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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제일모직…삼성 지주회사 전환 중심축 되나

[심층분석]‘삼성홀딩스 시나리오’ 수면 위…두 마리 토끼 잡기 나선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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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1.11 11:48:5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러 사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면서 삼성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 측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급변하는 출자구조를 둘러싼 갖은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투병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삼성SDS, 제일모직 등 주력계열사의 잇단 상장이 현실화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 됐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사업혁신·경영승계 최종 방점은 ‘지주사 전환’
잇단 인수합병·상장 ‘삼성홀딩스’ 다시 수면 위
삼성 모태기업 제일모직, 사라졌다 ‘화려한 부활’
제일모직 상장→합병 후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삼성의 지주사 전환설은 지난해부터 속도를 내고 있는 사업재편,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 금융당국의 순환출자 규제 움직임 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삼성은 지난해 연말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면서 경영혁신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올들어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핵심계열사들이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줄줄이 합병·이전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또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그룹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 채비를 사실상 마쳤다. 건설부문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SDS, 제일모직 등 주력계열사의 상장도 무난하게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건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를 보유해 오너 일가의 지분이 45.6%에 달한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또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다.

제일모직은 오는 12월 1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공모가를 4만5천∼5만3천원으로 정해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 매각하는 구주 매출에는 주요 주주인 삼성카드, 삼성SDI, KCC가 참여하기로 했다.

제일모직은 1954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이다. 그만큼 삼성의 애정이 각별하다. 제일모직이 1990년대부터 화학과 전자재료 사업에 뛰어든 이후 사실상 소재 위주의 기업으로 탈바꿈했음에도 삼성은 원래 사명을 고집해왔다.

그런 점에서 지난 연말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 것은 충격적이었다. 결국 제일모직은 지난 3월 삼성SDI에 흡수 합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장에서는 갖은 추측이 난무했다. 경기에 민감한 제조·패션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그룹 내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해 없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고, 삼성이 상징적인 회사를 공중분해 했다는 점에서 신경영 제2기가 도래했다는 얘기도 쏟아졌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신경영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제일모직 부활, 정해진 수순이었나

하지만 충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6월 제일모직(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계획이 발표됐고, 7월에는 삼성에버랜드가 사명을 제일모직주식회사로 바꿨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꼭지점에 있는 에버랜드의 사명을 포기하는 대신 사라진 제일모직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것이다.  ‘에버랜드’는 기존 테마파크 브랜드로만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눈길을 끈 점은 국내법인은 제일모직이지만, 해외법인은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해 지역명 앞에 삼성제일(Samsung Cheil)을 붙이는 형태로 사용키로 한 점이다. 그만큼 ‘삼성이 곧 제일모직’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삼성은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경영권 강화와 지주사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지주회사는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에서 모태가 되는 회사를 이른다.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고 부모 역할을 하는 회사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사와의 자금거래, 출자, M&A(인수·합병) 등이 이뤄지므로, 지주사만 잘 들여다보면 그룹 전체 순환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투명경영의 핵심 요건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경제민주화 주요 과제로 신규순환출자를 지난 7월부터 금지하는 등 지주사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 독려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상호출자제한 63개 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를 보유한 14곳의 순환출자 고리 수가 최근 1년새 90%이상 줄었다.

삼성 또한 효율적인 경영지배와 기업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주사 전환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회장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주력계열사들의 잇단 상장과 인수합병으로 이들의 지분구조에 큰 변화가 왔거나, 올 전망이다. (방송화면 캡쳐)

삼성SDS 상장, 지주사 설립 ‘종잣돈’

지난 6월 제일모직이 처음 상장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계열사 간 지분정리에 수십조원이 드는 데다 현재 순환출자 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주회사 체제로 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을 삼성 지주회사가 인수하는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이 문제였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금산 분리 관련 법령에 따라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또 향후 경영권을 승계받게 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의 지배력을 높이는데 들어가는 자금 마련도 문제였다.

하지만 이달 초 제일모직 상장에 앞서 시행된 삼성SDS의 상장주식 공모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6일 마감한 삼성SDS 일반 공모주 청약에 16조원이라는 막대한 유동성 자금이 몰렸고, 장외거래시장인 K-OTC에서는 공모가 19만원(1주)을 두 배 가량 웃도는 34∼37만원에 거래되면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실탄 확보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고 5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사 지분 11,25%(970만4312주)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자산 가치도 크게 증가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에 공모가로 결정된 주당 19만원을 대입하면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공모가의 두 배 정도 선에서 시세가 형성될 경우 3조6000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삼성SDS와 함께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제일모직까지 상장될 경우 이 부회장의 주식 자산 가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오는 12월 1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제일모직의 경우, 4만5000~5만3000원의 공모가가 제출된 상태며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은 25.1%에 달한다.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 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SDS 등의 지분을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지분과 맞바꿔 그룹 장악력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을 주식의 상속세 수천억원을 마련하는데도 삼성SDS 지분 등이 ‘종잣돈’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종착역은 ‘삼성전자홀딩스’

제일모직을 상장하고 나면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구주 매출로 삼성카드가 보유지분 전량(5.0%)을 처분하면 제일모직을 시발점으로 한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는 끊기게 된다. 

그다음에는 삼성전자를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자회사로 나누는 작업이 뒤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사업부문의 가치로 볼 때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의 분할 비율은 2대 8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현재 183조원(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데, 이 비율대로 나누면 홀딩스가 36조원, 사업자회사 가치는 147조원 정도가 된다.

제일모직은 현재 공모가로 추정하면 7∼9조원, 상장 후 주가 상승을 고려하면 1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을 상장한 뒤 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합병할 경우 합병비율을 1대 3 정도로 가정할 때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은 7∼8%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이 0.6%밖에 되지 않지만, 제일모직 지분(25.10%, 공모 이후에는 23%대 예상)으로 전자홀딩스 지분을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SDS 상장으로 수천억원대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다음 달 제일모직 상장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상당부분 끊어낸다면 지주사 체제로 가기가 한결 수월해 질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 또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서 지배권을 강화한 후에 상속이 이뤄진다면 안정적인 경영권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관계자는 CNB에 “최근 일련의 인수합병, 상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이 회장의 건강문제, 경영승계 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지주회사 전환도 계획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주석,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등을 잇따라 만나고, 승지원(그룹 영빈관)에서 외국 금융사 대표 만찬을 주재하는 등 사실상 총수의 위상을 공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주사 전환 시기를 점치기는 쉽지 않지만, 이런 가운데 이뤄지는 제일모직의 상장은 삼성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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