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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옥중경영 나선 최태원 SK회장, 두마리 토끼 잡을까

‘히든카드’ 꺼냈지만 곳곳이 지뢰밭…향배 ‘안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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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5.12 13:13:03

▲과거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던 때의 최태원 SK 회장 모습. 지난 2013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임팩트 투자' 세션에서 사회적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본격적인 ‘옥중 경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최 회장은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한다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고,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로 복역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사면설이 그치지 않았지만 최근 반(反)재벌 정서가 확산되자 결국 옥중경영 행(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옥중 지휘 아래 올 8월까지 대대적인 사업재편을 완료할 계획이다. (CNB=도기천 기자)  

수펙스협의체 낙제점…옥중 지휘 시동
오너일가 지배구조→사업재편으로 혁신
시장상황 최 회장 경영시절과 천양지차
업계 “베팅 신중해야” 긴축·관망 조언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그동안 SK그룹은 설, 3.1절 특사 등에 희망을 걸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에 터진 ‘땅콩회항’ 사건 이후 반재벌 정서가 급속히 확산된 데다, 최근에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과거 사면과정에 대한 시비가 불거지자 거의 희망을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방산비리, 포스코 사건 등 대형 수사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재벌 총수와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사면설은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이대로라면 오는 석가탄신일은 물론 광복절 특사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장기수감에 따른 경영공백으로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SK하이닉스가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룹 내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수요부진과 원유 공급과잉 여파로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급격한 실적반등은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업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포화상태에 접어든 시장 환경으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8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줄었다. 최근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몸집을 줄이고 있다. SK그룹 내에서 실적을 내는 계열사는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2013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스위스 모로사니 슈바이처호프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사면 물 건너가… 사면초가 위기 

이런 위기 상황이 계속되자 최 회장이 ‘옥중 경영’이라는 히든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SK는 주요 계열사 전문CEO들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그룹을 경영해 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보고를 받는 정도였고 실무적인 의사결정은 협의회가 권한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인수합병(M&A) 등 주요 결정 때는 총수 공백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롯데의 승리’로 끝난 렌터카 업체 KT렌탈 인수전이다.

그룹이 SK네트웍스를 앞세워 야심차게 인수를 밀어붙였지만 롯데의 1조원이 넘는 과감한 베팅 앞에 손을 들었다. 롯데는 렌터카 업계 1위 기업을 차지하고 순식간에 신성장 산업인 렌터카 시장을 장악했다.

SK 관계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회장 부재 상황이 아쉬웠던 싸움”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뿐 아니라 2013년 이후 SK그룹은 STX에너지, ADT캡스,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 등 국내외 굵직한 M&A 인수전에서 잇따라 지거나 막판 포기했다.

심지어 인사와 구조개편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은 문덕규 당시 SK네트웍스 사장은 전직원에게 “내가 왜 중도에 해임 됐는지 알려 달라”는 내용의 항의성 메일을 보내 큰 물의를 빚기도 했다.

▲SK㈜와 SK C&C 합병 후 지분변화. (연합뉴스 제공)

껍데기 지주사→일하는 회사로 전환

이런 복합적인 위기상황이 최 회장으로 하여금 ‘경영 혁신’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했다. 우선 최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와 SK C&C를 합병키로 했다.

SK그룹은 2007년 4대 그룹 중 LG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SK그룹은 SK㈜를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해 그룹 규모를 2배 넘게 키웠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전인 2006년 70조4790억원에 불과했던 그룹 전체 매출이 지난해에는 165조4690억원으로 2.3배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는 허울뿐인 지주회사며, 실제로는 최 회장 일가가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SK㈜의 최대주주는 SK C&C이며, SK C&C는 최 회장이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 지분은 0.02%(1만주)로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1만1695주)보다도 낮지만, 최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 C&C를 통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해 왔다.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 그룹 대부분은 ‘오너→지주사→계열사’ 형태지만 SK그룹은 ‘최태원 회장→SK C&C→SK㈜→계열사’구조로 돼 있다.

또 SK C&C와 계열사 간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오너가 재산 불리기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는 지주회사를 통해 계열사와의 자금거래, 출자, M&A 등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당국의 의지와도 어긋난다.

따라서 최 회장이 SK㈜와 SK C&C를 합병키로 한 것은 ‘옥상옥’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사업형 지주회사로의 모습을 갖춰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의 자금력과 SK C&C의 글로벌 사업기회를 합쳐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 합병회사는 총자산 13조2000억원의 그룹 지주회사로 재탄생한다. 오는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SK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죄인이 옥중경영?’ 비난 변수

‘꼭지점’의 두 회사가 통합하면 주요 계열사들의 구조개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던 핵심계열사들의 지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이 사업재편의 방점을 통신과 IT부문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유선인터넷과 인터넷TV(IPTV)를 맡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 합쳐진 뒤 다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SK그룹은 이미 지난 3월 SK브로드밴드를 SK텔레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 상태다.

SK그룹의 기둥인 에너지분야 계열사들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유가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며 불안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라, 그룹 내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옥중경영이 얼마만한 성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최 회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돼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은 2013년 1월경이다.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잘나가던 SK이노베이션은 원유가격 폭락으로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는 있지만 미국 내 유정들이 생산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다.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국내 석유업계에 악재다.

SK텔레콤은 성장동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2위 KT가 ‘2만원대 음성통화 무제한’ 상품을 내놓는 등 맹추격 중이다. 제4이통통신이 본격 등장하면 시장을 일부 내줘야할 처지다. 

SK하이닉스가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중국 반도체업체들의 성장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죄지은 사람이 옥중 경영을 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여론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난제다.

SK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오너일가가 지배해온 회사가 하루 아침에 협의회 체제로 바뀌니 제대로 될 리가 있었겠냐. 최 회장을 대신했던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의견이 분분해 내부에서도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기상황이 계속되자 마냥 (사면 등을)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최 회장이 초강수를 둔 것 같다”고 전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최 회장이 나서면 과감한 자금 베팅 등으로 인수합병이 활력을 띄겠지만, 동시에 몸집을 줄이려는 시도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며 “최 회장이 경영했던 시기와 현재의 글로벌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져 당분간은 투자보다 긴축에 무게를 두고 시장상황을 관망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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