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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원순 서울시장 ‘도매시장 경매 축소’ 논란 일파만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경매 예외’ 확대…‘진짜 속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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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2.12 11:47:48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경매거래가 축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10일 시장의 수산물 판매·집하장 모습. (사진=정의식 기자)

서울시 산하 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이 경매 방식을 축소하고 출하주와 중도매인 간 직접 거래를 확대하면서 농어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대부분 도매시장에서 지난 수십년간 계속돼온 경매 거래 관행이 무너지면서 유통질서가 큰 혼란을 빚고 있다. CNB가 내막을 단독 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서울시, 출하주-도매업자 간 직거래 확대 논란
가격결정권 거머쥔 중도매인, 출하주 쥐락펴락
‘시장현대화 인기몰이’에 농어업인 피해 우려

현행 농수산물안정법(농안법)은 농어업인 보호와 공정한 농수산물가격 형성을 위해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주(농어업인 등)로부터 위탁 받은 농수산물의 판매를 경매 또는 정가수의 거래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넘기도록 하고 있다.

정가수의 거래는 최고가 낙찰인 경매와 달리 출하주가 가격을 정해 도매시장법인에 생산품을 넘기면 시장법인이 이 가격에 사겠다는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시장에서는 경매와 정가수의를 묶어서 ‘상장거래’라 부르고 있다. 상장거래는 출하주와 중도매인 간 밀월을 막고 수요․공급에 따라 공정․합리적인 가격형성이 이뤄지도록 거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시는 농안법에서 정한 상장거래 원칙을 무시하고 출하주와 중도매인 간 직접 거래토록 하는 ‘상장예외품목’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행 농안법 31조에 따르면 △반입물량이 아주 소량(연간 누적비율이 하위 3% 미만)인 경우 △품목 특성으로 중도매인이 소수인 경우 △기타 상장거래로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상장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바지락 등 거래물량이 많고 정상적으로 상장 경매가 이뤄지는 품목까지도 예외 품목으로 확대 지정해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은 물론 상당수 출하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수입바지락은 거래비중이 가락시장 취급수산물 164개 품목 중 상위에 해당하는 주력 품목으로 그동안 경매를 통해 거래를 형성해 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반입 물량은 약3천톤으로 전체 수산물 거래 물량 중 6위에 해당하며, 누적 비율은 44.38%에 해당한다. 농안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상장예외품목 기준인 ‘연간 반입물량 하위 3퍼센트 미만’과는 거리가 멀다.

이같은 서울시의 상장예외 확대 움직임은 꾸준히 지속돼 왔다. 이미 2014년 기준 수산물 전체 취급품목 164개 가운데 약 37% 가량인 60개 품목이 이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수산물 품목의 상장예외가 늘어나면서 어업인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내 수산물판매 코너. (사진=정의식 기자)

생산품 가격 제각각…농안법 취지 ‘무색’

서울시가 이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는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해 달라는 중도매인들의 압력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현재 경매를 붙이는 법정 주체인 도매법인은 출하주로부터 농수산물 낙찰가의 약4%를 수수료로 뗀 뒤,
중도매인에게 물건을 넘긴다. 출하주와 중도매인이 직거래할 경우, 출하주들은 이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가격결정권을 중도매인이 쥐고 있어 출하주들은 줄어든 수수료만큼 물건 가격을 낮춰줄 수밖에 없다. 결국 중도매인만 덕을 보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매법인이 출하물량 조절 등 출하주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 직거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11일 CNB에 “일부품목의 경우 출하주들이 상급품은 유통업체나 중도매인에게 넘기고 하급품만 경매시장에 내놓고 있어, 상장거래 본연의 취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도매법인 관계자는 “일부 품목은 물량관리가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수입바지락처럼 정상적으로 출하가 되고 다수의 중도매인이 경매에 참여하여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품목도 억지주장을 하며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상장예외품목을 늘리는 근거로 농안법 31조의 상장예외 기준 중 ‘상장거래로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도매시장 개설자인 서울시가 상장예외 적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도매법인과 상당수 출하주들은 서울시가 농안법 근본취지를 무시한 채 이 조항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 상장예외품목 확대는 명분이 없으며, 시장질서 교란과 거래 혼란만 일으켜 도매시장 기능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내 노점상인들의 모습.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현대화(재건축)가 진행되면 이들이 어디로 밀려날지 모를 상황이다. (사진=정의식 기자)

수십년 진행된 경매 축소…유통질서 혼란

실제로 도매시장법인이 거래를 중개하는 일반적인 상장거래와 달리 상장예외품목은 반입물량에 대한 품질 및 가격 결정권을 개별 중도매인이 갖고 있어 출하 상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일방적인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거 ‘객주’에 종속된 불공정 거래 관행 속에서 농어업인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물건을 팔던 시절의 구조와 유사하다.

