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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대기업 지주회사 전환 ‘주춤’…안하나 못하나

[심층분석]지주사 작년보다 감소…경제민주화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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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0.30 15:16:04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시로 재벌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현황, 일감몰아주기 실태 등을 발표하며 지주사 전환을 압박하고 있지만 최근 기업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전환 추세가 더뎌지고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없애고 투명한 지분구조를 만들기 위해 금융당국이 재벌 대기업에 독려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지주사-은행 간 통폐합도 잇따를 전망이라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돼 온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지주사 132개, 작년比 고작 5개 증가
대기업군 소속 31개…되레 감소 추세
오너가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많아
 
지주회사는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에서 모태가 되는 회사를 이른다.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고 부모 역할을 하는 회사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사와의 자금거래, 출자, M&A(인수·합병) 등이 이뤄지므로, 지주사만 잘 들여다보면 그룹 전체 순환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투명경영의 핵심 요건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없애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1999년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 지주사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한동안 지주사 전환이 대기업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최근 기업 규제완화 분위기를 틈타 브레이크가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발표한 9월 말 기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지주회사 수는 132개로 작년보다 5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사는 2001년 3개에서 꾸준히 증가해 작년에는 32개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31개로 되레 감소했다. 1년 사이 한라홀딩스 등 3개사가 지주회사로 설립·전환됐지만 한국투자금융·웅진 등 4개사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서 1개사가 줄어든 것.

금융지주사 속속 간판 내려

더구나 향후 금융지주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예정이라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분위기는 더 가라앉을 전망이다.

지주사 132개 중 일반지주회사는 117개, 금융지주회사는 15개다. 이 가운데 씨티, 우리, 산은, SC금융지주 등 4곳이 이달 말부터 금융지주사 체제를 해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씨티금융지주와 씨티은행은 31일 합병한다. 합병은 은행을 존속시키고 지주회사를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 17일에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합병한다. 우리금융지주가 사라지고,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이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우리은행 매각 추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그룹 해체다.

산은금융지주는 내년 1월 1일자로 해체된다.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 합병돼 사라지며, KDB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는 산업은행 밑에 자회사로 들어간다.

SC금융지주는 합병을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6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일본계 금융사인 J트러스트에 매각키로 한 데 이어 지난달 SC펀드서비스를 은행에 합병해 SC증권만 계열사로 남아있다. 조만간 은행과 지주사 간 합병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회장을 뽑은 KB금융도 한동안 윤종규 신임 회장이 행장을 겸임한다. 사실상 지주사가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금융그룹들의 지주사 해체는 저금리기조에 따른 실적악화, 은행장 위에 지주회장이 군림하는 옥상옥 구조 등이 원인이 됐다.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계열사간 밀어주기 관행에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최근 들어 주춤해졌다. 윗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허창수 GS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CNB포토뱅크)

순환출자 고리 여전히 ‘튼튼’

한편 삼성, 현대차그룹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집단은 대부분 금융사를 보유하거나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위해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다.
 
공정위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26개 집단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금융사는 100개였고, 순환출자 고리는 481개에 달했다.
 
‘순환출자’는 ‘지주사 출자’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출자규모를 늘리는 것을 이른다. A계열사가 B계열사에, B계열사가 C계열사, C계열사는 다시 A계열사에 출자하는 식으로 상호 지배하는 구조다.

과거 대부분 재벌그룹들은 계열사를 늘리면서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선호해 왔다. 세무당국의 눈길을 피하는데도 복잡한 출자구조가 유리했다.  

그러다보니 계열사간 수십~수백개의 출자 연결고리가 생겼다. 복잡할수록 세법 적용이 어려웠고 어디까지가 위·편법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계열사간 거래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지경이 돼왔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이 거세자 정부는 경제민주화 주요 과제로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를 도입, 논란 끝에 지난 7월 25일부터 시행했다.

전환 후에도 체제 밖 계열사 수두룩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 대기업집단도 아직 경영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진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이들이 지주회사에 포함시키지 않은 계열사가 평균 12.3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GS(41개)와 대성(32개), CJ(27개) 등이 지주회사 체제 밖에 계열사를 많이 두고 있다.

또 총수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이 높을수록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컸다. 자산총액이 가장 큰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 안에 보유한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총수, 총수일가 지분율은 각각 평균 31.1%, 53.4%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5.65%로 여전히 높았으며, SK(26.01%), CJ(15.27%), LG(14.12%) 순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지주회사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대기업집단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후에도 지주회사 밖에 계열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점은 문제”라며 “아울러 최근 지주사 전환이 더딘 것은 이미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기업들은 다 했고, 남은 기업들은 계열사내 금융사가 있거나 순환출자구조가 복잡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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