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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물산 베팅한 KCC 운명, 국민연금에 달렸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산되면 치명타, 캐스팅보트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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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6.16 14:22:20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정몽진(55) KCC 회장(사진)은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인물이다. 2012년 삼성카드로부터 에버랜드 지분 17%를 매입했는데, 현재 시세 차익만 2조원대에 달한다. 최근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백기사로 나섰다. 에버랜드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향배에 시선이 쏠린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매수청구행사가격 이상으로 올라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엘리엇의 공세가 워낙 강해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선택 여부에 따라 삼성물산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KCC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CNB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속내를 살폈다. (CNB=도기천 기자)

삼성물산 최대주주 국민연금 키맨 등극
삼성에 6700억원 베팅한 KCC 노심초사
美헤지펀드 엘리엇, 개미 규합 공세 가속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과거~최근 행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그룹 18개 상장사 중 삼성물산, 제일기획, 호텔신라, 삼성SDI, 삼성증권, 삼성엔지니어링 등 14개 계열사의 지분 5% 이상씩을 갖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제일모직 소재사업 부문을 합병한 삼성SDI의 2대 주주(8.51%)다. 삼성그룹은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제일모직의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에 넘겼으며, 소재사업은 삼성SDI와 합병했다.

합병 전부터 삼성SDI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국민연금은 합병에 따른 주식교환으로 주식수가 증가해 삼성전자(19.58%)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갖게 됐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최대주주(10.15%)며, 삼성SDI는 삼성물산 2대주주(7.39%)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이번 합병의 당사자인 삼성가(家)와 여러모로 얽혀 있다.

이런 가운데 KCC는 지난 10일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899만 557주(5.76%)를 6743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합병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이 발생한다. 여기다 최근 장내에서 매집한 0.2%의 주식을 더해 지분율은 모두 5.78%로 늘었다.

국민연금은 KCC 주식 11.66%(122만 6597주)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인데, KCC의 이런 행보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KCC가 백기사로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짐작된다. 우선 주가차익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서 KCC는 4조원 가까운 이익이 예상된다. KCC는 제일모직 지분 10.19%, 삼성물산 지분 5.78%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사회 의결대로 합병(제일모직 1 : 삼성물산 0.35)시 합병법인의 지분 8.9%를 갖게 된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합병법인 예상 주가 1주당 3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KCC가 얻을 시세차익은 3조9248억원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의 취득원가는 1조1752억원, 합병 법인의 예상 지분 가치는 5조원 가량이기 때문이다.

정몽진 KCC 회장은 부친 정상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위기 상황에 처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왔다. 2012년 삼성카드로부터 에버랜드 지분 17%를 매입했는데, 현재 시세 차익만 2조원대에 달한다.

한편으론 삼성물산과의 사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CC는 건축자재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KCC는 통합법인 지분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6.5%)이어 두 번째로 많게 된다. 대형건설사들로부터 발주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업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KCC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이번 자사주 매입은 삼성물산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업적·실리적 측면이며, 당장의 주가 차익에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합병과정에서의 주식가치 보다는 정기적인 관점에서 윈윈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에 반대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축이 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내달 주총을 앞두고 美헤지펀드의 반발, KCC의 자사주 매입 등 여러 변수에 직면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vs 삼성 구도 부담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할 것이라 단정 짓긴 힘들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기준을 인수합병의 절차상 적법성, 연금 수익률 등 크게 두 가지에 두고 있다.

지난해 2월 개정된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이 원칙을 더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 기금운용본부에서 도맡았던 찬성·반대 판단을 경우에 따라 전문위원회로 넘기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이번 합병과 관련 “재무적 투자자로서 유·불리를 따져 결정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삼성계열사들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의 운용 목적 자체가 국민기금으로서의 수익률 증대인 만큼 안정적인 대형주에 투자하고 있으며, 삼성 계열사들도 그런 차원에서 꾸준히 투자가 이뤄져 온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보다 주가수익률에 관심이 더 많다. 합병 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2일 5만5300원이던 삼성물산 주가는 15일 6만6800원에 마감했다. 양사가 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5만7234원보다 10%이상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총회에서의 특별결의사항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갖는 주주가 회사에 대해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통상 합병 전망이 밝지 않아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밑돌 경우 매수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수익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국민연금이 손실을 감내하면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합병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이자 KCC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 여부에 따라 삼성가는 물론 KCC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 본사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합병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 7.12%를 갖고 있다. 여기에 네덜란드 연기금(APG)과 일부 소액주주도 합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은 오너와 그룹 계열사가 가진 지분을 다 합쳐도 13.99%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1.41%),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삼성생명(0.16%) 등이다. 여기에 KCC에 매각한 자사주의 의결권 등을 더하더라도 확정된 찬성 지분은 19.77% 수준이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그 주식수는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을 넘어야 한다.

앞뒤 상황을 고려하면 최소 40%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안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는 아니더라도 기권만 행사해도 합병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때 기권표를 던져 합병을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만일 합병이 실패할 경우, 6700억원을 베팅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인 KCC도 주가하락, 주주반발 등 타격이 예상되며 최악의 경우 배임 논란에 휩싸일 소지도 있다. 합병을 결정짓는 임시주총은 내달 17일 열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삼성 계열사 여러 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기본적인 구도가 외국인 대 삼성으로 가고 있는 만큼 국민정서상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면서도 “신중히 수지타산을 따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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