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텔링] 변화무쌍 정유4사, 봄날 오는가 가는가

SK이노베이션 등 수익구조 들여다보니… 한숨 돌렸지만 샴페인 이르다

  •  

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6.11 09:37:10

▲정유사 탱크로리 차량들이 판매할 석유를 공급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워낙 변수가 많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정유업계에 한 줄기 빛이 보이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현행 생산량을 유지키로 하면서 당분간 유가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하지만 세계 4대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 가능성, 미국 금리인상, 중동 산유국의 대형 정제시설 가동 확대 등 곳곳이 건너야 할 울둘목이다. 여름날이 지나면 혹독한 한파가 몰아칠까, 다시 봄이 올까? (CNB=도기천 기자)

OPEC 생산량 유지…정유업계 ‘엷은 미소’
글로벌 수요 증가·저유가 기조 ‘긍정적’
중동정제유 공급과잉 우려…앞날 ‘안개속’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가 원유생산량을 현 수준에서 유지키로 한 것은 국내 정유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오펙 결정에 따라 회원국의 일일 생산량은 3천만 배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올해 초 40달러대까지 급락했다가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는 60달러선까지 회복한 상태에서 향배를 모색하고 있다. OPEC의 생산량 유지로 국제 원유가격은 당분간 배럴당 53∼63달러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해 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던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수익이 늘고 줄고를 떠나 예측가능한 재무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당분간 안정적인 펀더멘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너무 올라도, 너무 내려도 문제다. 일정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정제마진율을 보장받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다.

가령 유가가 상승하면 비싼 가격에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해야 한다. 정제마진이 높아지더라도 수입단가 상승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공급과잉으로 원유가가 폭락하면 산유국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형 정제설비의 가동을 늘릴 수 있다. 석유완제품을 만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정제에 나선다는 것. 또 이미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가치가 확 떨어져 손실을 보게 된다.

▲현대오일뱅크 대산 BTX 공장 전경. (제공=현대오일뱅크)

유가 올라도 고민 내려도 고민

국내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사들여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다시 내다 파는 수출형 리파이너리(Refinery)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통상 정유회사 수익성의 척도가 되는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선에서 손익분기점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유회사로서는 원유를 안정된 가격에 수입해 일정한 정제마진을 남기는 게 이상적이다. 한마디로 원유가의 하향안정화다. 이번 오펙 회의가 정유사들에게 장밋빛 기대를 주는 이유다.   

오펙 결정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가격 할인에 나설 가능성이 큰 데다 국제적인 석유제품 수요 증대가 계속되면 국내 정유업체들의 실적 회복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펙의 생산량 유지로 국제 원유시장이 구매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뀌게 되면 산유국들이 경쟁적으로 원유 가격 할인에 나설 수도 있다. 원유 수요자인 동북아 정유회사들이 기존 수입처 외에 더 싸게 파는 국가, 생산처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산유국들은 원유 판매단가(OSP·Official Selling Price)를 인하하게 된다는 것.

실제로 에쓰오일의 대주주이기도 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지난 1월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원유 OSP를 낮춘 바 있다.

또한 저유가는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제품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

통상 유가 하락은 8∼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석유제품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의 유가 폭락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비 확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차량 이동량이 늘어나는 등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단기간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원유가격의 하향 안정은 국내 정유업체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져 싼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또 공장 가동에 소모되는 연료비도 절감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통상 수입한 원유의 5% 내외를 정제설비 가동에 사용하는데 유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정유사들이 연료비로만 2조원 내외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주유소 유가 안내판이 리터당 휘발유값 1597원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직은 곳곳이 ‘지뢰밭’

다만 공급과잉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하루 50~70만 배럴 안팎의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우디 등의 신규설비가 7월부터 본격 가동되면 하루 50만 배럴이 추가로 시장에 풀린다.

아랍에미리트 Ruwais, 사우디 Yanbu 등 중동 대형 정제설비의 본격 가동 시기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또 세계 4대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시장 복귀 여부도 변수다.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가로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이란 핵협상을 이달 말까지 타결할 예정이다.

핵협상 타결은 이란산 원유가 다시 국제시장에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저유가 기조가 계속될 순 있겠지만, 멀리 보면 중동산 석유제품의 공급량이 늘어나 국내업체들이 고전할 수도 있다.

당장은 메르스 여파로 국내시장의 여름 특수가 사라지지 않을지도 우려된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소비량이 늘고 있는 점은 분명 호재지만 중동지역에서 물량이 많이 풀리기 때문에 국내정유사들이 얼마나 덕을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또다른 업계관계자는 “오펙의 생산목표 유지 결정으로 유가가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 되지만, 달러화 변수, 지정학적 불안 요인, 세계 경기 회복 속도, 북미 등 비 오펙 국가의 움직임 등 변수가 워낙 많아 긴장을 늦추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