객주란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까지 활동하던 상인세력으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상품매매를 주선해 수수료를 챙겨왔다. 이들은 자금 조달 능력이 취약한 농어업인들에게 영농, 영어에 필요한 비용을 빌려주고 이를 구실로 수확물의 판매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농어업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감에 따라 정부는 60년대부터 위판장, 공판장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농협, 수협 등이 수확물을 위탁받도록 해 상장거래를 실시했다. 객주의 횡포가 사라져 거래과정이 투명해졌으며 농수산물 가격도 안정돼 갔다.

이런 배경에서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장예외는 ‘공정 거래’라는 농안법 기본 취지와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전경. (사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홈페이지 캡쳐)

또한 비상장 확대는 세수 관리에 구멍을 낼 가능성도 있다.

상장예외품목은 거래 내역을 중도매인이 도매시장 개설자(서울시)에 자진 신고토록 돼 있기 때문에 신고 금액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출하주와 중도매인이 무자료(현금) 거래를 할 경우에 대비한 뚜렷한 방지책도 없는 상황이다. 관리가 허술해 원산지 허위 표시 등 불법행위도 우려된다.

도매법인의 한 관계자는 CNB기자와 만나 “상장(경매)거래를 하게 되면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원산지를 속이거나 세금을 탈루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중도매인의 자진 신고에 의존하면 매출액을 의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래투명성이 우려될 순 있지만 어느 한쪽이 무자료 처리, 축소신고 했더라도 거래상대방이 세무신고를 하기 때문에 출하주와 중도매인 모두가 공모했을 때만 탈루가 가능하다”며 “공사와 중도매인이 함께 참여하는 정산법인(결재·회계전문회사)을 설립해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중도매인은 “상장예외거래(직거래)도 (매출에 비례해) 서울시에 수수료를 내야하는데, 매출을 줄여서 허위 신고하면 그만큼 수수료도 덜 내게 되기 때문에 출하주와 짬짜미를 시도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 뭘 노렸나?

이처럼 상장예외 품목 확대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전국 대부분 공영도매시장은 기존 경매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 가운데 가락시장과 구리도매시장만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서울시의 상장예외 확대가 향후 도입될 시장도매인제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도는 기존의 ‘출하주-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으로 형성된 거래구조를 ‘출하주-시장도매인’으로 거래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으로 사실상 상장 없이 출하주와 도매인간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는 중도매인이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 소비자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데, 중도매인 뿐 아니라 유통업체, 재래시장법인이 출하주로부터 직접 생산품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내 경매장. 오후 11시경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경매가 축소되고 직거래가 늘면서 농어업인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정의식 기자)

이미 서울시는 가락동도매시장 현대화(재건축)시설을 설계하면서 거래 장소를 경매(상장)장, 출하주-중도매인 거래소, 출하주-시장도매인 거래소 등 3가지로 구분 설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CNB에 “상장예외 품목을 확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방식을 다양화, 현대화 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정책방향”이라며 “가락동시장 재건축은 이런 취지에 맞춰 설계용역을 마쳤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도매인제도 역시 검증이 부족하고 기존 도매시장제도를 대체해야 할 만큼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농어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서울시의회도 상장예외품목 확대 등은 시장질서를 흔드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전국 최대규모인 가락동시장의 경매제도는 전국의 농수산물 도매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돼 왔는데, 거래제도가 다양화 되면 가격왜곡, 매점매석 등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더욱이 최근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연합회가 물량 유치가 취약한 일부 품목을 정가수의매매 품목으로 정하고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낮춰 가기로 합의하는 등 개선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논의를 몰고 가는 서울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 용어 해설

◇가락동농수산물시장 = 1985년 개장했으며 전국도매시장 물량의 절반가량이 이곳에서 거래되는 전국최대규모의 도매시장이다. 시장 관리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맡고 있으며, 중앙청과, 서울청과, 한국청과, 동부팜청과, 대아청과, 강동수산, 서울건해산물 등 7개 도매시장법인과 농협공판장, 수협공판장, 축협공판장이 운영하고 있다.

◇출하주 = 도매시장에 농수산물을 상장해 판매할 목적으로 도매시장법인에 판매를 위탁하는 주체. 농어업인과 산지수집상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도매시장법인 = 가락시장, 강서시장 등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출하주로부터 판매를 위탁받은 농수산물을 상장해 경매 및 정가수의거래 방법 등으로 중도매인에게 분산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중도매인 =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도매시장에 상장된 농수산물을 매입한 후 이를 소매시장에 보급하거나 중개하는 업자를 이른다.

△시장도매인 = 출하주로부터 직접 농수산물을 매입하거나 또는 판매를 위탁받아 도매하거나 매매를 중개하는 영업을 영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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