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악재에 빠졌다.
고객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해 보험사에 판매한 혐의로 도성환 사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6명이 불구속 기속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한국YWCA연합회·녹색소비자연대·한국YMCA전국연맹 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와 회원들은 공동으로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는 홈플러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따져보자.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등을 빙자해 고객 개인정보 2400만여건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게 팔아 무려 231억7000만원이라는 불법 수익을 올렸다.
범행 방법을 보면 기가 막히다. 보험사에게 팔기 위한 개인정보 장사라는 것을 일체 숨기고 사은행사인 것처럼 위장했다. 당첨자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낸다고 했지만 알리지 않았고, 고가의 경품이 걸린 1등과 2등에게 연락을 전혀 취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설사 당첨된 사실을 개인 스스로가 알아서 연락을 해도 해당 경품 대신 홈플러스 상품권 등 다른 물품을 대체해 지급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사과문을 내놓긴 했다. 우선 경품 미지급·개인정보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법령과 업계 보편적 기준에 부합하는 문구로 고객 동의를 받은 부분과 업계에서 유사하게 진행하는 마케팅 활동을 범죄행위로 본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과정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재판부의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고 밝힌 것.
소비자를 기망하고 우롱한 행위에 대한 사과라고 받아드리기에는 힘든 모양새다. 물론 억울한 부문 있다면 따져야겠지만 굳이 사과를 하면서도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이 같은 태도에 대해선 비난도 일고 있다.
더욱이 홈플러스는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소비자 보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결국 소비자들이 뿔났다.
소협 소속 10개 단체는 지난 9일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홈플러스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향후 전국 매장을 직접 찾아가 적극적인 불매운동을 펼치는 등 홈플러스 규탄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비도덕적 기업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손해배상도 추진키로 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소협 관계자는 10일 CNB에 “홈플러스 측에서 피해를 보상해주지 않고 있어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며 “10개 단체별로 나눠서 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를 가지고 장사에 나선 홈플러스에 대한 사법적 징벌은 차치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속아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소비자들의 피해구제는 요원하다.
사실 개인 소비자가 기업에 맞서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홈플러스 사건을 계기로 경실련 등을 주축으로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증권관련 분야에만 한정돼 적용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에 도입이 시급하다. 반짝 사과만하고 정작 피해보상에는 뒷짐을 지는 행태가 사라지려면 기어이 집단소송제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