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을 앞둔 교수가 제자들에게 “돌아다닌 만큼 꿈을 꿀 수 있다”면서 자신이 여행에서 건진 시를 묶은 시집을 선사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부경대학교 류홍수 교수(65·식품영양학과). 그는 최근 열린 은퇴기념 강연에서 그의 시집 '꽃 너머 그대'(하늘책)를 100여명의 제자들에게 한 권씩 선물했다.
이 시집에는 자동차 여행과 트레킹을 좋아하는 그가 여행을 다니며 직접 쓰고 찍은 45편의 시와 70장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는 “지금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행”이라면서 “내가 틈틈이 세상을 다녀본 기록을 저마다의 앞길에 참고하라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그는 미국 동서 종주 7회,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미 서부 국립공원을 20회 이상 찾았다고 한다. 제주 올레 26코스도 완주하고 오름도 80여개를 올랐다.
그는 왜 그렇게 여행하는 걸까? 그는 “무엇을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도, 꿈을 꿀 수도, 계획할 수도 없다”며 “인터넷 서핑에서 벗어나 배낭을 메고 세상 구석구석을 직접 밟으면서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바람과 햇살, 풀냄새가 내면을 깨우고 삶을 변화시켜준다”고 밝혔다.
'소박하나 넉넉한 밥상을 위하여/밀어 올려 준 꽃대를 따라/이파리 마르기 전 잘리고/버려지지 않고는 다시 피어날 수 없는 꽃들/나는 그대 앞에 그런 꽃으로/피어나고 싶었습니다'
이 구절은 그가 미국 버지니아 여행길에서 만난 파꽃을 보며 쓴 시 '꽃 너머 그대'의 일부다. 문학평론가 남송우 교수(부경대 국어국문학과)는 “그의 시편들은 여행길에서 보이지 않는 길을 인도하는 '꽃 너머 그대'를 만나 진정한 삶의 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있다”며 “풍경과 내가 직접 만나는 여행이야말로 일상을 치유하고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주는 소중한 사유의 시간이라는 것을 그의 시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83년 부경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식품화학'과 '식품성분반응론' 등을 교육하고 연구해왔다. 한국수산과학회장과 한국식품영양과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CNB=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