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기자 |
2014.11.19 16:59:14
▲제네시스
현대·기아차가 과거 엑셀, 엘란트라 등 소형차 위주의 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을 깨고, 고급차 판매 확대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수익성도 크게 향상시키는 ‘두 마리 토끼’ 사냥몰이에 나선다.
특히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급차 라인업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으로 국내 공장의 수출액 증대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제네시스, 에쿠스, K9 등은 미국 시장에서 고급차 판매가의 지표로 인식되고 있는 5~6만 달러대에 판매되고 있어, 고급차로서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는 물론 전체적인 판매단가 상승에 기여하며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 ‘제네시스’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 벗어
현대차는 지난 1986년 엑셀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디딘 이후, 주로 쏘나타와 엘란트라 등 중형차 이하 차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현대차는 ‘가격이 저렴하고 비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차’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을 바꾸고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유수의 메이커들과도 상품성과 품질력으로 경쟁하기 위해 고급차 라인업을 강화할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8년 미국 시장에 ‘제네시스’를 출시해 고급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이전까지 대형차 이상의 차종은 현대차의 그랜저와 기아차의 오피러스 등 2개 차종에 불과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출시한 이후엔 월평균 1000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지난 3월에는 미국 시장 진출 6년 만에 누적 판매 10만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1세대 제네시스는 2009년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권 고급차 가운데, 처음으로 ‘2009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이어 캐나다에서도 ‘2009 캐나다 올해의 차’에 뽑혀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위상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2009년에는 고급 스포츠 쿠페 제네시스 쿠페를, 2010년 말에는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 출시에 디딤돌 역할을 하면서 미국 시장 내에서 현대·기아차의 고급차 판매에 도화선이 됐다.
◈ 신형 제네시스, 1세대 제네시스 성공 넘어서는 기세와 호평 이어져
올해 5월부터는 신형 제네시스가 본격 판매되기 시작해 불과 7개월 만에 월 판매 2000대를 돌파하는 등 1세대 제네시스의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지난 10월까지 ‘미드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점유율 6.9%로 6위를 차지해 렉서스 GS와 아우디 A6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는 출시 직후부터 해외 유수의 기관 및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잇따라 받았다”면서 “또한 상품성과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승용차 세계 최초로 전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달성해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호주에서 실시한 ‘호주신차평가(ANCAP)’에서 역대 최고점수(37점 만점 중 36.88점)를 획득해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됐다. 기존 최고점수는 메르세데스 벤츠 B클래스가 2012년에 기록한 36.78점이었다.
이러한 신형 제네시스는 시작가격이 1세대 제네시스 대비 약 7.9%(2800달러)가 오른 3만8000달러로 책정됐다. 최고급 모델은 5만1500달러로 아우디, BMW, 렉서스 등 이미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카로 입지를 굳힌 차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직 상품성과 품질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성 극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어 현대차는 6월에 신형 쏘나타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면서 ‘2.4 SE’ 모델의 가격을 국내 동일 모델과 비교 시 152만 원 높은 2만1150달러로 책정하고 고가 모델을 추가하는 등 ‘제값받기’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다.
▲에쿠스
◈ 현대차 에쿠스·그랜저, 기아차 K7·K9 등 고급 세단 본격 출시
에쿠스는 지난 2010년 말 미국 시장에 진출해 지난 10월까지 48개월간 1만3783대를 판매하며 월평균 287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재 미국 ‘프리미엄 럭셔리 카’ 세그먼트에서 점유율 5%로 7위권에 올라, 과거 폭스바겐 페이튼도 안착하지 못한 미국 최고급 차량 시장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에는 5세대 그랜저를 출시해 지난 10월까지 33개월간 2만5756대를 판매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월평균 2~300대 수준에 머물던 대형차 시장을 700대 이상의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기아차도 지난해 4월부터 대형세단 K7을 미국 시장에 투입하고, 올해 3월에는 V5000cc람다 엔진을 탑재한 플래그십 세단 K9(현지명 K900)을 선보였다.
K9은 미국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엄카 시장에서 에쿠스, 제네시스 등에 비해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애호가로 유명한 미국 프로농구(MBA)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소속)를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K9이 지난달까지 미국 시장에서 8개월 동안 1168대 판매에 그치고 있지만, 에쿠스가 미국 진출 첫 달에 196대 판매를 시작으로 월간 3~400대 수준으로 성장한 것처럼 점차 상승곡선을 그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9
◈ 현대·기아차, 중동 고급차 시장에서도 선전 기대
한편, 현대·기아차는 북미 시장뿐만 아니라 고급차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 시장에서도 제네시스와 K9 등 고급차를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중동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 에쿠스, 제네시스 쿠페 등 고급차들을 한 해 동안 5146대를 판매해 고급차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현재 판매실적 자체는 아직 많지 않지만 고급차 더 나아가서는 페라리·람보르기니·맥라렌 등 슈퍼카 메이커들이 즐비한 중동 시장에서 점점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지난해 고급 대형차 세그먼트(현지 분류 기준으로는 E1급)에서 12%의 점유율로 렉서스 ES 시리즈에 이어 2위를 기록해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을 앞섰다.
신형 제네시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중동 지역에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해 10월말까지 구형 포함, 3132대를 판매해 점유율 4위를 달성했다.
K9은 지난해부터 중동 시장에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해 아직까지는 판매실적이 높지 않지만, 최근에는 현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기아차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서고 있다.
(CNB=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