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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구원투수 나선 전병일 사장…드라마틱한 ‘21일간 항명’

미얀마 가스전 갈등주역에서 4번타자로…권오준호(號) 변신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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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6.18 10:30:41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전 사장은 한때 포스코 내홍의 주역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권 회장의 최측근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포스코그룹의 혁신을 이끌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를 놓고 포스코그룹 수뇌부와 마찰을 빚은 전병일(60)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갈등 봉합 차원의 궁여지책이라는 해석과 전 사장의 강단 있는 애사심을 높이 산 권 회장이 포스코의 핵심 신사업 일부를 맡기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함께 돌고 있다. 이래저래 어려운 시기에 전 사장은 ‘갈등주역’에서 ‘구원투수’로 둔갑한 셈이다. 포스코는 전 사장을 통해 내분수습·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오해와 진실 속 ‘21일’…대우맨 자존심 지켜
그룹 사활 건 중동사업, 권 회장 최측근 조력
미얀마가스전 불씨 여전…비자금 수사도 ‘발목’

전 사장이 위기에 처한 포스코를 구할 구원투수가 될 지,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될 지는 최근 행보를 잘 보면 답이 나온다. 항간에 알려진 항명 사태의 성격부터 따질 필요가 있다.

포스코는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며 낙동강 오리알이 된 대우인터내셔널을 2010년 3조372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했지만 부채비율은 300%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2004년부터 개발해 운영 중인 미얀마 가스전은 당시부터 알짜사업으로 통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목표생산량 일일 5억 입방피트를 달성하며 향후 25~30년간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전체 영업이익의 85%에 달하는 94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회사 이익의 70%를 담당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대우그룹 출신들의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다. 1977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한 ‘대우맨’ 전 사장 또한 유독 이 사업에 애착이 컸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는 철강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비핵심 분야 자산을 처분하는 고강도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해 왔다. 46개 계열사를 30개 규모로 통폐합해 3조원 대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해 5600억원을 확보했으며, 호주의 구리광산 샌드파이어리소시스 매각, 뉴알텍, 포스화인 매각 등으로 1조5천억원 가량을 마련했다.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도 매물로 내놨다.

비철강 분야인 대우인터내셔널 또한 이런 배경에서 사업재편 대상에 오르내렸다. 그러다 지난달 하순경에 사단이 났다.

포스코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을 총괄하는 가치경영실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안이 포함된 ‘DWI 자원사업 구조개선 검토(안)’을 놓고 인천 송도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본사에서 회의를 가졌다.

이 문건에는 자원고갈(가스전)에 대비한 방안, 철강분야 외 구조조정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문건이 사진으로 찍혀 지난달 22일 모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개된 것. 

그러자 며칠 뒤 전 사장은 가스전 매각은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전 사장은 “매각 차익의 40~50%가 과세 대상이어서 결과적으로 포스코에  2000억원의 장부상 손실이 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진=연합뉴스)

파문은 일파만파 번졌다.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 사이에는 “권오준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을 통째로 팔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알짜사업만 떼어 팔려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대우맨 출신 임원들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는 “가스전 매각은 검토 단계며 전혀 정해진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때가 늦었다.

논란이 커지자, 포스코그룹은 문서 유출 책임을 물어 전 사장을 경질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가 “해임을 고려한 적이 없다”고 태도를 바꾸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결국 포스코는 지난 10일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를 주도하다 전 사장과 갈등을 일으킨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보직 해임하고, 이튿날 홍보 담당인 한성희 PR실장(상무)를 교체했다. 또 미얀마 가스전의 분할·매각 검토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섰던 전 사장은 지난 16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내홍을 마무리하는 의미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은 것. 포스코는 전 사장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보좌역으로 발령냈다. 

이렇게 전광석화(電光石火)로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이미 전 사장과 권 회장이 상당한 교감을 이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자마자 보좌역에 앉혔단 얘기는 ‘정해진 수순’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17일 CNB에 “한간에 알려진 전 사장과 권 회장 간의 갈등설은 확대해석 된 측면이 크다. 전 사장은 문건유출로 시작된 이번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권 회장 곁에서 사우디 국민차사업 등 핵심사업을 보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 사장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전 임직원이 합심해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사퇴 심경을 밝혔다.

▲포스코는 위기에 처한 그룹의 돌파구로 사우디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부터), 압둘라만 알 모파디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총재,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이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1조24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맨-대우맨 사우디 ‘윈윈’
 
이처럼 포스코가 전 사장과 빠른 교감을 이룬 것은 대우 출신들의 자존심인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이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국민차 사업은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신설한 국영 자동차회사인 SNAM의 지분 15%를 600억원에 인수해 자동차 설계, 부품조달, 조립 등 국민차 생산을 위한 전 공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수익을 낸다는 프로젝트다.

특히 이 플랜은 자동차 뿐 아니라 사우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건설 분야 초대형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

포스코는 지난 15일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1조2400억원에 PIF에 매각했다. 아울러 양측은 합작 건설사를 설립해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철도, 호텔, 건축 등 현지 주요 건설사업을 공동진행키로 했다.

PIF는 사우디의 제조업과 산업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는 국부펀드로 자산 규모가 3천억달러(330조원)에 달한다. 사우디 경제개발을 총괄하는 국왕 직속의 경제개발위원회(CED)에 속해 있다.

포스코그룹의 사활이 달린 이 거대사업의 조력자로 전 사장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게 권 회장의 판단이다. 더구나 권 회장은 전 사장을 곁에 둠으로써 볼썽사나운 내홍을 종결짓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권 회장과 전 사장이 함께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높다. 검찰은 올해 초부터 포스코그룹 비자금 조성 및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해외자원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또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대우의 중동 파트너인 포스코건설도 비자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가스전 매각 추진으로 촉발된 내부 반발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포스코는 2000년 9월 완전 민영화 됐지만 정부(국민연금)와 외국인 지분이 대부분을 차지해 늘 중심이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내홍도 이런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사우디와의 합작사업은 철강 업황 악화로 위기에 처한 포스코에 활로를 열어주고, 가스전 매각 문제로 어수선해진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열악한 지배구조로 인해 언제든 내부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는 게 포스코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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