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기자 | 2014.12.31 08:53:15
2014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된 키워드는 슬픔과 충격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사회의 시계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는 건국이념, 자유민주주의의 토대가 세월호 주범인 ‘관피아’ 앞에서 송두리째 무너졌다. ‘가만히 있으라’로 회자되는 희대의 슬픈 유행어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로 승화돼 우리 가슴을 때리고 있다.
대통령의 소통 부재는 소위 비선실세들을 활개 치게 만들었고, ‘땅콩회항’으로 회자되는 재벌기업의 모럴헤저드는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군(軍)에서는 폭행과 성추행이 난무했지만 정쟁에 휘말린 정치권은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이제 숱한 아픔을 뒤로 한 채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아왔다. CNB는 지난 한 해를 돌아봄으로써 언론이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제 역할을 했는지, 외압에 물러선 적은 없는 지, 정론직필을 벗어난 적은 없는 지를 철저히 성찰하고자 한다.
이에 CNB가 지난 한 해 동안 취재한 수많은 아이템 중 단독보도한 뉴스 10개를 선정했다. 모두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들이다. 이를 돌아봄으로써 험로(險路)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자 한다. 지역과 세대, 진보와 보수가 아닌 오직 진실만을 보도하겠다는 CNB의 새해 다짐이기도 하다. (CNB=도기천 기자)
그물처럼 얽힌 농수산물 유통망…언론 최초 탐사 취재
서울시 산하 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이 경매 방식을 축소하고 출하주와 중도매인 간 직접 거래를 확대하면서 농어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을 단독 취재했다. 전국 최대규모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내에서 그물처럼 얽혀있는 농수산물의 유통망을 언론 최초로 심층보도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보도가 나간 뒤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의회, (사)수산비상장품목협회, 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의 항의와 격려가 빗발쳤고 여러 단체에서 해명자료를 보내왔다. 내막을 전혀 몰랐던 시민들의 문의가 쏟아졌고, SNS를 타고 기사가 급속히 퍼졌다. (관련기사 : [단독]박원순 서울시장 ‘도매시장 경매 축소’ 논란 일파만파)
한전의 경량전봇대 보급사업 좌초된 전말 단독보도
한국전력공사가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경량전주 보급사업’이 무산된 내막을 심층취재했다. 이 사업은 전국 800여만개에 이르는 콘크리트 전신주를 친환경 경량 소재인 FRP로 교체하겠다는 장기 과제로 10여년전 기획됐지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리는 등 논란을 빚다 좌초됐다. 올해 초 한전은 경량전주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 했지만 충돌 실험에 실패하면서 전면 백지화 됐다.
CNB는 FRP전신주 개발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한전의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수년간 한전과 소송을 치른 창원기능대 김조권 교수의 기막힌 사연을 통해 공기업의 고질적인 관료주의 병폐를 고발했다. (관련기사 : [단독]경량전주 보급 딜레마 빠진 한전…10년 개발 ‘공염불’)
항공대 르포…비행장 이전 얽힌 사연 ‘충격’
한국항공대학교가 지난 60여년간 비행훈련을 실시해온 수색비행장을 제주도로 이전하게 된 사연을 두 차례에 걸쳐 단독 보도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지 부산에서 설립된 항공대는 우리나라 항공역사의 한 축이었고, 그 중심에 항공대와 함께해온 수색비행장이 있었다는 점에서 비행장 이전은 항공역사의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CNB는 학교 측이 갑작스레 이전을 결정하는 바람에 훈련차질을 빚게 돼 항공안보가 구멍났다는 점, 훈련생들이 지역이기주의의 희생양이 된 사실 등 가려진 이면을 집중 조명했다. (관련기사 : [단독]소음은 멎었지만…항공대 비행장 이전 ‘빛과 그림자’)
LH공사의 ‘이상한 주택가격’ 연속 보도
LH공사가 공공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을 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반분양아파트 보다 높은 기준가를 적용한 사실을 수차례에 걸쳐 단독 보도했다. 임대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그림의 떡’이 돼 버린 ‘분양전환 아파트’를 통해 정부의 공공물량 공급정책의 허상을 공개했다.
기사가 나간 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실태파악에 나섰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청래 의원이 LH공사와 주민들 간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끝내 진실(분양원가)은 공개되지 않았고, 거리로 내몰린 일부 입주민들은 LH공사와의 힘겨운 소송에 들어갔다. (관련기사 : [단독] LH공사 상암휴먼시아 ‘이중분양’ 논란 일파만파)
대형마트 성희롱 사건 재조명…‘을’의 눈물 닦아줘
지난 2월 홈플러스 간부가 입점업체 여직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하면서 시작된 홈플러스 대구칠곡점 ‘성희롱 사건’을 밀착 취재했다. 이 사건은 피해 여직원에 대한 부당해고 의혹, 경찰의 홈플러스 칠곡점 압수수색, 손해배상청구, 명예훼손 재판 등으로 이어졌다.
