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역풍 미미…되레 불확실성 해소
정부발표 ‘뻥튀기’ 논란…주가 급등
유가하락 호재…증권가 장밋빛 전망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지난 21일, 다음달부터 9월까지 3개월간 가정용 전기요금(4인가족 기준)을 월평균 14%(8368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또 중소 뿌리기업 등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평일 전력을 주말로 돌려쓰는 기업에 대해서는 1년간 전력요금을 할인해 준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로 일반 가구는 연간 약1300억원, 중소기업은 약3540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봤다. 이로 인해 한전은 수익이 4840억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한전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연결 기준) 2조7990억원의 17.3%, 영업이익 5조7876억원의 8.4%에 달한다.
하지만 주가는 되레 상승했다. 정부 발표 후 첫거래일인 지난 22일 한전 주가는 4.8% 포인트 폭등했다. 한전 발표안의 대략적인 내용이 증권가에 알려진 지난 19일에도 3.9%가량 올랐다.
한전이 전기요금 경감방안을 발표한 일요일(21일)과 전날인 토요일은 거래소가 열리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발표 전 거래일(19일)과 발표 후 거래일(22일) 양일간 무려 9% 포인트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4만2000원대에 머물렀던 한전 주가는 현재(24일 종가기준) 4만5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전 주가가 요동친 것은 정부의 인하대책이 기대치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감경 조치는 월300kwh를 초과해 사용해야만 적용된다. 산자부는 647만 가구가 이번 요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전기를 300kwh 이상 쓰지 않는 가구는 전체의 69%에 달한다. 전력 소비 상위 30%의 가정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얘기다.
산자부는 또 평일 산업전력수요를 휴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혜택 대상인 뿌리기업들은 이미 주말에도 대부분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실제로는 한전 수익이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측돼 주가가 상승한 것. 여기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그동안 막연한 불안감에 내려간 주가가 회복된 측면도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한전의 수입감소분은 약3천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발표와는 상당한 차이다.
당초 유가 하락으로 3%대 요금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전기요금 인하는 생색내기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입을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자 증권가도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한전의 올해 예상 순이익을 10조원, 영업이익을 8조원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한전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2000원에서 6만7000원으로 올렸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에 따른 한전의 수익 감소 폭은 전기요금 1%대 인하수준과 유사하다”며 “당초 3%가량 요금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다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에 내다 판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대금의 입금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전은 정부의 공기업 부채 감소 정책에 따라 7만9342㎡ 규모의 본사 부지를 매물로 내놨는데, 당초 예상가 보다 2배 가량 높은 10조5500억원에 매각을 성사시키는 ‘대박’을 냈다.
지난 1월25일, 5월25일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로부터 매각 대금이 입금됐고, 오는 9월 25일 최종 잔금이 들어올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요금 인하로 한전의 매출감소는 향후 1년간 50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가격 하락으로 인한 연료비용 감소는 연간 약 5조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이런 점에서 볼 때, 설령 정부가 한 차례 더 인하 조치를 취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