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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재벌가 광고열전…오너출연·사원모델 ‘조용한 반란’

‘김태희 펀드’ 옛말…기업들 ‘사내 모델’ 찾기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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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27 18:22:50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현대그룹이 기획한 TV광고 한 장면. 고 정주영 회장의 기록 필름을 등장시켜 현대건설의 정통성이 현대그룹에 있음을 강조했다. (당시 TV광고 캡쳐)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자사 직원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거나, 아예 오너가(家) 2~3세들이 홍보기획사를 경영하거나 직접 광고에 출연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 재계가 TV·신문·인터넷 광고의 상당 부분을 자체 해결하면서 톱스타 위주의 광고 시장에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CEO·사원모델 직접 광고 등장, 브랜드 홍보
이서현·조현민·정유경…재벌3세 손수 광고기획
재벌가 광고 선점에 중소 광고대행사 ‘울상’

우선 오너가가 자주 등장하는 광고 분야는 건설업계다. CEO가 CF에 직접 등장함으로써 평생 믿고 살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원조는 현대산업개발이다. 2005년 7월 현대산업개발의 당시 이방주 사장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 모델로 직접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중소건설업체 등에서 사장이 직접 광고모델로 나선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대기업 사장이 모델로 나선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즈음 현대산업개발은 다른 건설업체 광고와 달리 아파트 브랜드 마케팅에 인기연예인 등을 기용하지 않았다. 화려한 치장보다는 내실을 다진다는 게 회사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와 함께 당시 회사에서 ‘도전’의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던 34년 경력의 산악전문가 오희영 상무(당시 조경팀장), 토목견적예산팀장 장석준 부장(기술사자격 7개로 사내 최다 자격증 보유)도 각각 ‘나는 더 높이 올라야 한다’, ‘나는 더 배워야 한다’는 컨셉트의 모델로 기용해 각종 홍보물, 분양광고에 활용했다.

서희건설은 지난 2011년 10월께 영화배우 한고은과 함께 서희그룹 이봉관 회장의 외손녀들을 출연시킨 브랜드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는 가요 ‘최 진사 댁 셋째 딸’을 패러디한 ‘이 진사 댁 셋째 딸’편으로, 딸을 키우는 정성으로 셋째 딸 보다 더 아름답고 우아하게 아파트를 짓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대행사에서 소녀 아역모델을 찾던 중 이 회장의 손녀들 사진을 보고 광고 모델로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현대그룹이 내보낸 광고도 재계 역사에 기릴 작품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의지를 담은 광고를 공중파TV에 전격적으로 내보내면서, 강력한 인수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었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 ‘현대건설 인수전’은 당시 숱한 화제와 의혹을 낳았다.

앞서 2000년 3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 다툼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했으며, 현대그룹 경영권은 5남 정몽헌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후 정몽헌 회장이 타계하면서 현대그룹은 채권단에 넘어간 현대건설을 되찾기 위해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품에 안겼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직접 번지점프를 감행해 화제를 모은 2010년 대한항공 TV광고 ‘뉴질랜드편’. (당시 TV광고 캡쳐)

재계 3대 광고 트로이카…삼성 이서현, 한진 조현민, 신세계 정유경

아예 오너가 3세들이 직접 광고기획사를 경영하고 있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한진그룹(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의 예다.

83년생인 조 전무는 2013년 연말 인사 때 국내 대기업 임원 중 최연소로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로 승진해 화제를 모았다. 조 전무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뒤, 2005년 중견 광고업체인 LG애드(현 HS애드) 평사원으로 입사했으며, 2007년부터 줄곧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에서 일해 온 홍보기획의 베테랑이다. 

