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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감사원 vs 금감원, 성완종 게이트 ‘그림자 게임’

칼 빼든 감사원, 금감원 뒷배경 ‘금피아’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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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28 14:55:44

▲금감원이 채권은행에 경남기업에 특혜를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지면서 경남기업 사태가 새국면을 맞고 있다. 감사원과 금감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KB금융 사태로 촉발된 감사원·금감원 간 초유의 신경전이 최근 경남기업 사태로 다시 재현됐다.

금융감독원이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 과정에서 특혜를 주도록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이 발표하면서 지난해 금피아 논란을 빚었던 금감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이 금감원에 자체 징계를 요구한 상태라, 금감원이 어떤 액션을 취할지 향배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감사원 “금감원, 채권단에 경남기업 특혜 압력”
김기식 “특혜 조치에 금융당국 총체적 개입”
채권은행 물린 돈 1조원…‘모럴해저드’ 충격
금피아 주도했던 KB금융사태 악몽 되살아나

감사원 관계자는 28일 CNB에 “경남기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에 ‘기관주의’를 내렸으며, 관련자 징계(또는 검찰고발)는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의’는 감사원이 취할 수 있는 징계 중 높은 단계에 속한다. 감사원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가장 강력한 조치는 검찰고발 또는 수사의뢰다. 다음이 해당 기관으로 징계를 이첩하며 기관주의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감사원은 경남기업 워크아웃과 관련해 금감원이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에 부당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감사원이 지난 23일 공개한 ‘금융감독원에 대한 기관 운영 감사 결과’와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 간부들은 2013년 말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당시 유리한 조건으로 워크아웃이 진행되도록 채권은행들에 압력을 행사했다.

경남기업은 2013년 10월29일 3차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통상 채권단은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출자전환을 하는데, 해당 기업의 기준주가가 발행가보다 낮거나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 금감원 규정에 따라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 지분에 대해 무상감자를 먼저 실시한다.

출자전환은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인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당시 실사에 나선 회계법인은 무상감자가 필요하다고 주채권은행에 보고했고,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기업경영개선국 국장이었던 김진수 전 부원장보와 같은 국 최모 팀장이 워크아웃 과정에 개입해 경남기업 오너인 성완종 전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금융사 담당자를 부르거나 전화를 걸어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하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오너이자 대주주인 성 전 회장도 금융감독 당국을 포함한 금융권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성 전 회장은 금융당국을 피감기관으로 삼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신분이었다.

성 전 회장은 금감원은 물론 채권은행의 최고경영자급을 상대로 자금 지원을 포함한 경남기업에 대한 여러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접촉 대상은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 최고위급이 망라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압력 때문에 결국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통해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하도록 결정했고, 지난해 3월 1천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또 수천억원대의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최 팀장을 문책 징계하도록 금감원에 요구하는 한편, 검찰에 관련 증거를 넘겼다. 김 전 부원장보는 이미 퇴직한 상태라 자체 징계는 힘든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2012년 12월 채권단에 ‘경남기업 워크아웃 신규자금 분할상환기일 조정에 대한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이로 인해 경남기업 대출금 상환은 2015년 6월까지 유예됐다.

김기식 “경남기업 특혜 금융당국 작품”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더 나아가 이미 2012년 연말에도 금융당국이 채권은행에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27일 경남기업 채권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2012년 12월 채권단에 ‘경남기업 워크아웃 신규자금 분할상환기일 조정에 대한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을 받은 곳은 광주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대우증권, 산업은행, 수협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하나은행 등 채권은행 10곳이다. 경남기업이 건설경기 침체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돼 2015년 6월까지 상환일자를 2년6개월 유예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경남기업은 2012년부터 갚기로 한 워크아웃 신규자금을 2012년 6월 1회 상환하고 그 이후에는 상환하지 않았다. 남은 채권액은 1596억원이었다. 이때 상환을 연기해준 채권들은 대부분 부실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이미 부실이 드러난 상태에서 대출금을 2년 넘게 유예해준 것은 전례 없는 특혜로, 당시에도 금감원 등이 외압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대주주의 감자 없는 출자전환이라는 특혜 이전에 이미 18대 대선 기간에 대출금 상환 연장이라는 또 다른 특혜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성 전 회장이 친박계 인사를 중심으로 금품 로비한 이유가 바로 ‘경남기업 특혜’에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감원은 감사원 조사결과와 김 의원 주장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동안 ‘정상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감사결과가 나오자 입을 닫았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감원의 조정자 역할을 감사원이 문제 삼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징계 대상에 오른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에 금융당국이 관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소신껏 일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금피아 조직적 개입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금감원을 제재한 것은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해 KB금융 사태 때도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다 감사원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신용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이유로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금감원의 중징계 이유가 불분명하다며 태클을 걸었다. 감사원은 “KB카드가 KB은행에서 분사할 때 신용정보보호법에 따라 승인받지 않고 은행 고객 정보를 가져간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금융위의 유권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금융지주회사법48조에는 신용정보법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와 자회사가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감사원은 신용정보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이 서로 배치되는 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정비하지 않은 금융당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금감원은 고객정보 공유 건은 일단 덮고,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징계 방향을 틀었다. 수개월 간의 줄다리기 끝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주의적 경고인 ‘경징계’ 제재를 의결했다.

▲지난해 9월 4일, 당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뒤엎고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발표하고 있다. 임영록 회장(오른쪽)이 사퇴 거부로 맞서면서 금피아 논란이 일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은 제재심의위 결정을 뒤집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결국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두 사람이 억울함을 토로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자,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징계에 ‘금피아(금융+마피아)’ 심리가 작용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금피아는 정부 관료 출신들이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등 사정기관에 포진해 있는 것을 이른다.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인 최 원장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실 행정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거친 전형적인 관료출신이다.
 
이런 점에서, KB에 대한 징계 추진이 사실상 임 회장을 겨냥한 것이며, 임 회장을 흔들어 관치금융의 입김을 확대하겠다는 금융당국 시도가 KB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사건은 경남기업 사태가 터진 현 시점에서 다시 오버랩 된다. 최 원장이 금감원 부원장(2011.2~2013.2), 금감원장(2013.03~2014.11)을 역임했던 시기는 경남기업이 1~3차 워크아웃과 금융지원이 결정된 시기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최 원장과 조영제 전 금감원 부원장, 김진수 전 기업금융개선국장은 성 전 회장과 같은 충청권 인맥이라 로비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금감원을 상대로 칼을 빼든 것이 예사롭지 않게 읽히는 이유다. 

김기식 의원은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에 외압을 행사한 김진수 금감원 부원장보는 2011년 당시에 기업금융개선국장이었으며, 채권단이 워크아웃 졸업을 결정한 2011년 5월 당시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고위원으로서 당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고,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정무위원회 위원장이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거듭된 경남기업 특혜 조치에 총체적인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공을 넘겨받은 현재의 금감원이 과거사를 어떻게 털어낼지도 관심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당시 관련자들의 징계를 이첩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진웅섭 금감원장은 검정고시 출신이다. 서울대 출신이 즐비한 금피아와 저만치 떨어져 있는 진 원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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