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강우권 기자) "창원대 양궁부와의 훈련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7일 오전 창원대 양궁부의 훈련장. 소한을 하루 지난 차가운 날씨 속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장애인들의 자세를 꼼꼼히 살피고 고쳐야 할 점들을 이야기해 주는 비장애인들은 창원대 양궁부의 선수들과 이순미 감독이다.
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장애인들이 창원대 양궁부와의 양궁훈련으로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창원대학교(총장 이찬규)는 양궁부 이순미 감독과 학생들이 창원대 양궁훈련장에서 창원과 김해, 양산 등 도내 장애인 양궁선수를 꿈꾸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3차례 양궁교육 재능기부를 실시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창원대 양궁부와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에서 재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양궁을 통해 첫 인연을 맺은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원곰두리체육센터는 2012년 초 창원대 양궁부에 장애인 재활체육의 일환으로 양궁수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장애인들이 체육센터 내 실내양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지만, 장소가 협소하고 전문 지도자가 없어 선수의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창원대 양궁부 이순미 감독은 그 즉시 체육센터에 나가 장애인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들의 훈련을 함께했다. 이후 2013년 말까지 2년 동안 전국장애인체전을 비롯한 각종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러나 체육센터의 실내연습장에서만 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중증장애인들의 재활과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야외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 감독은 대학본부와 체육학과 임인수 지도교수에게 양궁부 선수들의 재능기부를 제안했고, 선수들이 연습을 쉬는 시간에 창원대 양궁훈련장을 장애인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대학의 지원 속에 작년부터 창원곰두리체육센터 장애인들은 창원대 양궁훈련장을 직접 찾아와 매주 3차례 정도 이 감독과 양궁부 선수들의 전문적 지도를 받고 있다. 이 감독과 선수들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훈련용 양궁장비까지 제공하고 있다.
현재 창원대 훈련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이대열(49), 권지택(48), 박기완(39), 강봉훈(32) 씨등 4명. 이들은 모두 건강한 ‘상남자들’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중증지체장애인이 돼 휠체어를 타거나 의족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이들에게 양궁은 재활의 의미만이 아니다. 하나같이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절실함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현장에서 대형트럭을 몰았던 최고참 이대열 씨는 2010년 운전 중 로드킬을 피하려다 낭떠러지로 추락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이후 인생을 포기하려던 순간에 우연히 양궁을 만났고, 장애인 양궁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씨는 “장애인이 되면서 직장을 잃고 살아야할 이유까지 흔들렸지만 양궁을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가족들과 창원대 식구들, 고마운 모든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아직 장애인 양궁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둔 적이 없는데 동료들과 함께 입상을 하는 게 꿈이다"고 했다.
재능기부를 하는 창원대 양궁부 5명의 학생들 역시 장애인들에게 오히려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창원대 양궁부 이순미 감독은 “엘리트 양궁선수인 학생들도 장애인들의 코치를 맡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멘탈 스포츠’인 양궁의 선수들이 “장애인 분들에게 나태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투지를 되새긴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대통령기양궁대회에서 여대부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인 양궁부 주장 김영경 학생도 “선수 개인의 영예도 중요하지만 재능을 나누는 것 역시 큰 가치와 보람이 있다”며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훈련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창원대는 대학의 지원을 통해 이들의 양궁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올해부터는 여성 장애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