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기자 | 2015.03.16 10:48:13
대우건설 ‘특별한 시공’…고풍스런 세련미
첨단 시설 갖춘 이용자 맞춤형 공간 조성
도서관측 “학생들 의견 반영한 최초 사례”
대학도서관은 학내 학생들과 연구자의 교육·연구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대학의 심장’이다. 또한 대학의 지성과 양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름에 걸맞는 도서관을 갖고 있지 못했다.
국내 최대 장서(약 460만권)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앙도서관이 지어진지 40년이 넘은 탓에 건물 및 설비 노후, 열악한 학습공간, 포화상태에 달한 서고 등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타 명문대학들과 단순 열람실 좌석만 비교해 봐도 서울대는 3354석에 불과해 고려대(9560석), 연세대(7379석) 등에 크게 못 미쳤다. 정보검색용 PC, 공동학습실 등 다른 시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관정도서관이 새롭게 지어지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본관(구 중앙도서관, 9227평)에 지상 8층에 연면적 8241평 규모의 관정도서관이 더해진 덕분에 국내 대학도서관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게 된 것이다.
특히 관정도서관은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건축학적, 내부시설적 측면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지어졌다.
우선 외형부터 살펴보면 외벽이 커튼월(비내력 칸막이벽)을 활용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디자인됐으며 본관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건축돼 고풍스러움과 세련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우건설, 교량건축 특수공법 적용
이러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특별한 시공기술인 리프팅&슬라이딩 공법을 사용했다. 이 공법은 지면에서 선조립한 철골트러스를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리프팅 공법과 가설레일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시키는 슬라이딩 공법을 함께 적용해 건물의 골조를 만드는 시공방법이다.
그동안 주로 교량건설 등 기존 대형 토목 현장에서 리프팅 또는 슬라이딩 공법 중 한 가지를 적용하는 경우들은 있었으나 건축 현장에서 두 가지 공법을 대규모로 동시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만큼 건축 과정부터 건축업계와 학계의 관심이 높았다.
이 건물의 기초가 되는 트러스는 길이 112m, 무게 700여톤에 이르는 트러스를 2개 합쳐 만들어졌다. 때문에 전체 무게가 1400톤이 넘는 거대한 트러스를 수십미터 들어 올려 정확한 위치에 체결하는 것은 고난이도 공정이기 때문에 시공에 어려움이 따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존 도서관(본관) 위로 관정도서관 상부층이 중첩되는데 1974년에 완공돼 낡은 기존 도서관에 새 건물을 올려 추가적인 하중을 줄 수 없었다”며 “건물 상부가 기존 건물에 의지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철골 트러스 공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우건설은 국내 최초로 최신 기술인 HSA800강을 트러스를 이루는 강재로 사용했다. 이 강재는 기존 강재보다 강성이 월등하게 우수해 기존 고강도 강재와 비교해도 70%만 사용하면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건물 내부 기둥의 두께를 줄여 공간을 확보하고 비용까지 줄였다.
관정도서관 외관에서 눈에 띄는 또 한 가지는 한쪽 면으로 18m 길이의 공간이 튀어나와 공중 30m 높이에 떠있는 특색 있는 설계이다. 대우건설은 지면에서 받쳐주는 기둥이 연결되어 있지 않는 이 공간에 캔틸레버 트러스를 사용했다.
현장을 책임졌던 류희광 소장은 “관정도서관 건축은 새로운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공사로 건설업계에도 큰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도전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현장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성공적으로 공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학생들이 토의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학습실인 그룹스터디룸(47실), 자유학습 및 소통의 공간인 스터디 가든(250석), 회의나 학회 등을 위한 컨퍼런스 룸인 양두석홀(100석), 교수 자료 열람 및 소통 공간인 패컬리 라운지 등이 2~4층에 마련돼 있다.
6층에는 각종 영상·음악자료가 배치된 멀티미디어 플라자(92석), 영상물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강의나 소그룹이 이용할 수 있는 소극장(32석), 검색, 출력, 편집용 PC 프린터가 갖춰진 120석 규모의 정보검색실이 있다.
7~8층에 위치한 1786석 규모의 대형열람실에는 내부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책들을 다수 배치해 시험공부용 독서실이 아닌 공부와 독서를 아우르는 열람실을 구현해냈다. 또한 바닥 전체에 온돌을 깔아 추운 겨울에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다리가 춥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특히 해당 층에는 개인 열람실인 캐럴도 80석이 갖춰져 있다. 캐럴은 가장 많은 자료를 찾아봐야 하는 박사과정 논문작성자들이 넓은 개인 공간에서 도서관의 각종 자료를 살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관정도서관 최미순 선임 주무관은 지난 12일 CNB와 만나 “최근 지어진 타 대학 신축 도서관의 경우 회사의 컨설팅을 받아 다 비슷하지만, 우리는 컨설팅을 받지 않고 학내 교수진 중심의 내부 위원회를 구성해 건축과정 전반에 걸쳐 건축사무소, 시공사 측과 꾸준히 접촉해 협업의 방식으로 학교 특성에 맞는 이용자별 맞춤형 공간을 만들어 냈다”며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는 사서들과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국내 최고의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이날 관정도서관 로비에서 만난 박예나(가명·22)씨도 “새롭게 지어진 시설이어서 그런지 쾌적하고 여유 있는 공간이 좋다”며 “앞으로 공강 시간마다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관정’이라는 이름은 2012년 5월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의 600억원 기부로 관정도서관 신축이 현실화 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관정은 이 이사장의 호다. 내부 공간 및 시스템 재원 마련에 들어간 90억원은 서울대 교직원, 동문, 학생, 외부 인사 등 700여명이 참여한 ‘네이밍 캠페인’을 통해서 마련했다. 네이밍 캠페인은 1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낸 기부자의 이름을 도서관 내 책상, 의자, 서가 등에 새기는 것을 말한다.
(CNB=허주열 기자)
삼영화학그룹 설립자 이종환 이사장은 누구?
이종환(91)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은 1958년 삼영화학그룹을 설립,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인 ‘극초박 필름’을 개발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 이사장이 본격적인 장학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0년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만든 이후부터다. 당시 그는 “후손에게 황금 한 광주리보다 책 한권을 물려주라”는 조상의 가르침에 따라 장학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이사장이 재산의 대부분인 8000억원을 쏟아 부어 동양 최대의 장학재단이 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현재까지 5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110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2012년에는 서울대학교 신축 도서관 건립을 위해 600억원을 쾌척, 서울대가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