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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텅빈 주차장’ 이상현상…오해와 진실 사이

[심층취재] 서울시·롯데, 제2롯데월드 주차난 놓고 아전인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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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1.03 15:48:23

▲서울시와 롯데가 교통혼잡을 우려해 주차장 예약제를 시행하고 주차요금 완전유료화를 시행하면서 2일 오후 제2롯데월드 주차장이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왼쪽) 같은날 상대적으로 주차요금이 저렴한 인근의 잠실역 공영주차장이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오른쪽) /CNB

논란 끝에 최근 문을 연 제2롯데월드의 주차장 이용률이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울시의 강력한 교통대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와 이용객들의 불편이 커졌다는 상반된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서울시와 롯데는 주차 문제를 놓고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CNB가 ‘텅빈 주차장’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비싼주차료·사전예약제…이용객 외면
서울시 “교통체증 우려, 불가피한 조치”
불법주차·주변시설 주차 몰려 ‘풍선효과’
롯데, 서울시만 바라보며 ‘벙어리 냉가슴’

제2롯데월드는 지난달 14일 개장 이래 첫 6일간 70만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주차장 이용률은 영업시간 기준 20%대에 머물고 있다.

롯데 측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주차장 규모는 총 2700면(2700대 수용)인데, 개장 이후 평일 총 입차대수는 평균 1800대, 주말에는 21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차량 1대가 3시간 동안 머문다고 가정하면 평일에는 전체 주차면적의 약 20%, 주말에는 24%만 사용된다는 의미다.

롯데 관계자는 3일 CNB에 “그나마 영업시간(10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 정도 수준”이라며 “종일(24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이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제2롯데월드 주차장의 이용률이 낮은 것은 서울시의 강력한 교통대책 때문이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개장에 따른 이 지역 교통난을 우려해 ‘주차 사전 예약제’와 ‘주차요금 전면 유료화’를 임시사용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차량을 이용해 제2롯데월드를 방문하려는 고객은 PC나 스마트폰으로 사전예약 해야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제2롯데월드에서 물건을 사더라도 주차요금 할인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주차요금이 10분당 1000원으로 비싼 편인데다 3시간 이후에는 50%의 할증이 붙는다.

예를 들어 제2롯데월드 내 롯데시네마에서 9000원을 내고 3시간 동안 영화를 봐도 주차요금 1만8000원(10분당 1천원)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영화 관람 후 1시간 가량 쇼핑을 했다면 추가로 9000원(기본주차료 6000원+할증료 50%)을 더 부담해야 한다. 

▲제2롯데월드의 불편한 주차시스템으로 맞은편 롯데백화점주차장(기존 롯데월드주차장)으로 차량이 몰리고 있다. 롯데월드와 제2롯데월드몰 위치. (그래픽=네이버 지도)

롯데, 교통문제 해결에 5000억 들였지만…

텅빈 주차장을 바라보는 롯데 측의 심경은 착잡하다. 이용 저조에 따른 주차수입 감소는 물론 불편한 이용시스템, 비싼 주차료 등에 대한 원성이 롯데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사용 승인의 (교통 분야) 전제조건으로 내건 10여개의 요구를 전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 중의 하나인 주차예약제 등을 수용하게 된 것인데, 마치 롯데가 장삿속으로 까다롭게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져 곤혹스럽다”며 “서울시와 합의해서 마련한 제도지만 고객 불편이 커지고 있는 만큼 주차료인하, 사전예약제 재검토 등을 서울시에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롯데는 서울시의 요구를 전면 수용, 제2롯데월드 주변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약 5000억원을 들여 교통 인프라를 확충키로 했다.  

롯데 측은 주차 예약제, 주차료 유료화 외에도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승인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도로’ 공사에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고객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잠실역 사거리에 ‘지하보행광장’을 조성, 잠실역 지하철 2호선과 8호선은 물론 앞으로 개장할 버스환승센터를 연결하기로 했다.

롯데월드타워 남쪽 도로의 차량 흐름 개선을 위해서는 잠실길 지하차도를 조성해 제2롯데월드에서 석촌호수까지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갈 수 있도록 했다.

또 잠실역 주변 교차로에 새로운 신호기를 도입, 교차로 구조를 개선하고 차로 운영을 조정하는 TSM(Transportation System Management)과 첨단교통안내장비 VMS(Variable Message Sign: 가변전광판)를 도로주변과 진출입로에 설치했다. 제2롯데월드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주차를 제한하는 고통분담을 감내하기도 했다.

롯데 측은 “시가 제시한 교통개선대책 중 잠실역사거리 지하보행광장 조성, TSM 교통 체계 개선사업 등 5개를 이미 완료했으며, 나머지 3~4개는 타워동 준공 전까지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CNB에 “서울시의 요구 뿐 아니라 주민들이 민원을 추가로 수용해 교통문제는 계획대로 차질없이 완료했거나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주차장 문제는 고객불편을 감안해 서울시가 재검토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전했다.

▲제2롯데월드와 잠실역사거리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풍선효과 일시적”

반면 서울시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CNB에 “엄청난 수의 방문객이 몰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교통정체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시의 교통대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롯데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여 주차유료화와 사전예약제를 결정한 것이데, 이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다시 손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교통체증을 줄이자는 정책적 측면에서 결정된 사안인 만큼 번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 주장처럼 시민들이 자가용을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2롯데월드를 찾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제2롯데월드 주변 주차장으로 차량이 대거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대로 건너편 ‘원조 롯데월드’(롯데백화점 잠실점) 주차장은 제2롯데월드 개장 이후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총 주차면수가 3300면인 이 주차장은 제2롯데월드 개장 이후 평일에는 약 8천대, 주말에는 약 1만여대가 드나들고 있다. 제2롯데월드와 같은 방식으로 사용률을 계산하면 평일은 73%, 주말은 92%에 이른다.

또 잠실점 인근에 마련된 190면 규모의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은 주말·주중 가릴 것 없이 매일 500대 가량이 드나들고 있다. 관광버스 이용객 대부분은 제2롯데월드 내 면세점을 이용하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잠실 주변 불법 주정차도 급증해 관할 구청에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개장 이후 석촌호수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영주차장 너마저… “해도 너무해”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는 1일부터 제2롯데월드 옆 잠실역 공영주차장의 주차요금이 5분당 150원에서 400원으로 인상했다. 일시주차 차량 외에 정기주차 차량의 월 주차요금도 10만원에서 18만원으로 올렸다. 

제2롯데월드에 비해 주차요금이 저렴하고 사전예약 등 절차가 필요없는 공영주차장에 차량이 몰리자 교통체증을 우려해 요금을 올린 것이다.

제2롯데월드를 이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비싼 주차장 대신 다른 곳에 세우기도 여의치 않게 된 셈이다.

잠실역 인근의 직장인 배모(42)씨는 “회사 주차장이 협소해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 왔는데 서울시가 (롯데월드 이용과 무관한) 생계형(월정액) 주차요금까지 올리니 황당하다”며 “주차비 올려서 교통체증 막겠다는 발상이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한 교통전문가는 “텅 비다시피한 주차장을 두고 사전예약제를 실시하거나, 인근 공영주차장 요금까지 올린 것은 너무 앞서 갔다는 생각이 든다”며 “타워동과 업무시설 등이 본격 입주하기 전까지는 (제2롯데월드 주차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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