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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포스코…‘정준양 불똥’ 맞은 권오준號 순항할까

[심층취재] 朴대통령 레임덕 반전카드 희생양 된 ‘재계 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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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3.17 18:38:47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 사옥에서 열린 제47기 포스코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오준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척결’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칼날이 포스코그룹을 향하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은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이 이명박 전 정권과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 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상관없는 권오준 포스코 사장이 내건 최근 일련의 개혁드라이브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CNB가 때 아닌 ‘정준양 불똥’을 맞게 된 권오준호(號)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부패와의 전쟁’ 실체는 ‘레임덕과의 전쟁’
MB시절 묵은 카드 캐비넷서 꺼낸 특수부 
‘주인 없는 기업’ 포스코 첫번째 시범케이스
애먼 권오준호(號)에 불똥…개혁플랜 주춤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으로 국정 3년차에 시동을 건 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사정의 칼’을 뽑아들었다.

이번 ‘칼날’은 특정 현안을 겨누는 ‘원포인트 사정’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되면서 그 기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검찰 내 최고수사기구인 특수부가 사건을 맡았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건설의 100억원대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과 더불어, 이명박 정부 당시 포스코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09~2012년 하노이·호찌민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 10여건의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임원이 현지 하도급업체와의 짜고 계약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도급업체가 허위로 발급해준 가짜 매출전표와 세금계산서 등을 근거로 대금을 지급한 뒤, 다시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불법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자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를 캐고 있다. 당시 포스코의 베트남 사업에 ‘왕차관’으로 통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며, 사정당국은 이와 관련된 여러 건의 제보를 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포스코의 전현직 임직원들을 불러 비자금 조성 경위, 자금 흐름 등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또 포스코피앤에스(P&S)의 탈세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국세청은 2013년 세무조사를 통해 포스코가 철강 가공품을 생산하는 포스코피앤에스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13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밖에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포스코 주변에서 끊임없이 회자됐던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3월 부도 직전의 성진지오텍 지분 40.38%를 1593억원이라는 비싼 값에 인수해 배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인수 과정에 정권 실세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내사 단계에서 수사를 종료했었다.

숱한 의혹을 남기고 사라진 ‘양재 파이시티’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 지도 주목된다.

파이시티는 강남 노른자 땅인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3조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유통단지를 짓는 사업인데,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특혜 시비가 일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가 구속돼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번 포스코 수사는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사정 칼날에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틀어막고 3년차 국정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서렸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도 기업 비리와 공직 부패를 겨냥한 ‘고강도 전방위’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뚜렷한 주인이 없는 탓에 사정 바람이 불 때 마다 표적수사의 대상이 돼 왔다. 사진 왼쪽부터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포철 명예회장직을 박탈당하고 수뢰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박태준 명예회장, 같은해 6월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황경로 전 회장,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자진 사임한 김만제 전 회장,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유상부 전 회장, 2009년 초 세무조사 무마 청탁설로 중도 하차한 이구택 전 회장, 2013년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회장에서 물러난 정준양 전 회장. (사진=CNB포토뱅크)

권오준식 현장개혁 ‘올스톱’ 위기

이런 가운데 불씨는 전 정권이나 정 전 회장과는 무관한 권오준 회장에게로 옮겨 붙고 있는 모양새다.

권 회장은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기술총괄장(사장)을 거친 현장 엔지니어 출신의 CEO다. 정 전 회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3월 취임해 일련의 개혁플랜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권 회장은 그동안 자산 매각 등 몸집 슬림화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말 세아베스틸에 포스코특수강 지분 52.5%를 5700억원에 매각했다. 종속기업인 포스화인도 매각이 예정돼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포스화인 지분 69.2%(270만주)를 처분하는 계약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체결했다.

계열사들의 부동산도 팔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마산 대우백화점, 베트남법인이 추진 중인 토지 및 불용설비 유형자산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권 회장은 취임 2년차인 올해도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비핵심사업들에 대한 매각이 상당 수준 성과를 낸 만큼 해외 계열사로 경영혁신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 권 회장은 지난달 5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한 구조조정이 30여건이며, 이중 대략 정리된 것이 11건이고 나머지 20여건은 올해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 회장은 지난 13일 김학동 포항제철소장 등 총 6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개혁 드라이브에 탄력을 붙였다. 이번에 발탁된 부사장들은 권오준식 현장개혁을 진두지휘할 인물들로서, 정 전 회장 시절 구축된 친정 체제를 일신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권 회장의 혁신 플랜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권 회장이 지나치게 긴축경영을 강조하며 투자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온 터라, 경제살리기를 내걸고 기업들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권 회장이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비자금 조성이 전임 회장과 관련된 일이라 하더라도 권 회장이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이를 덮고 있었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북 영주 출신인 권 회장이 정준양 전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후배로 과거 정 전 회장의 상당한 신임을 받아왔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권 회장 또한 ‘사정거리’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빌딩. (사진=연합뉴스)

만만한 게 포스코? 바람 앞 촛불 신세

이처럼 포스코가 ‘부패와의 전쟁’에서 첫 번째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0년 9월 완전 민영화 됐지만 최대주주는 여전히 국민연금공단(8.26%)이다. 외국인 지분이 절반(51.8%)을 넘으며, 나머지는 개미주주들이다.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들은 정부가 손을 댈 수 없지만 뚜렷한 주인이 없다 보니 정부(국민연금)가 작은 지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에도 끊임없이 외풍에 시달려 왔다. 민영화 후 첫 회장인 유상부 전 회장은 다른 회사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산 게 문제가 돼 물러났다. 후임자인 이구택 회장도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중도 하차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준양 전 회장이 임기를 한참 남겨둔 채 돌연 물러나면서 청와대발(發) 외압 논란이 일었다. 

재계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어오는 ‘외풍’ 탓에 포스코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 해운, 건설 등 철강 수요업종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데다, 글로벌 철강산업이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며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중차대한 때에 부패척결의 시범케이스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계 서열 6위인 민간기업을 정부가 쥐락펴락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검찰수사가 포스코 길들이기나 레임덕 해소용이 아닌 비리를 바로잡고 쇄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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