조 전무는 2010년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대한항공 TV광고 ‘뉴질랜드편’에서 직접 번지점프를 감행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당초 현지인 모델을 쓸 예정이었으나 “한국인이 좋겠다”는 촬영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접 몸을 던진 것. 이후 포털에서 ‘대한항공 번지점프녀’로 큰 화제를 모았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내가 사랑한 유럽’ 등 성공한 대한항공 TV CF의 대부분이 모두 조 전무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2014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내가 사랑한 유럽 탑10’ 광고로 TV부문 대상, 통합미디어 부문 금상, 인쇄광고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서희건설은 지난 2011년 10월께 영화배우 한고은과 함께 서희그룹 이봉관 회장의 외손녀들을 출연시킨 브랜드 광고를 선보였다. (당시 광고장면 캡쳐)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사장(42)은 패션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수려한 외모를 갖춘 이 사장은 삼성의 광고·패션사업전략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평이다.

국내 광고업계 1위업체인 제일기획은 그동안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의 광고 제작 및 기획을 도맡아 왔다.

여기에 최근 이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스포츠마케팅’의 새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제일기획은 지난해 4월 수원삼성블루윙즈(축구단)를 인수한데 이어 8월에는 삼성전자 남자 농구단과 삼성생명 여자 농구단을 인수한 바 있다.

김재열 사장은 대한체육회 부회장 겸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제18회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조정위원회 위원에 선임되는 등 삼성그룹 내 최고의 스포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과 탁월한 광고기획자인 부인 이 사장이 제일기획의 쌍두마차로 나섬으로써 향후 제일기획의 스포츠 마케팅 관련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밖에 신세계 오너 3세인 정유경 부사장(43)도 광고·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예원학교-서울예고-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을 나온 정 부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팀장으로 시작해 십수년간 조선호텔과 신세계백화점 광고 및 마케팅 부문을 총괄해온 홍보 베테랑이다.  

▲각 증권사의 금융상품을 홍보하는 모델들. 이들 대부분은 실제로 증권사의 각 부서에서 일하는 증권맨들이다. (사진=연합뉴스)

위기의 금융사, ‘저비용 사원모델’ 인기

한편 사원모델을 내세운 기업들의 광고 전략도 흥행세를 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금융권이다. 언론이나 금융 상품 전단에 등장하는 증권사의 새 금융상품을 알리는 ‘훈남’과 ‘훈녀’ 중 십중팔구는 실제 증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수년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증권업계에선 몸값이 비싼 연예인이나 직업 모델 대신 사원들을 상품 홍보 모델로 쓰는 문화가 굳어진 탓이다.

입사 2년째인 하나대투증권 사원모델 A씨(여)는 발행 시장실에서 회사채 발행과 유통 업무를 담당한다. 입사 8년차 미래에셋증권 사원모델 B씨(여)는 본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에서 일한다.

대신증권의 사원모델인 C주임은 회사의 정보기술(IT)시스템 관리 업무를 한다. 여성 위주인 증권가 사원 모델 세계에서 청일점 격이다.

삼성증권의 금융상품 모델인 D 대리(여)는 강남 부촌인 도곡지점에서 자산가들의 재산을 주무르는 프라이빗뱅커(PB)로 활동한다. D 대리는 삼성증권 PB 중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이들만 되는 WM(웰스매니저)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은행권에서도 각종 금융상품을 내놓을 때 사원들 중에 모델을 선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지난 2012년 이례적으로 한화투자증권이 당시 톱 연예인 김태희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다른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오래가진 못했다. 불황이 심화되면서 증권업계 상품 광고 시장의 모델은 결국 ‘사원’으로 ‘하향 평준화’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내부에선 사원 모델 관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다수 증권사가 보통 1∼2명의 사원 모델을 선정해 운영하지만, 삼성증권은 작년에 대대적인 사내 선발 대회를 열어 차장에서 사원급에 이르는 남녀 사원 5명의 풀을 구성했다. 여성 모델 위주의 천편일률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상품의 성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사원 모델을 쓰겠다는 취지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모델과 일반인 간의 장벽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 특히 고객의 집(건설)과 돈(금융)을 상대로 하는 분야에서 신뢰감을 주기 위해 오너가 직접 나서거나 사원모델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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