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운을 입은 이발소 아저씨의 수동 바리깡’
‘물때 낀 허름한 세면대의 조그만 물조리’
‘하얀 거품과 긴 면도칼’
‘팽팽하게 당긴 수건으로 탈탈 털어주는 수건질’
베이붐 세대 남자라면 누구나 가물가물 한번쯤 생각나는 아버지를 따라 갔던 이발소의 기억들이다. 1960~70년만 해도 시골의 이발소는 대부분 시장 근처에 있었다. 머리를 자른 뒤 아버지는 짜장면을 항상 사주셨다. 그리고 게걸스럽게 먹는 아들의 그릇에 자신의 짜장면을 덜어주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 시절로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다. 이발소가 성행했던 시절 남자가 미용실에 간다는 것은 창피하기도 했고, 괜히 귓불이 붉어지는 것 같아 쭈뼛댔었다. 그 이유는 사내새끼가 쪽팔리게 여자들 가는 미용실에 간다는 비아냥거림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미용실에서 남자가 머리를 커트하는 일은 다반사가 되었고 이발소는 점점 사라지고 목욕탕에 딸린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처럼 이발소가 쇠퇴하고 미용실이 성행한 이유는 뭘까?
미용실은 커트를 비롯해 파마, 염색 등 다양한 헤어스타일 연출이 가능했지만 이발소는 패션과 유행에 민감한 미용업계를 따라잡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또한 깔끔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실내 분위기 등으로 고객만족도가 높은 데다 영업시간이 길고 대부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번창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미용실 재벌도 탄생했다.
아름답고 풍성한 모발은 자신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표현해 주고, 남자든 여자든 젊음과 건강의 상징인 동시에 성적 매력의 상징이다. 따라서 헤어스타일이 조금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여 모발은 이미지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가꾸게 된다.
삼색등이 돌고 있는 이발소, 점점 갈수록 찾기 힘들다. 그만큼 남자의 추억도 사라지고 있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컬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을 써오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항산화제 치료의 권위자이기도 한 그는 성장인자와 항산화제 탈모치료에 도입하여 주목할 만한 치료효과를 거두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