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략가 홍범식 신임 CEO
AI 기반 사업 확장 중책 맡아
외부에서 ‘AI 기술 협력’ 주문
내부에선 품질 등 기본기 강조
리더와 리더십은 이음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리더에겐 리더십이 반드시 있고, 그리하여 둘은 한몸이다. 그 실체는 기업의 성장에도 큰 발판이 된다. 리더의 자취를 따라가 보면 자연히 보이는 리더십. CNB뉴스가 [리더&리더십]을 통해 그 길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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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LG유플러스의 신임 CEO로 선임된 홍범식 사장이 맡은 중책은 명확하다. 회사가 목표 지점으로 설정한 ‘AX(AI Transformation·AI 전환)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적으로 방향타를 잡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5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으로 ‘인공지능(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Growth Leading AX Company)를 발표하며 나아갈 길을 명확히 밝혔다. IT 전략가로 불리는 홍 사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1968년생인 홍범식 사장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학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어 2007년 SK텔레콤 신규사업개발그룹장(상무)을 거쳐 2011년 글로벌컨설팅 기업인 베인&컴퍼니에 합류해 아태지역 정보통신, 테크놀로지 부문 대표, 글로벌디렉터,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LG에는 지난 2019년 합류했다. 이후 ㈜LG 경영전략부문장으로서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 미래사업 전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하는 그룹의 경영전략을 총괄해왔다.
2022년부터는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며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 이때 쌓은 LG그룹 내 전략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LG유플러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평을 얻었다.
미래로 향하는 방향타를 잡은 홍 사장이 첫 출근한 지난 2일, 구성원에게 던진 메시지는 의외였다. 파격적 이정표를 내밀기보단 본질을 강조했다. 이날 그는 메일을 통해 “사람과 마찬가지로 회사도 코어가 탄탄해야 한다”며 “기본기가 단단해야 더 큰 성장을 위한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를 당부했다. 고객가치 창출, 차별적인 경쟁력, 품질·보안·안전인데, 결국 ‘기초’를 우선시한 것이다. 전략가의 출발은 정중동이었다.
첫 공식 행보에서는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이미 공식화된 AI다. 이달 중순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인 ‘쉬프트(Shift)’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한 홍범식 사장은 ‘AI 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망한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기술 혁신을 이뤄 고객 감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쉬프트’ 프로그램은 LG유플러스가 AI 기술 고도화를 목표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학 연구소의 창업팀과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기업들에겐 ▲익시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및 인프라 등 기술지원 ▲사업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LG유플러스와 사업 협력 ▲전용 펀드를 통한 지분 투자 검토 등 기회가 제공된다.
이 자리에서 홍범식 사장은 “밝고 젊은 스타트업과 LG유플러스의 기술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 고객 감동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범식호’ 조직개편 방점도 ‘AI’
홍범식 사장 취임 후 LG유플러스가 이달 1일부로 진행한 조직개편에서도 방점이 찍힌 것은 ‘AI’다.
우선 AI 기반의 상품 및 서비스를 주도하는 ‘AI Agent 추진그룹’을 신설한다. B2C 사업을 담당하는 ‘컨슈머부문’에 배치되는 ‘AI Agent 추진그룹’ 산하에 ‘모바일Agent 트라이브’와 ‘홈Agent 트라이브’를 각각 신설한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각 조직은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차용한 애자일(Agile) 형태의 팀이 모인 ‘트라이브(Tribe)’로 구성해, AI 기반 신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B2C 사업과 AICC·AIDC 등 B2B 사업에서 AX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적 지원도 이뤄진다.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CTO 직속으로 ‘Agent/플랫폼 개발Lab’을 배치해 AI 관련 신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더한다. CHO 산하에는 ‘AX/인재개발 담당’을 배치해 전사 구성원의 AX 역량 확보 및 고도화를 도울 방침이다.
AX 기업 전환의 또 다른 한 축인 ‘통신의 디지털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이뤄진다. 서비스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납 요금제 기반의 통신 플랫폼인 ‘너겟’이 컨슈머 부문으로 이동하고, 구독 플랫폼인 ‘유독’과 커머스 플랫폼인 ‘유콕’ 등 플랫폼 서비스를 ‘구독/옴니플랫폼 담당’으로 일원화한다.
이밖에도 기존 CEO 직속 조직이었던 인피니스타, 아이들나라, CCO 조직을 컨슈머 부문 산하로 배치해 기존 B2C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한다.
이원희 LG유플러스 HRBP 담당은 “AI와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한 AX 컴퍼니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며 “2025년을 새로운 성장 원년으로 삼아 통신 본업의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