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영기자 | 2008.02.26 17:59:07
국내 연구자에 의한 것으로는 최초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벌어진 프랑스의 나치독일 부역자 숙청 문제를 분석한 연구서가 나왔다. 역사비평사에서 나온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이란 책이다. 한국의 친일파 문제를 이야기할 때 외국의 모범 사례로 언제나 거론되는 것이 프랑스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나치독일 부역자 숙청의 철저함에 있을 것이다.
단 4년간의 점령기에 대해 해방 이후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은 무려 60년이나 계속됐다. 해방 직후 최소한의 친일파 단죄도 이루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당시 최고위급 인사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10만 명의 나치부역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프랑스가 충분히 부러운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오늘날 프랑스에서 그 시절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한국과 프랑스가 처한 역사적 조건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많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제국일본은 한국(조선)을 명백히 ‘식민지’로 지배했던 반면, 나치독일은 그저 프랑스를 영국과의 전쟁에서 우호적인 ‘협조국’이 되기를 원했다. 한국의 해방은 광복군의 개입 이전에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갑자기 이루어진 반면, 프랑스의 해방은 연합군과 프랑스 국내외의 레지스탕스 전투를 통해 얻어낸 산물이라는 점도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점들 때문에 프랑스의 사례가 한국의 과거사 청산에 교훈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반세기에 걸친 과거사 청산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청산해야 할 과거가 너무 많은 것에 비해 지금까지 이루어진 청산의 성과는 너무나도 적은 한국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