고려할 때 양사의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반대 주장처럼 이번 합병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태원 SK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쪽으로 기획됐다.

이번 합병은 SK C&C가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SK가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에서 벗어나 일원화된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자 기획됐다. 따라서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배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SK 지분은 고작 0.02%에 불과하다. 반면 SK C&C의 지분율은 32.92%에 달한다. 오너 일가(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더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SK 0.04%, SK C&C 43.43%다.

두 회사의 보통주 합병 비율은 0.73(SK):1(SK C&C)이다. SK와 SK C&C의 주식이 각각 100주라고 가정하면, 합병 회사의 주식은 173주가 된다는 얘기다. SK측 주식은 73주로 줄어드는 반면 최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SK C&C 주식은 100주 그대로 유지된다. 당연히 최 회장 측에 유리한 비율이다. 

▲SK㈜와 SK C&C의 합병 과정에 있어서 자사주 소각, 합병 비율 등이 최태원 SK회장 일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자금 조성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SK 회장의 과거 모습. (사진=연합뉴스)

‘황금비율’ 나오기까지 1년

이 ‘황금비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SK의 주가가 SK C&C보다 6만원 가량 비쌌다. 하지만 이후 SK C&C의 주가가 계속 올라 역전됐다.

지난해 4월 14만원대였던 SK C&C의 주가는 올해 4월 23만원대로 1년 만에 60%이상 상승했다. 합병 발표 시점인 4월 20일 SK C&C 주가는 23만5073원으로 SK(17만3193원)를 6만원 가량 앞질렀다.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상장기업끼리 합병할 경우, 이사회의 합병결정 시점의 주가에 따라 합병주식 비율이 결정된다. SK그룹으로서는 최 회장 지분이 많은 SK C&C주가가 SK보다 높은 게 유리하다. SK C&C주가가 급등한 때를 합병시점으로 잡은 이유다.

최 회장 일가를 위한 이벤트는 이 뿐이 아니다. 대부분 주주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자사주 소각’이 또다른 묘수였다.   

SK와 SK C&C는 합병을 발표하며 자사주를 없앤다고 공시했다. SK는 자사주 1118만주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고, SK C&C는 자사주 600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SK의 자사주는 전체주식의 23.8%, SK C&C는 12%다. SK와 SK C&C의 주식이 각각 100주라면, SK는 100주에서 약24주를, SK C&C는 12주를 빼고 합병비율(SK 0.73 : SK C&C 1)을 산정한단 얘기다. 이렇게 계산하면 SK 주주의 몫이 더 줄어들고, 반대로 SK C&C의 몫은 더 늘어난다. 

▲K㈜와 SK C&C의 합병을 결의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국민연금공단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오락가락 행보 알고 보니…

국민연금이 문제 삼은 게 바로 이 대목이다. 결국 두 회사의 자사주 소각은 SK C&C의 대주주인 최 회장 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사주 소각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고 합병비율은 현행 법규 기준에 따른 것이라 문제 삼긴 힘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합병 발표에 전에 자사주 소각 공시를 먼저 하는 게 옳았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먼저 공시했다면 SK와 SK C&C의 주가가 이 부분을 반영했을 것인데, 조정 기회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주가가 조정 받은 뒤 합병비율을 정했어야 했는데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처음에는 SK의 의도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4월20일 합병 발표 이후 국민연금은 되레 주식을 사들였다.

합병 승인을 위한 주총에서 공개된 국민연금의 SK와 SK C&C의 지분율은 각각 7.8%와 7.9%인데, 앞서 공시된 1분기 사업보고서에는 SK와 SK C&C의 지분이 각각 7.19%, 6.9%였다. 주주확정일인 지난 5월 6일까지 SK와 SK C&C 지분을 각각 0.61%와 1% 늘린 것이다.

이같은 사실로 볼 때,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놓기까지 상당히 고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마지막 카드인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총회에서의 특별결의사항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갖는 주주가 회사에 대해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통상 합병 전망이 밝지 않아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밑돌 경우 매수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SK㈜와 SK C&C의 합병 개요. (제공=연합뉴스)

이런 측면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한 이유를 주가 하락에 대비해 ‘보험’에 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합병에 반대해야만 매수청구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양사 주식 전량에 대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SK와 SK C&C는 국민연금으로부터 각각 5800억원, 7000억원 총 1조3000억원의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이렇게되면 양사 이사회가 정한 주식매수청구금액인 1조원을 넘게 돼 상황이 복잡해진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된 것도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때문이었다.

SK C&C와 SK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각각 23만940원, 17만1853원이다. 현재(2일 종가기준) SK C&C 주가는 28만5000원, SK는 20만5500원으로 매수청구가격보다 약 23%, 20%나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수익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국민연금이 손실을 감내하면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민연금 측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찬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라며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등 내부 가이드라인에 의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뒤 맥락으로 볼 때, 국민연금이 주식을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전량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만약 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주식을 처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합병을 막기 위한 의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주식매수청구 절차는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매수청구금액이 1조원을 넘지 않으면 양사는 8월 1일 합병회사로 정식 출범한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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