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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 시대’ 추락하는 금융사들…대규모 감원 ‘칼바람’

[심층취재] 핀테크에 밀려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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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3.20 13:34:09

▲핀테크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구조조정 칼바람 앞에 놓인 금융사들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우리투자증권, NH농협증권(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의 본사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사상초유의 저금리 기조에다 전자지갑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예대마진과 거래수수료에 의존해온 금융사들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 마진 축소, 부실기업 대손비용 증가 등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감원 바람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CNB가 ‘핀테크’ 환경 속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금융사 ‘베이비부머’ 세대를 조명했다. (CNB=도기천 기자)

당국 “금융권 고장났다” 연일 개혁 주문
항아리 인적구조 쇄신…결국 4050 ‘타깃’
핀테크·전자지갑 확산…창구 인력 ‘급감’
“감원은 생존 직결, 첫째 아닌 최후카드”

올해 은행권에서 인력 감축의 시작을 알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19일 은행 측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놓고 테스크포스(TF)를 꾸려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CNB에 “올해 초 노조와의 임단협 때 임금피크제도 개선 노사협의체를 결성했으며, 현재 이 기구에서 희망퇴직 대상자의 연령, 시기, 규모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논의 착수 단계라 아직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진 건 없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0년 어윤대 회장 시절 3200여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뚜렷한 인력 감원이 없었다. 지난해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 중 80명이 희망퇴직 했는데, 구조조정으로 보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피크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은 보장하는 제도다. 이를 거부하고 명예퇴직을 희망할 경우, 위로금을 지급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해당자를 대상으로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해 왔는데 퇴직 비중은 다른 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인력이 1000여명이 달한다.

여기다 저금리기조가 계속되며 수익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다,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자동화기기(CD,ATM) 등 비대면 영업채널의 확대로 창구거래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는 점도 인력 감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권 대표주자 격인 국민은행이 사실상 5년 만에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든 만큼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 은행권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씨티은행은 650명,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180명이 희망퇴직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316명이 희망퇴직 한데 이어 올해 초 277명이 추가로 회사를 떠났다. 신한은행도 최근 이례적으로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310명이 퇴사했다. 지난 한 해에만 은행권 종사자 3000여명 이상이 회사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통합을 앞두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우리은행의 경우, 당장은 인원 감축 계획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점포축소 등 구조조정을 동반한 사업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금융사들이 여러 곳이라 올해 봄에도 노사 간 치열한 분쟁이 예상된다. (사진=CNB포토뱅크)

보험·증권·은행 속사정 ‘동병상련’ 

보험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메리츠화재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전체 임직원 중 약 15.8%에 달하는 406명이 희망퇴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00여명을 내보낸 삼성생명도 추가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이다.

KB금융에 인수된 LIG손보와 하이카다이렉트를 흡수하는 현대해상도 사업재편에 따른 점포 통폐합 등이 진행될 예정이라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들의 직원 수는 2만5327명으로 2013년 동월(2만7745명) 대비 2418명(8.72%) 감소했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이 5326명으로 전년보다 1163명 줄었고, 교보생명은 전년(4695명) 대비 626명 감소했다. 한화생명도 233명이 줄었다.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에 걸쳐 대규모 구조조정 태풍이 지나간 증권가도 올들어 다시 지점 축소와 인력감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NH투자증권, 대신증권,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은 약4000여명의 인원을 줄였다. 2013년 약 4만2000명이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지난해 6월에는 3만8000명으로 줄었다.

올해 다시 이런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점포 20개, 인력 25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구조조정 범위를 150명으로 낮췄다. 이는 총 직원수 961명(지난해 9월기준)의 16% 수준이다.

지난해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감원이 있었던 전례로 볼 때, 새 주인을 찾고 있는 현대증권도 구조조정 한파를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1년 새 2만4천개 일자리 사라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금융·보험업 등 금융권 종사자는 84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2013년 1∼11월 금융권 종사자가 86만4000명이었는데, 1년만에 2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금융권에 한파가 불고 있는 것은 수익성 악화 뿐 아니라 모바일 결재를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금융+IT)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금융당국의 구조개혁 압력도 부담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에 불어 닥치고 있는 감원 바람은 단순히 수익성이 악화돼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지갑 활용도가 하루 다르게 높아지고 있어, 인력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항아리 형태의 비효율적인 인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노사 모두 이견이 없는 분위기라 예전에 비해 직원들의 반발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수익과 상관없이 ‘스마트 금융’으로 수익모델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이런 추세에 따라 최근 몇 년 새 금융사들의 영업점은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주요 금융기관 점포수(해외 영업점 제외)’에 따르면, 일반은행과 특수은행(농협·수협·기업·산업은행 신용사업 부문)의 국내 영업점은 작년 말 현재 7433개로, 1년 전과 비교하면 268곳이 문을 닫았다.

생명보험사의 점포도 작년말 현재 3683개로, 1년 전(3951개)보다 268개가 줄고, 우체국은행(2천770개→2천666개)과 상호저축은행(339개→327개)도 감소했다.

통계에 따르면 은행의 주요업무인 입출금·자금이체·조회의 창구활용도는 10% 남짓하다. 나머지 80~90%가량의 업무가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자동화기기(CD,ATM)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여의도 증권사들 외경. (사진=도기천 기자)

개혁 대상 전락한 ‘베이비부머’

여기다 금융 개혁을 주문하는 당국의 요구도 구조조정에 채찍이 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연초에 금융혁신안을 담은 업무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에서 “금융 부문이 고장 났다”며 강력한 개혁을 요구했다.

최 부총리는 금융위원회가 금융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핀테크, 인터넷은행 등에 대해서도 “이것 갖고는 안 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외환위기 전 금융개혁위원회가 실행했던 수준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역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도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가장 중요한 일은 금융개혁”이라며 “개혁을 구체화한 정책을 내놓고 힘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혼연일체로 금융개혁을 선도하자”고 요청했다.

이처럼 인력구조조정과 점포 통·폐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없애는 차원을 넘어 달라진 영업환경에 맞춰 미니점포, 복합점포 등으로 영업망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른 인력감축은 예고된 수순이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이 심해 구조조정이 순조롭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금융산업이 크게 위축됐고 실물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개혁만 주문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미래수익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사의 한 고위간부는 “은행이 수익성은 낮아지고 인력은 비대해지다보니 감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구조조정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최후의 카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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