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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제의 ‘닭의 인문학’

행복을 주는 ‘꿩 보다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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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민수기자 |  2015.02.16 16:36:10

맛으로 멋을 내는 시대다. 맛의 멋은 건강과 예술이 다 포함된다. 시민의 대표적 먹거리가 닭이다. 예전에는 귀한 손님을 위한 히든카드가 닭이었다. 이제는 식탁의 친한 친구가 되었다. 


최선책과 차선책 중 무엇이 좋을까. 행복 측면에서는 차선책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최선책은 1등주의와 연관이 있다. 1등은 운이 따라야 한다. 한 치의 틈도 없어야 한다. 틈이 없으면 숨 막힌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이겨내야만 앞서 갈 수 있다. 하지만 100 명이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모두가 1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명만이 1등이다. 99명은 실망과 좌절, 때로는 절망을 한다. 객관적으로 아주 뛰어난 사람도 패배자가 되고 낙오의 아픔을 겪는 이유다.


사업도 그렇다. 필자는 토종 음식 등 우리의 먹거리에 많은 관심이 많다. 최고의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넘쳤다. 좋은 평가도 얻었다. 그렇다고 사업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젊은 날은 이해하지 못했다. 원통해 했다. 그런데 나이가 쉰이 넘어가면서 받아들이게 됐다. 1등과 성공은 한두 가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았다. 수많은 변수가 있다. 그 변수마저도 자기편이 되어야 성공한다.


필자는 어느 순간 성공에 대한 눈높이를 바꿨다. 성공을 행복 관점에서 접근했다. 최선 보다 차선이 더 여유롭다. 행복은 물질이든, 마음이든 여유로울 때 온다. 닭의 맛에 빠지면서 여유를 찾았다. 닭을 더욱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즐기는 법을 연구하는 동안 행복했다. 이때는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닭 음식 자체가 목적이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최근 많은 인기를 끄는 수뿌레 닭갈비 아이디어도 냈다.


이 무렵에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함을 알았다. 아주 쉬운 진리를 20여 년 간 잊고 있었다. 이를 알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늘 신기루처럼 가까이 할 수 없었던 돈도 조금씩 찾아 들어왔다. 닭을 접하면서 행복을 알게 된 것이다. ‘꿩 보다 닭’의 높은 철학을 깨달았다.


옛 사람은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꿩 보다 닭’의 속담에서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정약용은 이담속찬(耳談續纂)에서 치지미포 계가미수(雉之未捕 鷄可備數)라고 했다. 직역하면 ‘ 꿩은 잡지 않았지만 닭은 몇 마리 준비할 수 있다’이다. 원래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것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꿩 대신 닭이다.


직장생활이 힘든가. 취업이 버거운가. 퇴직 후가 고민인가. 친구 관계에 고민이 있는가. 그렇다면 한 번쯤은 근처의 식당에서 닭갈비에 소주 한 잔을 걸치는 게 좋을 듯하다. 최선 보다는 차선, 꿩 보다는 닭을 생각하면 자신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워 질 수 있다. 삶이 뭐 별거 있는가. 꿩 대신 닭으로 여유를 찾으면 마음만은 ‘꿩 대신 학’이 아니겠는가. (백민제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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