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과 숙명(宿命).
많은 사람들은 뜻을 비슷하게 생각하여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확연히 다른 의미다. 숙명과 운명은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그 사실이 바뀌지 않는 것은 같은 의미다. 하지만 숙명은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운명은 약간의 변수가 있을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사람이 반드시 죽는 것은 숙명이고, 언젠가 죽는 것은 운명이다. 한마디로 숙명은 뒤에 날아오는 돌이고, 운명은 앞에 날아오는 돌이라 하겠다. 뒤에 날아온 돌은 피할 수 없지만 앞에 날아온 돌은 경우에 따라 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머리는 운명일까? 숙명일까?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숙명이지만, 대머리를 피해갈수 있거나 늦출 수 있어 운명에 속한다. 탈모 유전자란 5-알파-리덕타아제를 활성화시키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말한다. 이 단백질로 인해 5-알파-리덕타아제가 활성화되면 DHT 호르몬이 증가하게 되고 두피의 모낭파괴인자를 충동질하여 모낭세포를 손상시켜 탈모를 일으킨다.
하지만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탈모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어 내려면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 있어야 한다. 만약 탈모 유전자가 발현이 되지 않으면 탈모는 발생하지 않는다.
탈모 유전자가 발현이 되는 이유는 활성산소 증가, 자외선, 환경오염, 운동부족, 영양의 과잉공급, 잘못된 생활습관 등 다양하다. 따라서 대머리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해서 생기는 일종의 피부 질환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수명대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몸이 그리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했지만, 규칙적인 생활과 정신력으로 몸의 허약함을 극복하고 많은 업적을 남기고 81세의 나이에 영면하였다. 만약 그가 숙명론자였다면 이 세상에 그의 업적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운명론자인 칸트는 허약하게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여 풍파를 헤쳐 나갔다.
탈모도 마찬가지다. 비록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할지라도 노력여하에 따라 탈모를 비켜 나갈 수 있다. 운명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운명에 막히고, 운명에 도전하는 사람은 운명이 길을 비킨다. “Challenge the fate”(운명에 도전하자)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컬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을 써오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항산화제 치료의 권위자이기도 한 그는 성장인자와 항산화제 탈모치료에 도입하여 주목할 만한 치료효과를 거두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