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가 커지면서 아예 문을 닫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자본력으로 업계를 평정하고 있어 양극화가 우려된다. (CNB=도기천 기자)
2010년 1만4011개→2014년 8694개
대형·중소형업체 간 빈익빈부익부 심화
지하 금융시장 키우는 풍선효과 우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 수는 8694개로 4년전인 2010년 말의 1만4014개와 비교해 무려 38%나 줄었다. 대부업체 수는 2011년 1만2488개, 2012년 1만895개, 2013년 9326개로 갈수록 하향곡선이 커지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대부금리 인하 흐름과 거의 비슷한 추세다. 대부업 상한금리는 대부업법 제정 시기인 2002년 연 66%를 시작으로 2007년 10월에 49%로, 2010년 7월에 44%로, 2011년 6월에 39%로, 지난해 4월에 34.9%로 조정됐다.
연 34.9% 금리는 올해 연말까지 일몰로 종료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일몰종료 후에 이 금리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부업의 이자율 상한을 25%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도 최근 대부업 이자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력이 거센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13년 발의한 개정안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심 의원은 대부업체 등록시 3억원 이상의 순자산 요건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등록비가 1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현행 대부업 등록제도를 3억원 이상 순자산 요건을 도입하자는 것. 심 의원은 향후 순자산 요건을 더욱 강화해 6억원으로 높일 생각이다. 심 의원은 과거 대부업 금리를 낮추는 개정안이 통과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대부업 금리를 점차 내려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 신용대출 금리가 평균 33.6%에 이른다. 대부분이 상한금리에 육박하는 수준의 이자를 받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대부업체들이 평균 대출금리 가운데 약 22%를 각종 비용과 손실분 상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12% 가량의 마진이 남는 셈이라 이자를 더 내릴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대부업체들은 금리를 내리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대부업계의 위축은 신용도가 좋지 않은 서민들이 마지막 제도권 금융 영역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금리가 인하 되면 대부업체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을 가려 받을 수밖에 없다. 대부업 이용자들은 대부분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들이다. 여신심사가 엄격해질 경우, 상당수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의 영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폐업하는 대부업체가 늘면서 9~10등급 저신용 서민들이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불법 사금융 시장에선 ‘하루 1%(연 365%)’와 같은 불법 대부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당국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유사 수신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통보한 불법 사례는 2012년 65건에서 2013년 108건, 2014년 115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제도권 시장에서 사라진 중소형 대부업체 상당수가 신종 유사수신 업체로 변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이처럼 대부업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자금력이 튼튼한 기업형 대부업체들은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중소형 대부업체들이 연 16~17%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영업하고 있는데 비해 대형 대부업체들은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현재 30%가 넘는 현행 금리가 더 내려가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 구조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중소형 업체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업체 간 거래로도 상당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계 기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2일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에게 제출한 상위 10위 대부업체 총자산 변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계가 대주주인 아프로파이낸셜과 산와머니, 미즈사랑, KJI 등 4개사의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이 4조28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점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의 자산이 10조160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들 일본계 대부업체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42.2%에 달한다는 의미다.
반면 자산 100억원 이하 중소형 대부업체의 자산은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자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튼튼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아예 저축은행 시장으로 진출한 기업들도 있다.
브랜드명 ‘러시앤캐시’로 널리 알려진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주)는 지난해 7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 OK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OK는 고금리 대환대출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부업 채무를 저축은행 신규대출을 통해 청산하는 방식이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 상한선이 연29.9%라 대부업과 큰 차이가 없다.
러시앤캐시가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0월~2014년 9월까지 영업이익이 1348억원, 이자수익이 8249억원에 이른다. 이는 직전년도(2012년 10월~2013년 9월) 영업이익 1223억원, 이자수익 6184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액수다.
지난해 5월 예보가 관리해오던 해솔·예신저축은행을 사들여 웰컴저축은행으로 영업을 개시한 웰컴크레디라인대부도 마찬가지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잇단 폐업은 지하 금융시장이 커지는 풍선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면밀한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우선 대·중소업체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제도적으로 손봐야 한다. 그럴려면 금융당국이 대부업계 조달 금리부터 내려줘야 하며, 그래야 소비자 금리도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