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최원석 기자) 경남 거제에 거주하는 거주불명등록자 김모(66)씨는 10년 전 운영하던 사업장이 부도를 당해 세상과 단절됐다. 휴대전화도 명의도, 병원을 이용할 때도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 눈물도 말라버렸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복지제도는 거주불명등록자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기초연금을 받는다. 남편과 각 16만원씩, 장님이 다시 눈을 뜬 것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5일부터 전국의 65세 이상 어르신 중 거주불명등록자 약 9만 명을 대상으로 전수 실태조사에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년 전부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민등록이 말소가 된 사람들이다.

18일 행정자치부 자료에 의하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도 1만2천여 명의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거주불명등록자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부산지역본부에서도 관내 17개 지사에 실태조사 전담 TF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거주불명등록이 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업부도, 가정사정, 채무관계 등의 사유가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사유로 거주불명등록이 되어서인지 본인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공단에서는 이러한 성향을 고려해 ‘신분미노출 상담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말 그대로 당사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상담을 받는 제도다.

거주불명등록자 본인이 상담시간, 장소 등을 정해 공단으로 통보하면 공단 TF팀 전담직원이 만나 “거주불명등록이 되어 있더라도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혜택은 누릴 수 있다”라는 요지의 설명을 한다.

상기의 김모씨도 공단의 여러차례 연락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았다.

공단의 ‘신분미노출 상담서비스’ 도 신분이 노출돼 채권자들이 들이닥치지는 않을까 만남 자체를 수차례 번복했다. 신분상 불이익이 없다는 공단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 그리고 채권자로부터 압류가 불가능한 ‘행복지킴이 통장’ 등의 실체를 알고서야 기초연금을 신청한 사례다.

국민연금공단 김남익 부산본부장은 “거주등록불명자라는 이유로 기초연금 등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많다. 지난 1개월 동안 우리 지역에서 11명의 새로운 기초연금 수급자가 생겼다. 이번 기초연금관련 실태조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복지전달체계가 보다 더 촘촘해지고 어려운 분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