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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 1년…그날 아이들이 꿈꾼 세상은

침몰한 사회안전망, ‘잊지 않아야’ 다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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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16 09:48:08

(CNB=도기천 정경부장) 4월16일. 오늘은 세월호 대참사가 발생한지 1년 되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 발생에서부터 구조 과정, 사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믿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였다.

눈 뻔히 뜬 채 수백명의 아이들을 잃었고, 왜 아이들이 숨졌는지에 대해 1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내세우며 세월호 선주 유병언과 연계된 공무원들을 응징했지만 정작 사건의 진실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회가 나섰지만 정쟁에 밀려 제대로 된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그토록 허술한 승선절차와 안전점검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왜 갑자기 배가 기울었는지, 선체진입이 나흘이나 지나 이뤄진 이유가 무엇인지, 유병언의 뒷배경은 누구인지,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수중진입 장비·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전원 탈출’이란 허위발표는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그 통한의 ‘140분’ 동안 무얼 했는지, 아직도 아이들을 잃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런 사이 유가족들은 지난 1년 동안 노숙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 지금도 길바닥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보상 문제가 불거지면 합의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잡음이 이는 게 세상사다. 그 긴 시간 동안 온갖 회유와 공작, 음해가 이어졌지만 천명이 넘는 가족들은 조직을 유지하며 질서 있게 정부와 맞서고 있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이제 보내주자, 산 사람은 살자… 수 없이 되씹어 봐도 그러기엔 아이들에게 갚아야할 빚이 너무 크다. 남은 가족들의 한이 깊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었던 꽃들… 그날 아이들이 꾸었던 꿈을 기억해야 하는 게 그들이 못먹는 밥을 먹고, 못쉬는 숨을 쉬는 어른들의 책무다. 무너진 사회안전망을 다시 세우는 일은 ‘잊지 않는’데서부터 비롯됨을 되새겨야 한다.
 
디자이너 꿈꾸던 예슬이, 시를 잘 썼던 승희, 건축학도 꿈꾸던 영창이, PD가 되고 싶다던 정수, 글 잘 썼던 제훈이, 동물조련사 승현이, 수학 선생님 되려 했던 다혜, 엄마에게 스포츠카 사주겠다던 인호, 로봇 만들기 열심이었던 동수, 네일아티스트 꿈꾸던 연화, 수의사 꿈꾸던 다인이와 슬기, 경찰 되겠다던 봉석이, 치과의사 꿈꾸던 창헌이, 공무원 하고 싶다던 동영이, 늠름한 군인이 꿈이었던 범수와 민성이, ‘긍정대왕’ 준형이, 만화와 게임 좋아하던 건우, 실내건축가 꿈꾸던 승혁이, 변호사 되겠다던 성빈이, 방송작가 꿈꾸던 혜원이, 약사 꿈꾸던 아라, 야구선수 희망했던 중근이, 중국 전문가 되고 싶다던 준혁이, 약사 되겠다던 동현이, 여군을 꿈꾸던 지민이, 운동도 공부도 잘했던 수빈이, 컴퓨터 프로그래머 꿈꾸던 예지, 패션디자이너 되겠다던 채연이, 호텔요리사 동경했던 태민이, 건축가 꿈꾸던 경미, 책을 좋아했던 상준이, 노래를 꽤 잘했던 보미, 축구 좋아하던 건우, 다재다능했던 주희, 해양대 진학 꿈꾸던 혜선이, 백의천사 꿈꾸던 한솔이, 운동 좋아하던 정무, 칼리 아르니스 사범이 되겠다던 대희, 카메라 감독 꿈꾸던 고운이, 스튜어디스 꿈꾸던 지성이, 국어 선생님 꿈꿨던 하영이, 사관생도 되고 팠던 원석이, 소설가 꿈꿨던 성호, 유치원 원장 희망했던 찬호,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꿈꾸던 수정이, 영어 선생님 꿈꾸던 지윤이, 한문 선생님 꿈꾸던 세영이, 모델 되겠다던 순범이, 약사를 꿈꾸던 민정이, 역사선생님 꿈꾸던 정현이, 국제구호활동가 되고 싶다던 수경이, 광고디자이너 꿈꿨던 지윤이, 회계사 되겠다던 윤희, 배우가 되고 싶다던 동협이, 엄마에게 펜션 사주겠다던 민규, 유치원 교사 꿈꾸던 소진이, 자동차연구원 꿈꾸던 주현이, 제빵사 되고 싶다던 다빈이, 환경조경사 꿈꿨던 재욱이, 춤 좋아하던 경주, 꿈 많던 늦둥이 지현이, 친구 같은 선생님 되겠다던 도언이, 경찰관 꿈꾸던 지숙이, 조향사가 되고 싶다던 세희, 동물학자 꿈 키우던 재강이, 속 깊었던 딸 지나, 바리스타 꿈꾸던 준민이, 간호사가 꿈이었던 초예, 수화통역사 꿈꾸던 서우, ‘분위기 메이커’ 수경이, 음악교사 꿈꾸던 시연이, 무엇이든 도전했던 호연이, 평범한 가장 꿈꾼 건우, 한의사 꿈 키우던 해화, 요리사가 꿈이었던 수진이, 가수의 꿈 키워 온 예은이, 유치원 교사 꿈꾸던 영란이, 치과의사 꿈꾸던 지혜, 음악가 되겠다던 지인이, 법조인 꿈꾸던 경빈이, 격투기 선수 되고 싶다던 홍래, 박물관 큐레이터 꿈꾼 지아, 시각디자이너 꿈키워온 주아, 국제구호가 되고 싶다던 하영이, 우주학자 꿈꾼 영만이, 여군장교 꿈꾸던 주이, ‘나눔의 부자’ 꿈꾼 주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되고 싶다던 혜경이, 애교쟁이 막내딸 혜선이, 자동차 디자이너 꿈꿨던 휘범이, ‘동영상에서 가족 걱정하던’ 동혁이, 의사 꿈꿨던 다영이, ‘속 깊은 아이’ 해인이, 작곡가 꿈꾸던 승묵이, ‘청소년 VJ’ 수정이, 일본어 교사 꿈꾸던 현정이, ‘사제’ 꿈꿨던 성호, 침몰 당시 동영상 속 수현이, 축구를 좋아했던 혁이, ‘어른스러웠던 아들’ 현우, 디자이너 꿈꿨던 멋쟁이 장환이, 친구 구하러 들어간 온유, 최초 신고자 덕하, 친구들 건지고 떠난 차웅이…

그리고 모든 친구들… 너희들 꿈을 잊지 않으마.

* 학생들에 대한 기록은 한겨레의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 누리집을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CNB=도기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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