CNB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피해여성 차모 씨를 통해 사각지대에 놓인 대형마트 여성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조명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기록 등 사건 관련 자료들을 단독입수, 사건의 전말을 파헤쳤다. (관련기사 : [단독] 홈플러스 칠곡점 ‘성희롱·부당해고사건’ 일파만파)
사랑의교회 비리의혹 최초 제기…대형교회 각성 촉구
신도수 10만여명의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가 담임목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교회 공식계좌에서 사라진 6억500만원의 행방을 CNB가 단독 추적, 보도했다. 2008년 사라진 이 돈에 대해 오정현 담임목사 측은 북한 선교를 위해 북측 정부에 송금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 교인들은 개인 횡령이라며 오 목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CNB는 2013년 12월 이 사건을 언론 최초로 보도했고, 올해 초 후속보도했다. CNB보도 후 SBS ‘궁금한 이야기 Y’(1월10일), MBC ‘PD수첩’(5월13일) 등 공중파 방송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12월 10일에는 사랑의교회를 비롯, 한국교회의 세속화 문제를 풍자한 영화 ‘쿼바디스’가 사랑의교회 측의 소송 압력에도 불구하고 개봉됐다. CNB보도는 대형 교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불씨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련기사 : [단독]사랑의교회, 평양發 ‘50만불 영수증’의 비밀)
건국대 사태 조명…거대사학 그늘에 가린 ‘교피아’ 질타
검찰이 지난 8월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다시 불거진 건국대 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건국대를 상대로 감사를 벌였으며, 검찰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졌다. 검찰 수사 결과 일부 비리혐의가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건국대 이사회는 김 이사장의 연임을 결정했으며, 한술 더 떠 김 이사장의 맏딸 유모 씨를 신임 이사에 선임했다.
건국대 노조와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등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사회 결정에 맞서 김 이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CNB는 이 과정을 수차례에 걸쳐 단독보도, 학교법인의 전횡의 고발하는 한편 거대사학 앞에 한없이 작아진 교육부를 질타했다. (관련기사 : [단독] 비리혐의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 연임 가결 논란)
사랑·희망·나눔…소아암어린이 돕기 후원전 개최
CNB뉴스와 CNB저널, SPACE(공간)를 발행하고 있는 CNB미디어그룹(이하 CNB)의 네 번째 ‘소아암어린이 돕기 후원전’ 행사가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렸다.
CNB는 그동안 병마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전시회를 꾸준히 열어 왔다. 2010년 7월 세브란스 심장혈관 병원과 손잡고 ‘심장병 어린이 돕기’ 행사를 연 것을 시작으로, 2011년 5월 서울대어린이병원, 2013년 세브란스병원과 각각 ‘소아암 어린이 돕기’ 후원전을 열었다.
암에 맞서 싸우고 있는 어린이들을 예술의 힘으로 돕자는 취지 아래 작가 28명이 작품을 내놨다. 100여곳의 기업과 단체에서 쌀 화환 등을 보내 후원에 동참했다. 모여진 쌀은 경기도 고양시의 새터민(탈북주민) 가족들에게, 후원금 전액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각각 전달됐다.
언론사의 보여주기식 각종 협찬 행사가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때에 진행된 CNB의 순수 후원행사는 미디어의 사회적 책무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며, 문화·의료계에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관련기사 : ‘사랑·희망·나눔’ CNB소아암어린이돕기 네번째 후원展 성료)
재벌 오너들 택시기사에 베푼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기업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재벌가 오너들의 이야기를 단독 취재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정몽선 현대시멘트 회장이 올해 초 어느 택시기사에게 베푼 선행 이야기다. 특히 정 회장은 당시 신라호텔 택시추돌 사고로 현재까지도 통원치료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관련기사 : [단독]조현아와 너무다른 삼성 이부진, 그리고 현대 정몽선)
서울 한복판 ‘방공포 가림막’…안보불감증 논란 점화
잇단 북한 무인정찰기 출현, 군대 내 총기난사와 성추행 등 안보불감증이 논란이 됐던 한 해였다. 이런 가운데 CNB는 서울 도심 한복판 야산 꼭대기에 방공포기지 가림막 용도로 설치된 초대형 입간판의 실체를 수차례에 걸쳐 단독 보도했다. 그 입간판은 13년전 사라진 기업이 설치해 현재까지 방치돼온 광고 현수막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 군(軍)의 구태의연한 안보의식이 도마에 올랐다. 군은 현수막 교체작업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광고주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 [단독]서울 야산 기업간판의 비밀…실제는 방공포 가림막)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