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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전 부지, 지역이기주의에 ‘발목’…항로 ‘안개 속’

[재계+뷰] 현대차 공공기여금 놓고 자치구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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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10 09:52:37

▲강남구민들이 지난 6일 서울시청 로비에서 한전 부지 개발과 관련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잠실운동장 일대를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해 현대차의 공공기여 형태로 개발을 추진하려 하자, 해당 자치구인 강남구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신사옥을 짓기 위해 한국전력으로부터 사들인 강남 노른자위 부지의 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 현대차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개발이 난항을 빚고 있다.

현대차는 사들인 부지의 일부분을 관련 조례에 따라 공공기여용도로 서울시에 내놔야 하는데 이를 둘러싸고 강남구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현대차의 마스터플랜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NB=도기천 기자)

서울시vs강남구, 공공기여 유치 전면전
일부 시의원 “우리구도 개발혜택 달라”
불똥 맞은 현대차, 사업 착수 ‘하세월’

서울시 공공개발추진단 관계자는 9일 CNB에 “현대차 측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진척된 게 없다”며 “부지 개발 및 공공기여 방식이 결정되려면 서울시와 강남구의 입장이 먼저 정리돼야 하며 이후에 현대차와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수 있어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현대차가 공공기여 형태로 기부채납 하는 형태는 ▲개발부지 일부를 내놓는 방법 ▲개발구역(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공공시설을 건립해 주는 방식 ▲개발구역 내 공공시설이 충분할 경우, 사업구역 밖의 지역(해당 자치구)에 기반시설을 설치해 주거나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 등이 있다.

현대차가 지난 1월 서울시에 제출한 사전협상 제안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용적률 (대지면적 대비 건출물 연면적의 비율) 799%가 적용된 지상 115층(높이 571m) 건물에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을 포함한 업무시설, 전시컨벤션 시설, 호텔, 판매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신사옥은 2개 동으로 조성된다. 115층 본 사옥 옆에는 각각 5층짜리 건물과, 7층짜리 아트홀이 붙어 있고, 옆의 62층 건물에는 호텔을 짓는다.

앞서 시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현재 부지의 용도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800%까지 상향시켜주고, 땅값의 40%에 해당하는 토지나 시설, 시설설치 비용을 공공기여로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현대차는 이를 수용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는 현대차로부터 공공기여를 받아 잠실운동장 일대를 스포츠문화 파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한전 부지 입찰 감정가 3조3346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공공기여금은 1조3338억원이다. 시는 재감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추후 2조원 안팎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가 잠실운동장(빨간색 원)을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해 현대차의 공공기여 형태로 개발을 추진하려 하자, 해당 자치구인 강남구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한전 부지 개발 사업(글로벌비지니스센터 건립)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제공)

잠잠했던 강남구, 왜 뒷북?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현대차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한전 부지의 관할 자치구인 강남구가 “현대차의 기부채납은 강남구에만 사용돼야 한다”며 개발 추진에 태클을 걸고 나선 것.

강남구는 서울시가 잠실운동장 일대를 개발에 포함시킨 것은 공공기여 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남구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를 강남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용하려하고 있다”며 개발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비롯, 강남구민 30여명이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한데 이어, 8일에는 100여명의 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는 “현대차 측의 제안서가 보완되면 강남구를 포함한 TF를 구성해 의견을 모으겠다”며 달랬지만 사태는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다 강남구가 아닌 낙후지역으로 공공기여금을 배정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김기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성동3)은 “기업이 납부한 공공기여금이 특정 지역에만 쓰인다면 서울 자치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한전 부지 수혜 대상을 서울의 낙후지역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강남·강북 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를 압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야당 의원 30여명이 특위구성안에 서명했다. 이들은 오는 6월 임시회에서 특위를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시는 “강남권 개발은 수년간 논의 끝에 정해진 것이라 큰 틀을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잠실운동장과 하천 부분을 지구단위계획 구역 안에 편입시킨 것은 미래 서울을 구상한 도시관리계획의 로드맵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부터 한전 부지를 비롯한 삼성역 일대에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진행해 왔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4월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72만㎡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국제업무, MICE, 스포츠, 문화엔터테인먼트 등 4대 핵심 기능을 유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대차에 매각된 한전 부지 또한 이 마스터플랜에 포함돼 있다.

시는 현대차와의 협상을 통해 청사진을 현실로 바꾼다는 장기 계획을 수립해둔 상태다. 박 시장은 “서울의료원, 한전 등 공공시설 이전에 맞춰 이 일대를 서울의 미래를 이끌 핵심지역으로 개발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와의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려면 강남구와 유관부서 등의 의견을 모은 종합적인 공적방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자치구와의 협의가 순조롭지 않으면 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구민들이 8일 서울시청 앞에서 현대차그룹이 매입한 한국전력 부지 개발과 관련, 지구단위계획구역 확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이러다 골든타임 놓친다”

현대차를 비롯한 재계는 이같은 상황이 곤혹스럽다.

시와 일사불란하게 협의가 진행 되더라도 각종 인허가, 공공기여 방식 등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판인데, 일부 자치구의 반발로 첫 삽을 뜨기까지는 더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시와의 협상카드가 전부 노출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시가 자치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신사옥 뿐 아니라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갖춘 대규모 국제타운 성격으로 지어진다. 따라서 자동차업계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기업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타운은 국가적 차원에서 완성차산업의 새전기가 될 수 있는 기회인데, 일부 자치구의 지역이기주의가 발목을 잡는 듯해 안타깝다”며 “서울시와 현대차, 강남구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길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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