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기자 | 2015.05.05 08:40:25
1억원 이상 주식 보유 어린이 121명
한미약품 회장 손자 7명 1800억 보유
사각지대 결식아동 여전히 40만명 넘어
4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1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보유한 만 12세 이하(2002년 4월 30일 이후 출생자) 어린이는 모두 121명으로 집계됐다.
100억원이 넘는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어린이 주식 부자’도 8명이나 됐다. 이 중 7명은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자와 손녀들이다. 이들이 가진 주식 시가총액은 1800억원이 넘는다.
‘억대 어린이 주식 부자’는 2012년 4월 말 102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어선 뒤 2013년 118명에 이어 지난해 126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한미약품 일가의 어린이들에 이어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차남(11세)이 166억2천만원으로 100억원대 주식 부자 클럽에 들었다.
허 부사장의 차남은 5살 때인 2009년에 GS 주식(27만3천주)을 증여받고서 추가로 장내 매입을 통해 32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다.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의 동갑내기 두 아들(11세)은 할아버지인 황준수 서울제약 창업자로부터 증여받은 50억9천만원씩의 주식을 보유해 주식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의 아들(12)이 41억4천만원, 박종호 대봉엘에스 회장의 손녀(12)가 40억2천만원, 이화일 조선내화 회장의 손자(11)가 35억6천만원 등으로 뒤따랐다. 이들 어린이는 주식을 증여받거나 장내매수 등으로 주식 부자가 됐다.
또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의 조카(12세)가 26억3천만원,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손자(10)가 24억7천만원, 김상헌 동서 고문의 손녀(5)가 23억2천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손자와 손녀 4명도 7억6천만∼12억3천만원씩 주식을 보유했고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손자와 손녀 2명도 7억6천만원씩을 보유한 주식 부자였다.
이밖에 두산과 세아, 영풍, LS, LIG 등의 재벌가 3세들도 어린이 억대 부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들 어린이 중에는 태어난 지 한 살 된 ‘젖먹이’도 있다.
정호 화신 회장의 친족인 한 살 된 어린이는 작년 8월 태어난 직후 증여받은 화신정공 주식 22만여 주의 가치가 3억4천만원을 기록하면서 억대 주식 부자가 됐다.
김홍준 경인양행 회장의 친인척인 두 살배기 어린이는 태어나자마자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증여받아 10억6천만원어치를 쥔 주식 부자가 됐고, 김정돈 미원상사 회장 친인척인 두 살 된 어린이도 8억7천만원어치를 보유한 주식 부자다.
이들 중 46명의 어린이가 지난 한 해 동안 주가 차익으로 억대 수익을 올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가장 큰 수익을 올린 어린이는 박진오 대봉엘에스 대표이사의 딸(11)이다. 박양이 보유한 대봉엘에스의 지분 평가액은 1년 전보다 23억6천500만원 늘었다. 2013년 평균 4천원 선이던 대봉엘에스의 주가가 지난해 1만2천원 선으로 3배 가까이 뛰어오른 덕분이다.
두 번째로 많은 수익을 거둔 어린이는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의 아들(12)이다. 곽군의 지분 평가 증가액은 10억8천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화일 조선내화 회장의 손자(10)가 8억9400만원,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의 아들(12)이 8억3800만원으로 높은 증가액을 자랑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직·방계 손자, 손녀 7명의 보유 지분 평가액도 8억900만원씩 나란히 늘었다. 이들은 2012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증여받거나 무상 신주 배정을 통해 각각 80~9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어린이들도 많다. 2013년도 보건복지부 아동급식 지원 현황에 따르면, 결식아동수는 41만2092명에 이른다.
결식아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1년 여름방학 때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아동수는 47만1515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장의 실업, 부모의 이혼과 가출 등 가족해체의 문제 앞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 가정에 속해 있다.
학기 중에는 무상급식을 통해 점심을 해결하고, 방학 때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급식카드(서울시의 경우 꿈나무카드)를 갖고 편의점 등 가맹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어디까지나 하루 한끼(하루 1회 4천원)다. 이들 어린이 중 상당수는 아침이나 저녁을 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린이날의 씁쓸한 두 얼굴이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