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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전 부지 ‘세금폭탄’ 피했지만…기업별 ‘희비쌍곡선’

[심층취재] 삼성계열사 인수한 한화그룹과 엇갈린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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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2.10 11:04:00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기업이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정부가 과세 방침을 정하면서 현대차와 한화그룹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추진중인 대규모 신사옥 건립은 투자로 인정돼 ‘세금폭탄’을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화그룹이 최근 삼성 계열사를 인수하는데 들어간 지분매입 비용은 세금 혜택을 못 받게 됐기 때문이다. (CNB=도기천 기자)

신사옥·부대시설 건립 ‘곳간세’ 부과 않기로
일정기간 내 착공하면 ‘업무용 투자’ 인정
박원순 서울시장, 세금폭탄 카드 ‘만지작’
한화의 삼성계열사 인수는 원칙대로 과세

정부는 설 이전에 발표 예정인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담은 세법 개정안 시행령의 시행규칙에 ‘업무용 부동산’의 범위를 대폭 넓힐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 관계자는 9일 CNB와 통화에서 “여러 기업의 사례와 요구, 제도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가이드라인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기업이 업무용으로 신·증축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10%의 세율로 과세한다. 사내유보금이 투자되도록 유도해 경기활성화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곳간에 돈을 쌓아두지 말고 시중에 풀란 얘기다.

기업들은 ‘이중과세’라면 반발해 왔지만 정부는 지난해 연말에 과세방침을 확정했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투자’의 범위를 사업용 유·무형 고정자산으로 분류했다. 이를 제외한 자산이 부과대상이다.

유형고정자산은 기계장치, 차량·운반구, 공구 등을 비롯해 업무용 건물 신·증축 건설비, 토지(업무용 건물 신·증축 부지에 한정) 등이다. 무형고정자산은 개발비, 특허권·상표권·광업권 등(영업권 제외)이다.

하지만 업무용 건물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공장·사업장 등으로만 명시해 어디까지를 업무용(투자)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그동안 논란이 돼 왔다.

사옥과 부대시설은 그 자체가 영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사업용도이므로 당연히 업무용이 맞다는 주장이 대세였지만, 일각에서는 업무용 부동산의 범위를 사옥 건립 등으로 넓혀준다면 경기침체로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설비 투자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대차가 서울시에 제안한 한전부지 개발 구상 계획 모형도(안) (서울시 제공)

신사옥 內 호텔도 업무용?

현대차가 지난달 30일 서울시에 제출한 사전협상 제안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용적률 799%가 적용된 지상 115층(높이 571m) 건물에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을 포함한 업무시설, 전시컨벤션 시설, 호텔, 판매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신사옥은 2개 동으로 조성된다. 115층 본 사옥 옆에는 각각 5층짜리 건물과, 7층짜리 아트홀이 붙어 있고, 옆의 62층 건물에는 호텔을 짓는다. 사옥과 전시·컨벤션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컨벤션센터에서는 자동차 판매도 이뤄질 예정이어서 업무용 부동산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호텔건물을 업무용으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한전 부지처럼 복합 개발하는 경우 종류별로 다른 규정을 적용받는다면, 호텔 등 일부 부지에 대해서만 비업무용으로 과세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시점부터 실제 투자로 인정하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기재부는 기업이 토지 매입 시점부터 일정 기간 안에 업무용 건물 신·증축을 위해 착공하면 투자로 인정해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부지를 매입하더라도 건축 인·허가까지는 통상 1~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일정 기간 안에 착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향후 투자될 비용(건축비 등)에 대해 환류세를 매기지 않겠다는 것.   

현대차는 오는 9월까지 부지매매 대금 10조 5천억원을 한전 측에 납부할 예정이다. 인·허가를 받아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는 건 1~2년후 쯤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개발계획을 두고 서울시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되면 그만큼 착공 시기가 늦춰지게 돼 세금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가 서둘러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도 최대한 착공시기를 앞당겨 과세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전 부지는 상업시설 개발이 불가능한 3종 주거지역으로 묶여 세울 수 있는 건물 높이가 5~6층으로 제한돼 있다. 서울시는 이를 상업용지로 바꿔주는 조건으로 부지 구매자로부터 부지의 40%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용도로 쓸 계획이라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한전 부지를 비롯, 기업의 업무용 토지 개발 인·허가 진행상황 등을 조사해 과세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늦어도 2016년까지 한전 부지 개발 인·허가를 내주기로 한 만큼, 이를 감안해 과세기준(시행규칙)을 만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사업계획이 수립돼 있고 토지비용을 9월까지 완납할 계획이지만 인허가까지는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과세당국이) 충분히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입장을 고려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서울시에 제출한 신사옥 평면도(안) (서울시 제공)

정몽구 회장 신의 한 수?

현대차의 한전부지 개발비용 대부분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일부 주주들이 제기해온 ‘배임’ 논란도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자 일부 주주와 시민단체는 현대차 이사회와 경영진이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한 소액주주로부터 고발 당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동안 주식을 매각했다.

하지만 한전부지 투자로 인해 세금폭탄을 피하게 된다면 주주들의 배임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과거에도 주요 고비 때마다 허를 찌르는 수를 내놓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은 바 있다”며 ”이번에도 정부 과세를 미리 예측하고 ‘신의 한 수’를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를 인수한 한화그룹의 인수합병(M&A)을 위한 지분 매입은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원에,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를 1조600억원에 각각 인수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분취득(기업합병 시 대가지급액)에 대해서는 기존자산 매입 성격인 점을 감안해 투자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화 입장에서는 투자로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 있는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것일 뿐이므로 기업소득환류세제상 투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세현 S회계법인 컨설턴트는 “기업의 과다한 사내유보금을 투자로 유도해 경제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에 기여토록 하겠다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리되, 기업들에게 과다한 세금부담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아울러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업무용 부동산’의 범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의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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