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최원석 기자) “실업고 졸업후, 영도 목장원에서 홀서빙하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그저 그런 아이였어요...”
영산대학교(총장 부구욱)는 법률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늦깍이 대학생’ 이정미(29·사진)씨가 제56회 사법시험에 최종합격했다고 17일 밝혔다.
법무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56회 사시 최종합격자 204명 가운데 남성은 136명(66.7%), 여성은 68명(33.3%)으로 조사됐다. 여성 합격자 비율은 지난해 40.2%(123명)에 비해 크게 감소하며,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낮아졌다. 2017년 마지막 사시까지 합격자 숫자를 줄이는 계획에 따라 올해 합격자는 지난해 306명보다 102명 줄었다.
합격정원이 200여명으로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합격한 것이라, 이정미씨의 이번 사법시험 합격의 의미는 뜻깊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이씨는 “따지고 보니, 저에게 별 경쟁력이 없더군요.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손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게 공부 밖에 없었죠. 무엇보다도 남은 인생이 캄캄한 암흑천지가 되는 것 같아 불안감이 컸고, 그에 따른 절실함으로 끈기있게 시작하게 된 것이죠”라고 말했다.
부산의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그녀가 찾은 첫 직장은 고기집 홀서빙자리였다. 불안정한 직장, 적은 급여 등 주변 환경에 한계를 느낀 그녀가 선택한 길은 ‘대학진학’이었다.
“그때는 회사의 경리직만 보더라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느껴졌었는지 몰라요. 그런 경리 사무직도 대졸자를 찾던 때라, 대학입학을 결심했습니다”라고 밝힌 그녀는 이왕 진학하는 대학에 자신의 적성을 신중하게 고려했다.
수능 공부 중 사회탐구영역의 ‘법과 사회’과목을 접하면서 본인의 적성을 발견한 그녀는 다른 친구들보다 늦은 22살의 나이로 법률특성화 대학으로 유명한 영산대 법률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어느 TV-CF에 나오듯이 나이 몇 살 더 많은 건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겐 오히려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라며, 늦은 출발에 대한 주변의 걱정을 씻어낸 그녀는 교내 영화법학회 회장을 지낼 정도로 열정적인 대학생활을 보냈다.
이씨는 가장 후회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중·고교 시절’이라고 답했다.
명확하게 꿈과 목표가 서있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하게 공부했던 부분이 가장 후회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중학교 공부는 어느 정도 잘하는 편이었지만, 꿈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 고등학교 때, 많은 방황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녀가 후배들에게 “하루빨리 본인의 적성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꿈을 위해 도전했으면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씨는 “2000년부터 실무 위주의 차별적인 로스쿨 교육을 표방한 영산대 법과대학의 실무 교수진들의 생생하고 현장감있는 강의가 이번 시험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고 전했다.
영산대 법과대학이 로스쿨 방식의 법률 실무 교육을 실시한 것은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한 부구욱 현 총장이 법원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화 시대의 법률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법률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도 영산대의 법률학과에 대한 투자와 노력 덕분에 법과대학생들은 로스쿨 기숙사, 법학전문도서관, 로스쿨 콤플렉스, 모의법정 등 타 대학교 법학부와는 차별화된 우수한 시설에서 20명의 다양한 전공 및 법조실무 교수들로부터 밀착관리와 함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한 30개월만에 합격소식을 알리게 된 것에 대해, 천운이었다며 겸손하게 소감을 밝힌 이씨는 “쟁쟁한 합격자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요. 하지만, 이왕 법조인의 길에 첫 걸음마를 시작했으니, 최선을 다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기회가 되면, 검사가 되어 꿈과 목표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어린 친구들을 바로잡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한편, 12회 졸업생을 배출한 영산대 법률학과는 2007년도에 1명의 학생을 미국 로스쿨(SMU)에 진학시킨 것을 시작으로 2014년도까지 총 12명의 학생을 국내외 로스쿨에 진학시켰다. 이밖에도 2010년도에 오스트레일리아 연방대법원 변호사와 2011년도 ‘제54회 사법시험 합격생’ 2명, 2013년 미국변호사 합격자 1명 등 총 11명의 법조인을 배출하며, 법률교육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