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유통과정 ‘베일 속’… 의문 커져
‘국내산 감자’ 돌연 ‘미국산’ 바꿔 의문
농심·오리온, 마케팅전략 수정…대응 고심
해태제과 관계자는 15일 CNB에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지만, 워낙 인기제품이라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 본사 직원들조차 (허니버터칩을) 구경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강원도 원주 소재 문막공장을 출시일인 지난 8월27일 8시간만 가동했다.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일 8시간 근무’ 체제에 맞춘 것이다. 대박을 치게 될 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단 얘기다.
이후 물량이 딸리자 9월초 16시간(2교대)으로 늘렸고 현재는 주말도 없이 24시간(3교대) 풀가동하고 있다.
해태 측은 제품 품귀가 제조공장의 ‘가동률 한계’ 때문이라 밝히고 있지만, 시중에서 허니버터칩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자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감자출하 시기가 5~6월이다 보니 원료가 동이 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해태 측은 지난달까지 생산된 허니버터칩에 ‘국내산 감자’를 주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출시된 제품들은 ‘미국산 감자’를 사용했다. CNB 확인결과, 포장지 뒷면의 재료원산지가 지난달 제품은 국내산으로, 이달 제품은 미국산으로 각각 표기돼 있었다.
감자가 2모작 작물이라 동절기에도 충분히 생산되고 있지만 굳이 미국산을 수입해 쓰고 있는 것이다.
해태 관계자는 “감자 출하기를 넘긴 겨울철에는 미국산을 사용하는 게 감자칩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진짜 물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신비감을 주려는 광고전략 목적에서 일부러 소량만 생산하고 있다는 설이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것.
생산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점도 물음표다. 강원도 문막에 위치한 공장은 일본 모 제과사가 레시피를 일부 제공하고 있는데, 언론 노출을 꺼려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15일 현재까지 공장내부는 물론 건물 모습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
물량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공장증설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점도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원료 및 생산인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며, 생산하면 곧바로 소진되기 때문에 갖은 추측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공장을 보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여러 사정상 공개를 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 인기가 있다 해서 공장을 더 지었다가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공장 증설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허니버터칩은 지난 8월 27일 출시된 이래 지난달 30일까지 누적 매출액 136억원을 기록했다. 12월은 아직 공식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장의 한 달 생산량이 소비자가 기준 60억원 정도며, 100% 소진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누적매출이 2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허니버터칩은 용량에 따라 1500원과 3000원짜리 두 가지로 생산되고 있다.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한 달에 약 300만 봉지 이상을 판매한 셈이다.
제과업계에서는 보통 신제품이 출시 이후, 시장에서 1년 이상 버티며 한 달에 10억원 이상 판매하면 성공한 것으로 본다. 허니버터칩은 매출량만으로만 보면 대박이 난 셈이다.
더구나 해태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해 의미가 더 크다.
그동안 경쟁사인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해 왔지만 유독 해태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 최근 공시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올해 상반기(1월~6월) 매출액은 모두 1조5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388억원에 비해 12% 가량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548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2억원에 비해 무려 39% 가량 증가했다. 지난 5월 출시한 감자칩 ‘LAYS’가 효자 노릇을 한데 따른 것이다.
오리온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모두 1조21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237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반기영업이익도 1402억원으로 전년(1411억6512만원)과 별 차이가 없다. 제과업계 전반적인 부진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해태 모회사인 크라운제과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52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43억원에 비해 5.42%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300억9512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4.62%가 줄었다.
이런 차에 나타난 허니버터칩을 통해 급반전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대형마트·편의점 희비 엇갈려
유통사들은 허니버터칩의 대박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마트는 소비자 유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GS25·세븐일레븐·CU 등 편의점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허니버티칩을 찾는 손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CNB 취재진이 동네 편의점 몇 곳을 확인한 결과, 브랜드에 관계없이 일주일에 한 박스(1500원짜리 16개)씩 허니버터칩을 공급받고 있었다. 워낙 물량이 딸리다 보니 매장 주인과 친분이 있거나 몇 번씩 찾아와 미리 예약한 손님이 아니면 손에 넣기가 쉽지 않다.
편의점 옆 중국집 사장 박모(45)씨는 CNB 기자에게 “편의점주와 한 건물에서 장사하면서 형님동생 하다 보니 (허니버터칩을) 쉽게 손에 넣을 줄 알았는데 기다리는 학생들을 보고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 동네 거주하는 A군(15)은 “학원이 밤11시경에 끝나는데, 매주 목요일마다 귀가하면서 편의점에 들렀지만 아직 못구했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공급량에 따라 공평하게 점포별로 배분하고 있지만 워낙 물량이 부족해 점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제과업계에선 허니버터칩 사태를 계기로 기존 마케팅 전략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심의 한 직원은 “내년 판매전략을 짜면서 제품의 맛은 물론 브랜드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농심은 새우깡, 너구리 등 70~80년대 만들어진 제품명을 고수하고 있다. 맛도 그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다. 농심은 허니버터칩을 통해 시대 트랜드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도 “하루 다르게 변하는 젊은 세대의 트랜드에 맞춰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