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롯데를 상대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고, 서울시와 마포구, 시의회는 쇼핑몰 설계 허가를 재검토 하고 있다. 과거 마포구 합정동에 입점하려다 지역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된 홈플러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CNB=도기천 기자)
CNB 보도 나간 뒤 상인들 비상대책위 결성
기자회견·거리홍보·시의회 질의 등 일파만파
해당 기사 유인물 제작, 마포구 주민들 배부
CNB는 서울시와 롯데가 1년 넘게 끌어온 도로점용 문제 등에 대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으며, 지난해 연말 주민공람을 마치고 본격적인 설계 논의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보도 한 바 있다. (관련기사:[단독]축구장 32개 크기…상암DMC 롯데쇼핑몰 ‘수면 위’)
롯데가 서울시에 제출한 ‘특별계획구역(I3·I4·I5)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의 부지 면적은 2만3741㎡, 영업면적은 23만1611m²(약7만200평)에 이른다. 표준규격 축구장(105m×68m) 32개 크기로 한강 이북에서 최대 규모다.
서울시는 ▲쇼핑몰 3개동을 열결 짓는 통로(구름다리) 높이를 지면으로부터 12m이상, 통로 너비를 10m 이상 확장 ▲통로 내 공중정원과 시민휴게공간 조성 ▲상업시설 설치 불허 등을 롯데가 이행할 경우, 지하 면적의 전면 개발을 허용키로 했다.
3개동의 지하면적은 물론, 동과 동 사이의 지하통로를 모두 합쳐 롯데에게 ‘통개발’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 환경개선과는 “공공용 지하매설물 설치 등 향후 공익적 개발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롯데의 지하면적 전면 사용 요구에 반대했지만, 1년 넘게 계속된 협상결과 이같이 합의했다. 서울시는 지하면적의 일정부분을 ‘공공기여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롯데와 협의 중이다.
이 시설이 들어서면 불과 100~300미터 거리에 위치한 상암동 상점가 100여곳은 물론, 5km 반경 내에 있는 8500여개의 상점과 재래시장, 3만여 명의 중소상인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포구 망원시장, 은평구 증산종합시장, 은평구 수일시장 등은 롯데복합쇼핑몰과 직선거리 1km 이내에 있다.
지역 상인들은 최근 ‘상암동DMC 롯데복합쇼핑몰 강행반대 마포구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을살리기비대위, 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민변민생위원회 등과 함께 지난 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포구와 서울시에 즉각적인 설립허가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시의회도 이들의 요구에 부응해 동참했다. 서울시의회 김진철 의원(비례, 새정치민주연합), 오경환 의원(마포4ㆍ새정치민주연합), 이신혜 의원(비례대표ㆍ새정치민주연합)과 신종갑 마포구의원(상암·성산,새정치민주연합)이 이날 상인들과 함께했다.
이들은 “거대 쇼핑몰이 들어서면 인근 중소상인들은 2~3년 내에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등록권한을 갖고 있는 마포구는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중소상인보호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안이 담긴 상권영향평가와 공청회 실시 등 민주적인 의견수렴절차를 최우선적으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와 국회는 현재 형식적인 등록절차에 그치고 있는 유통법이 아닌 700만 중소상인들과 시민사회들이 주장하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이뤄지는 외국의 ‘상권영향평가’를 우리 실정에 맞게 반영하는 등 대형유통업체의 무한확장을 규제하는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오경환 서울시의원은 26일 CNB와 통화에서 “롯데복합쇼핑몰이 개장할 경우 인근 음식점, 의류, 잡화, 슈퍼 등 골목상권, 중소상인은 물론 서울 서북부지역 상권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때 건축심의과정에서부터 대형마트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문화·업무·호텔시설 등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상생법 보호를 받고 있는 전통시장 뿐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골목상인들을 네트워크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지난 12일 서울시 임시회 5분자유발언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롯데복합쇼핑몰에 대형 할인 마트의 입점 제한, 식당가 수 제한 등 업종, 업태와 그 수를 제한할 수 있다”며 “마포구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부족한 호텔이나 백화점, 문화 및 집회시설을 증설하는 방향으로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롯데와 지역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몰 인근 재래상인들은 서울시에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암동 상인회 정광욱 총무(54)는 25일 CNB기자와 만나 “롯데쇼핑몰은 3개동으로 각각 나뉘어 있으며, 동과 동 사이는 공공도로이므로 이 도로면적의 지하면 또한 공공부지인데, 서울시는 롯데에게 지하면적 전체의 통개발을 허용했다”며 “처음에 반대했던 서울시가 쉽게 물러선 이유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상암동 상인회 김종덕 회장(59)은 “롯데가 부지를 매입해 쇼핑몰 건립을 추진한 지가 2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롯데나 서울시로부터 단 한 번도 연락 받은 바 없다”며 무성의한 태도를 비난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기업 유통업체가 들어서려면 해당 지역(반경 1km 이내) 상인회와 상생협약(지역협력계획서)을 맺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상생협약은 사업허가의 전제조건이지 건축허가와는 무관하다. 시설물을 다 지은 뒤 영업허가 과정에서 협약서를 제출하면 돼 건축설계 단계인 현재로서는 강제력이 없다는 허점이 있다.
롯데쇼핑(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건축설계 단계라 상생협약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며 “향후 쇼핑몰 건립이 본격화되면 지역 상인들과 성실히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 복합쇼핑몰 건립 내용을 담은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은 주민공람을 마치고 마포구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로 넘어간다. 이후 변경안이 승인되면 올해 하반기 중에는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암동상인회,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회 등으로 결성된 ‘롯데복합쇼핑몰 강행반대 마포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부터 CNB단독보도 기사를 유인물 형태로 제작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거리홍보전에 나섰다. 주로 재래시장, 음식점을 찾는 시민들에게 배부하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