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풍성한 모발은 자신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잘 표현해 주고, 젊음과 건강의 상징인 동시에 성적 매력의 상징이다.
탈모인들에게는 무한 동경의 대상이자 자신을 잘 드러내는 패션의 하나인 모발(Hair, 毛髮). 동양과 서양에서 바라보는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동양에서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신체는 물론 머리털도 부모에게서 물려받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 생각하여 관모나 갓을 써서 보호하였다. 따라서 관모를 벗기거나 상투를 풀게 하는 것은 마치 옷을 다 벗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를 큰 수치감으로 생각했다.(사극 드라마를 보면 죄인에게 상투를 풀게하는 이유였다)
따라서 머리털을 손상시키거나 자르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실례로 조선말 을미사변(乙未事變)이후에 정부에서 단발령을 내리자 많은 선비들은 '목을 자를지언정 머리카락을 자를 수는 없다’고 분개할 정도로 강력하게 반발하여 의병을 일으켜 대항하였고, 이를 주도한 김홍집 내각은 무너졌고 결국 김홍집은 피살되었다.
서양에서도 동양처럼 모발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비슷하지만 관점은 사뭇 다르다. 서양에서 모발은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권력 상징의 연장선으로 생각했고, 왕들이 왕관으로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듯이 귀족들과 높은 상류층은 신분과 지위, 연령에 따라 독특한 머리모양을 하였고 헤어스타일을 가꾸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다.
따라서 화려하고 풍부한 헤어스타일은 그 시대의 지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지금도 존재하는 영국 법조계의 권위를 상징하는 위그(Wig)이다. 통칭 ‘배리스터스 위그(Barristers wig)’로 불리는 이 가발은 말갈기 모양으로 재판관과 법정 변호사들이 재판 때 착용한다. 이 가발을 착용함으로써 재판관의 권위를 드러내고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이들로부터 보복 행위를 막고 신분을 보장하는 증표였다. 위그가 시대착오적이고 위압감을 준다는 이유로 폐지론이 대두되었지만 지금까지도 형사재판에는 착용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은 모발의 상징적 의미 뿐만 아니라 탈모의 원인도 다르게 생각하였다.
자신도 탈모환자였던 히포크라테스는 탈모와 성호르몬과의 관계를 인식하여 사춘기 전에 거세를 하면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그는 머리 뒤쪽과 측면에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 부위를 “히포크라테스 환”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현재 의학적으로 보면 탈모는 테스토스테론이 5-환원효소에 의해 DHT로 전환되어 전두부와 정수리 탈모는 일으키지만 뒷머리와 옆머리는 탈모가 없다는 것을 설명한 것으로 호르몬에 의한 유전적인 것이 강조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髮者血之餘(발자혈지여)라 하여 머리카락은 혈(血-피)의 나머지로서 혈(血)을 그 영양분으로 하는데 이 혈(血)에 문제가 있으면 탈모의 원인이 된다고 기록했다.
현재 의학적으로 보면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로 혈액이 오염되거나 스트레스 등에 의해 두피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탈모가 발생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환경적인 요인이 강조된다.
동양에서는 머리털을 부모가 물려준 소중한 자산으로 선천적인 것을 강조했지만, 서양에서는 권력과 지위의 상징으로 환경적인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원인은 반대로 동양에서는 환경적인 요인에서 보았고, 서양에서는 선천적인 요인에 의한 유전적인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탈모는 어떤 관점에서 보던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큰 스트레스임은 분명했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컬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을 써오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항산화제 치료의 권위자이기도 한 그는 성장인자와 항산화제 탈모치료에 도입하여 주목할 만한 치료효과를 거두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