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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텔레콤, 광주U대회 ‘중국산 무전기’ 사용 논란

오락가락 입찰… 국내업체 놔두고 중국OEM 계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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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6.03 10:58:00

▲SK텔레콤이 광주U대회에서 수년간 함께해 온 국내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중국OEM계약을 체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3년 1월 '2015 광주U대회 정보통신 분야 후원 협약식' 당시 SK C&C 정철길 사장(사진 왼쪽, 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사진 오른쪽, 현 SK수펙스 추구협의회 윤리경영위원장), 강운태 광주시장(사진 가운데)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K C&C)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이하 U대회) 통신부문 공식 후원사인 SK텔레콤이 행사진행에 필요한 무전기 수천대를 갑자기 중국OEM 제품으로 교체한 사실을 CNB가 단독 확인했다. 줄곧 국산제품을 사용해오던 SK가 태도를 바꾸자 대·중소기업 상생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바꾼 과정도 석연찮다. (CNB=도기천 기자)

수년간 함께해온 협력사 입찰서 배제
국산제품과 공급단가 차이 거의 없어
무전기 스펙은 오히려 국산이 우수 
그룹차원서 공들여온 창조경제 엇박자

SK텔레콤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 대회조직위 통신단말 파트 수행단으로 참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굵직한 행사 때마다 정보통신분야 후원업체로 참여해오고 있다.

아시안게임 때는 A사와 무전기(워키토키), TRS, 무선인터콤, 유무선인터콤 등 4종류의 기기에 대해 공급계약을 맺었다. 국내 정보통신업체 몇 곳을 임의로 선정해 제안서를 받은 뒤 A사를 택한 것. 2013년 인천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 때도 A사로부터 무전기 등을 공급 받았다.

SK텔레콤은 대회조직위와 무전기 1대당 9만원에 임대계약을 체결한 뒤, 하청업체를 선정해 6~7만원에 무전기를 공급받았다. 한 대당 2~3만원의 차액은 SK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아시안게임 때 사용된 무전기는 총 3900여대다. A사는 1대당 7만원에 공급했다. 대회조직위와 9만원에 계약한 SK는 무전기 한 분야에서만 78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이처럼 상당한 이윤을 남기고 있었음에도 올해 U대회에 사용할 무전기는 전량 중국OEM제품으로 교체했다. 중국현지에서 무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B사와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과정이 주먹구구식이다.

SK는 기존대로 몇몇 업체를 지정해 제안서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공급사였던 A사를 배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사가 입찰의향을 밝히자 제안서를 받아줬다. 이후 SK는 B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B사와 SK간의 계약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1대당 6~7만원 선에 약정을 맺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 A사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중국산 제품으로 바꾼 것.

더구나 A사는 지난해 무전기를 공급한 뒤 SK 측의 가격네고 요청으로 수개월간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이미 정부 행사의 통신 주관사로 자리 잡은 SK와 향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네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당초 약속한 금액보다 더 낮춰줬다고 한다.

이런 전작이 있었음에도 A사를 비롯한 국산 무전기 업체들을 외면한 것. A사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2014년 11월경) 결재과정에서 SK가 돌연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해서 서로 마찰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미운털이 박혀 (입찰에서) 우리를 왕따 시킨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수년간 SK와 관계를 맺어온 A사는 2015년 대회에도 납품할 것으로 예상, 이미 4000대를 새로 구매해둔 상태다.

무전기의 기능도 국산 제품이 중국OEM 보다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A사가 공급해온 기종인 AN-400은 군·경찰이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업무용 무전기로 무난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반면 이번 대회에 사용될 중국산 TN-420은 배터리 사용 시간이 비교적 짧아 생활용무전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주파수 대역은 둘 다 ‘UHF 400MHz’ 수준으로 동일하다.

▲CNB가 단독 입수한 2014인천아시안게임과 올해 광주U대회에 사용될 무전기 스펙 비교 자료. 광주U대회에 사용될 중국산 제품은 배터리용량이 국산제품보다 휠씬 작았다.

SK의 이같은 행보는 박근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창조경제프로젝트와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한 국제대회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중국 제품 사용은 국가적 위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가 공력을 들이고 있는 창조경제 프로젝트는 대기업 주도로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짓고, 이곳이 지역 중소·벤처기업들의 거점이 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삼성은 대구, 현대차는 광주를 맡는 식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앞세워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ICT(정보통신기술) 경쟁력을 대전·충남에 이식하고 있으며, 세종시에도 추가로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대전센터에는 이미 수십개의 중소벤처들이 입주해 있으며 SK는 이들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최 회장은 2년 넘게 복역해,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 복역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최 회장 형제의 가석방에 기대를 걸고 있는 SK로서는 정부주도의 창조경제에 발벗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을 외면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통신업체인 SKT가 설마 수천만원 더 벌려고 외국제품을 사용했겠나. 결국 사고와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이라고 일부러 배제할 이유는 없다.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납품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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