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관련법에 명시된 인근 상인들과의 상생협약에는 아무런 진척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CNB가 서울시와 롯데의 세부개발계획안을 단독입수, DMC 최대 쇼핑몰 사업의 향배를 살폈다. (CNB=도기천 기자)
연면적 7만평 대형복합쇼핑몰 착공 초읽기
도로점용 놓고 서울시-롯데 13개월 줄다리기
3개 필지 지하면적 전면 개발 ‘조건부 허용’
재래상인들 “서울시·롯데 협상에 상인회 왕따”
롯데가 추진 중인 복합쇼핑몰은 상암DMC 지역 중 지하철 6호선, 공항철도, 경의선이 모두 지나가는 트리플 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다. DMC에서 노른자위로 꼽히는 자리다.
상암DMC는 서울시가 10여년 전부터 국내 IT·미디어산업의 메카로 조성하고 있다. MBC글로벌미디어센터(MBC상암신사옥), YTN, SBS프리즘타워, KBS미디어센터, 한국경제신문·TV, 중앙·조선·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방송국 등이 이미 입주했거나 조만간 입주를 앞두고 있다.
CJ E&M, LG CNS, LG U+, 팬택R&D센터, 누리꿈스퀘어 등 IT·미디어 관련 수십개 기업도 이곳에 신사옥을 지어 자리를 잡았다. 또 거주 시설로는 분양·공공임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1만여 세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는 최근 몇 년새 기존 백화점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복합쇼핑몰 사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장사가 될 만한 요지를 찾아 치열한 부지확보 경쟁을 벌여 왔는데, 이런 차에 롯데가 차지한 상암 노른자위는 유통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3년 초 서울시로부터 상암DMC 내 상업용지 3필지를 불하받아 복합쇼핑몰 사업에 착수했다.
롯데가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제출한 ‘특별계획구역(I3·I4·I5)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의 부지 면적은 2만3741㎡, 영업면적은 23만1611m²(약7만200평)에 이른다. 표준규격 축구장(105m×68m) 32개 크기다.
롯데는 이 부지에 총 5000억원을 들여 백화점을 비롯, 롯데시네마(영화관), 대형마트 등을 지을 예정이다. 3개 필지에 각각 13~20층 높이의 건물을 지어 판매시설을 비롯, 문화·숙박·업무·의료시설 등 다양한 업종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지하는 7층까지 파들어가 주차장, 판매시설, 공익시설(공공기여) 등을 갖춘다.
당초 롯데는 올해 말까지 쇼핑몰을 완공해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필지와 필지 사이에 있는 2개의 이면도로 및 지하공간을 점용면적에 포함해 달라’는 롯데의 요구를 거부하는 바람에 설계를 번복해야 했다.
롯데는 서울시로부터 불하받은 3개 필지(I3·I4·I5)가 도로로 분리돼 있어 통합된 하나의 건물로 짓기 위해서는 도로 점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에 걸맞는 위상과 규모를 갖추려면 통합건축물이 절실했던 것.
각 필지의 규모는 6162㎡, 6319㎡, 8162㎡다. 이를 합치면 2만644㎡ 규모다. 롯데는 여기다 도로면적 3097㎡을 보태 총 2만3741㎡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롯데 측이 제출한 건축설계도면을 다시 돌려보냈다. 시는 2013년 10월경 작성된 검토의견서에서 “롯데의 계획은 도로지상 및 지하 전 면적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공공의 이익에 반(反)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하면적(연결통로) 사용은 일반인이 이용하는 공공용 지하보도와는 다르며 향후 공공용 지하 매설물 설치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지하철역사 등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공공용지하보도 성격이 아니므로 허락할 수 없다는 것.
또 지상도로 바로 위(2층)에 건물 간 연결통로를 설치하려던 계획에 대해서도 “사실상 도로점용이나 마찬가지”라며 거부했다.
