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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7’ 면세점 전쟁 2라운드…서울 2곳 사상최대 접전

[재계 돋보기] 롯데·신세계·현대百 등 사활 건 쟁탈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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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14 15:29:05

▲최근 중국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면세점사업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최근 급속히 불붙고 있는 대기업들 간 면세점 유치전이 인천국제공항, 제주도에 이어 서울로 번졌다. 중국관광객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울시내 면세점 자리 2곳을 놓고 유통공룡들이 정면 충돌한 것.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기업들 전부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사상최대의 유통대전이 예고됐다. (CNB=도기천 기자)

황금알 낳는 면세점, 유일한 불황 탈출로
600만 중국인 관광객 타깃…수주전 치열
15년만의 기회…1위 롯데에 ‘빅5’ 도전장

관세청은 지난 2월 서울 지역 3곳, 제주 지역 1곳에 신설 면세점을 세우기로 하고, 사업자 신청 공고를 냈다. 공고가 난 4곳 가운데 서울과 제주 각 1곳은 중소·중견기업에게 할당된다. 따라서 서울 지역 2곳이 접전지다. 면세점 사업을 희망하는 기업은 오는 6월 1일까지 관할 세관에 신청서를 내야한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SK네트웍스·한화갤러리아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대 눈치를 살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신청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공격 모드’로 바뀌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은 2000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이번 면세점 추가설립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것.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5년 이후 59년 만에 1400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중국인 방문객이 600만명을 돌파했다. 관광수입은 20조원에 이른다. 2013년에 비해 16%이상 급증했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함께 손잡고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층에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지을 계획이다. (그래픽=네이버지도)

정몽규·이부진, 손잡고 진출

현재 면세점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다. 양사는 서울시내에 국내 최대규모의 면세점을 함께 짓기로 하고,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주)’를 세우겠다고 신고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조카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경쟁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층에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지을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 1만2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현재 최대 규모인 롯데월드면세점(1만1천㎡)을 넘어서겠다는 게 주요 전략이다.

용산 아이파크몰이 백화점·영화관·마트·대형 식당가 등 쇼핑·여가시설, 대형버스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어 면세점과 시너지를 내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또 이들은 용산이 강남과 강북 어느 쪽에서도 가까운 서울 중심부에 자리잡은데다 최근 광주까지 뚫린 호남선KTX, 지하철 1·4호선, ITX, 경의중앙선, 공항철도(예정), 신분당선(예정) 등을 통해 전국 각 지와 연결된 ‘교통 허브’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최근 1년새 인천공항과 제주 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에서 롯데에 연달아 패하면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롯데는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대한항공(KAL) 발권소 바로 뒤에 있는 1구역,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011년 힘겹게 따낸 5구역의 루이비통 매장 운영권을 모두 가져갔다. 또 신라는 특허가 만료되는 제주 서귀포 면세점 입찰경쟁에서도 롯데에 고배를 마셨다.

신라는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6곳 중 단 한 곳에서만 면세점을 갖고 있다. 롯데는 3곳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라가 현대와 연합해 자존심 회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코엑스(무역센터)∼한전∼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72만㎡ 규모의 국제교류복합지구 내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빨간색 원)에 면세점을 열겠다고 공언했다. (사진=서울시)

현대백화점, 현대차 타운과 시너지

현대백화점그룹도 면세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9일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동대문 케레스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신촌·목동점 등 네 곳을 검토한 결과, 무역센터점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역센터점으로 낙점한 데는 서울시의 대규모 개발계획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4월 코엑스(무역센터)∼한전∼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72만㎡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사들여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신사옥 뿐 아니라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갖춘 대규모 국제타운 성격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주요명소가 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살려 면세점 품격을 한단계 끌어 올리겠다”며 “코엑스 단지는 지난해 12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된데다 컨벤션 센터와 3개의 특급호텔, 카지노, SM타운, 코엑스몰,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갖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조만간 면세점 사업 추진을 위해 별도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신세계, 롯데에 도전장

유통업계에서 오랜 앙숙인 롯데와 신세계의 맞대결도 주목된다.

면세점 사업의 선두주자인 롯데는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6곳 가운데 3곳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신규 면세점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롯데 소공동 면세점의 특허가 연말로 만료되는데 다시 연장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올해 초 제주 서귀포 면세점 재입찰에서 신라, 부영과 치열한 접전을 벌여 겨우 수성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터라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는 공격적으로 면세점 확장에 나서고 있다. 서울 소공점 롯데면세점 면적은 최근 기존 2개층(9~10층)에서 3개층(9~11층)으로 늘었다.

서울 잠실점도 기존 잠실 롯데백화점 1개층(10층)에서 제2롯데월드 2개층(에비뉴엘 7~8층)으로 80%이상 확장됐다. 부산점도 기존 1개층(8층)과 부산롯데호텔 1개층(7층)을 연결해 20%가량 매장을 넓혔다.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서는 8개 권역 가운데 4개를 쓸어갔다.

▲유통업계에서 오랜 앙숙인 롯데와 신세계가 서울시내 면세점 수주를 놓고 맞대결을 벌이게됐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왼쪽)과 신세계가 운영하고 있는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신세계 제공)

여기에 신세계가 끊임없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신세계는 몇 년 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를 롯데가 사들이면서 사실상 쫓겨나는 처지가 된 적이 있다. 이후부터 롯데와의 영토전쟁에 목을 매고 있다.

최근 금호산업 인수전 때는 롯데의 참여 가능성을 의식해 인수의향서(LOI)를 써냈다가 뒤늦게 롯데가 불참한 사실을 알고 하루 만에 의향서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그만큼 신세계는 롯데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신세계는 지난해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낙찰 받는 데 성공한데 이어, 올해 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대기업에 배정된 전체 8개 권역 가운데 7구역(패션·잡화)을 유치하는 쾌거를 올렸다.

신세계는 이를 교두보로 삼아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내 면세점 유치 시 백화점, 대형마트, 관광호텔과 연계되는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측은 “유통 전문기업의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면세점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SK네트웍스도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지를 밝혔고,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때 참가 신청서를 냈다가 막판에 입찰을 포기한 한화갤러리아도 도전장을 냈다.

다만 후발주자들은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치밀한 물밑 작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기업들이 이처럼 면세점에 총력전을 펴는 것은 내수침체로 백화점과 마트는 몇 년 째 역신장하고 있지만 면세점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2010년 4조5천억원, 2011년 5조3천억원, 2012년 6조3천억원, 2013년 6조8천억원, 2014년 8조3천억원으로 급신장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보다 22%나 늘었다. 지금으로선 면세점이 유일한 불황 탈출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안정적 성장과 수익을 낼 수 있는데다,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 대기업이 사활을 걸고 나서는 상황”이라며 “경쟁률이 높은 만큼 쟁탈전에 뛰어든 유통 대기업 6곳 모두 입찰 준비 상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상대 기업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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