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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돋보기] 한숨 돌린 정유4사 ‘조용한 반격’… 봄날은 오나

유가상승으로 1분기 흑자 반전, ‘참좋은 시절’ 점치기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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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5.15 16:44:34

▲미국금리 인상과 이란핵협상, 산유국들의 공급정책 등 변수가 워낙 많아 향후 기름값 전망을 점치기 쉽지 않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 로고. (사진=CNB포토뱅크)

기름 값이 오를까 내릴까? 한때 배럴당 40달러대로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면서 60달러선을 회복하자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던 정유4사는 한숨 돌린 분위기지만, 글로벌 공급과잉, 정제마진폭 축소, 미국 금리인상 등 변수가 많아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처지다. (CNB=도기천 기자)

SK·에쓰오일·GS칼텍스 흑자 전환
한숨 돌렸지만… 곳곳이 ‘지뢰밭’
글로벌 공급 넘쳐…앞날 ‘안개 속’
줄이고 팔고…올해도 ‘몸집 슬림화’

1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은 지난 1월 14일 최저점인 배럴당 42.55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 14일(현지시간) 63.61달러에 거래됐다. 무려 50%가량 상승한 것.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가격도 1월 13일 46.59달러에서  14일 59.88달러로 30% 가량 상승했다.

국제유가 변동분이 통상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제품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한 기름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평균 리터당 1439.1원까지 떨어졌던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3월 1507.7원으로 올라선 뒤 이달 들어 1500원대 초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5월 초순의 국제유가 상승분이 중순 이후 반영되면 기름값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렸던 정유업계는 최근 유가상승과 정제마진의 강세, 원유 투입 원가 하락 등의 요인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SK그룹 내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수요부진과 원유 공급과잉 여파로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 1~3분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등 정유 3사의 합산 영업손실은 2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으로 1분기 매출 12조455억원, 영업이익 32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애초 증권업계의 예상치(2500억원 수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액 4조3738억원, 영업이익 238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GS칼텍스 1분기 정유부문 매출액이 5조448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3.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82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회사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20~30%가량 상승했다.  

▲올해 초 주유소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13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현재는 1500원대까지 상승했다. 지난 2월 초순경 1300원대 주유소의 모습. (사진=도기천 기자)

봄날 오는가 가는가

하지만 언제까지 봄날이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시적인 호조일 뿐 장기적으로 볼 때 글로벌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유가 상승은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자 미국 셰일오일·가스업체 등이 생산을 줄이면서 공급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또 최대 산유국인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했던 요인도 있다. 여기다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며 원자재(원유, 구리 등) 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핵협상 타결로 이란이 원유시장 복귀를 선언한데다, 올 하반기 아랍에미리트 Ruwais, 사우디 Yanbu 등 중동 대형 정제설비의 가동이 본격화되면 국내 정유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 정유시설이 계속 건설되고 있는데다, 미국 내 유정들이 최근 생산을 재개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공급과잉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동향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가로 막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6일 1131원까지 올랐다가 15일 1090원까지 떨어졌다. 환율 하락분만큼 공급가격에 인하 여지가 생긴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소비량이 늘고 있지만 이같은 호재가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으로 연결될 지는 의문이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하루 50~70만 배럴 안팎의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우디 등의 신규설비가 7월부터 본격 가동되면 하루 50만 배럴이 추가적으로 시장에 풀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차량 이동량이 늘어나는 등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단기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중동지역에서 물량이 풀리기 때문에 국내정유사들이 얼마나 덕을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정제마진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심상찮다. 정유업계에서는 저유가 국면에 접어든 이상 향후 유가보다는 정제마진이 회사 이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해 2분기 정유업계의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달 2.7달러였다. 유가급락이 계속되면서 3분기에는 2.2달러, 4분기에는 4.2달러까지 늘어났다가 유가 반등세가 본격화된 올 2월 말에는 9달러까지 오른 뒤, 최근 7달러대로 다시 밀리고 있다. 통상 정유회사 수익성의 척도가 되는 복합정제마진은 4~5달러선에서 손익분기점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가 등락이 정유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지만, 요즘은 정제마진율이 장기적인 펀더멘탈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CNB포토뱅크)

곳곳 불안요소…선제적 구조조정

이처럼 상황이 녹록치 않자 정유사들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회사들의 직원 평균 급여(연봉)는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6714만원에서 지난해 6593만원으로 1.8% 줄었다.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9107만원에서 8402만원으로 8.8%, 에쓰오일은 9460만원에서 8973만원으로 5.2%, 현대오일뱅크는 8400만원에서 7900만원으로 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정유사의 임직원은 조직개편과 명예퇴직 등으로 인해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다. GS칼텍스의 직원 수는 2013년 말 기준 3209명에서 지난해 말 3156명으로 줄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1833명에서 1766명으로 1년새 80명 가량 감소했고, SK이노베이션은 1892명에서 1878명으로 소폭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급여와 인력을 줄이는 대신 ‘돈 안되는’ 직영주유소를 내다파는 등 ‘몸집 줄이기’에 방점이 찍혔다.

SK이노베이션은 2008년 965개였던 직영주유소를 올해 750개로 줄일 계획이다.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인천부지 내 유휴부지 매각공고를 냈다.

GS칼텍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50개, 내년 50개 등 총 100여개 직영 주유소를 매각하고 3000억원대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원가절감 태스크포스(TF)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S-OIL은 상무급 이하 임원은 해외출장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토록 하는 등 경비절감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흑자로 전환됐지만 공급과잉이 계속될 전망이라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해부터 정유업계가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해 구조조정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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