도로점용허가란 도로법 제38조에 의거, ‘도로의 구역 안에서 공작물·물건 기타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기타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는 행위를 허가하는 것’을 이른다. 전신주·우체통·공중전화 등 국가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주차장 진·출입로 확보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허가 나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롯데는 다시 설계에 착수했고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13개월간 서울시 관련부서와 마포구청, 시 산하 DMC관리위원회와 협상을 벌였다.
수십 차례 실무협의 끝에 서울시와 롯데는 지상연결통로(구름다리)를 애초 계획보다 지면에서 대폭 높이는 것을 전제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지난해 11월경 조건부로 롯데의 제안을 수용, 주민공람에 들어갔다.
CNB가 입수한 서울시의 ‘DMC 복합쇼핑몰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안) 자문결과’에 따르면, 시는 지상 연결통로 높이를 지면으로부터 12m이상 유지토록 했다. 통로 너비도 10m 이상으로 확장토록 했다. 또 통로 내 공중정원과 시민휴게공간 조성, 상업시설 설치 불허 등도 옵션으로 걸었다.
특히 서울시는 “롯데가 (지상연결통로와 관련된) 시의 요구를 따를 경우, 지하 면적의 전면 개발을 허용한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롯데가 불하받은 각 필지의 면적을 합치면 2만644㎡ 규모인데, 여기에 지상도로면적 3097㎡을 보태 총 2만3741㎡의 지하면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하철 역사와 인접해 건물이 신축된 경우, 건물 지하와 지하철역이 연결된 경우는 있지만 이는 지하철이용객과 건물이용객이 섞여 공공성이 보장된 경우다. 롯데의 쇼핑몰은 지하철과 아무 상관이 없다.
당초 서울시 환경개선과는 “공공용 지하매설물 설치 등 향후 공익적 개발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롯데의 지하면적 전면 사용 요구에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서울시는 롯데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지하면적의 일정부분을 ‘공공기여 용도’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마포구가 주민의견을 수렴해 롯데와 사전 협의토록 했다.
시가 예로 든 방안은 ▲지하1층 중소기업(사회적기업)코너 마련 ▲거주자 우선주차 ▲폐점 이후 주차장 개방 ▲DMC입주기업 주차할인 등이다.
신종갑(42) 마포구의원은 21일 CNB에 “롯데쇼핑몰의 지하면적 중 일부를 공익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지역내 사회적기업들의 자생력 및 네트워크 강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주민의견을 수렴해 마포구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와 롯데가 이번 안을 확정지으면서 인근 상인회와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롯데쇼핑몰 예정지 바로 앞에는 1백여개의 동네 가게들이 골목 양쪽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상암택지지구가 조성되면서 상암동 대부분이 개발됐지만 아직도 2~42번지 일대는 옛모습 그대로다. 이들은 대부분 수십년간 이곳에서 ‘동네 장사’를 해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기업 유통업체가 들어서려면 해당 지역(반경 1km 이내) 상인회와 상생협약(지역협력계획서)을 맺도록 하고 있다. 이곳 가게들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거, 마포구청에 상암동상가번영회(정식명칭 상암동상점가)로 등록돼 있다.
마포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21일 “대기업 유통점이 입점해 영업허가를 받으려면 관할 구청에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일명 상생협약)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 롯데 측으로부터 접수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롯데가 다양한 판매점들을 입점시킬 경우, 동네상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골목에서 20여년간 중국집을 해온 정광욱(54)씨는 “동네 상인들은 롯데쇼핑몰과 업종이 겹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며 “롯데 측에 입점업종 제한, 교통혼잡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신종갑 의원은 “쇼핑몰이 오픈 되면 골목 밥집들은 푸드코트에, 동네슈퍼·옷가게·철물점 등은 대형마트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쇼핑몰 건축설계 확정에 앞서 품목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교통대책 등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아직 설계 단계라 시기적으로 상생협약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에서 (상인회와) 협의가 없었지만, 조만간 쇼핑몰 건립이 본격화되면 지역 상인들과 성실히 상의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롯데 측의 건립계획은 지난 9일 주민공람을 마쳤다. 마포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DMC관리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건축허가가 최종 결정된다. 이미 서울시와 롯데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만큼 큰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안에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