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의 주요한 흐름을 사조별로 전시하는 이번 전시는 80년대 한국의 급격한 사회변화를 예술로 담아냈던 민중미술과 부산의 형상미술,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해 온 행동주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인혜학예사가 큐레이팅한 <비판>이라는 섹션에서는 주로 “현실과 발언” 그룹들의 8-90년대 작품들이 대거 출품된다. 특히 목판화 운동의 선구적인 작가였던 故오윤의 <가족>은 작가의 작품중에 흔히 볼 수 없는 대형 유화작품으로 보험 측정 가치가 2억원이 넘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도 선정되었던 이종구의 <속농자천하지대본>(1984년 작)은 농촌에서 비료나 사료로 사용되던 부대종이에 아크릴과 콜라주로 만든 작품이다. 임옥상의 <귀로>나 현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정헌(69)의 <내가 갈아야할 땅>은 8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그리고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이 맡아 진행하는 <참여>라는 섹션에는 80년대 당시 현장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걸게그림과 판화 등 지금은 거의 사료가 남아있지 않은 작품들을 복원하거나 어렵게 남아있는 작품들을 발굴해 전시한다.
마지막으로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가 기획한 <부산경남>섹션에서는 80년대 형상미술 작가군과 더불어 부산지역 현장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故 송주섭의 <世代(얼굴)>, 故 정진윤의 <추락하는 날개-도시>를 비롯해 이태호의 <우리시대의 초상-야구선수>, 허위영, 김난영, 김정호, 박은국, 김성룡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부산민주공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박경효 등이 그린 <현대중공업 투쟁사>와 같은 걸게그림도 출품된다.
특히 90년대 중반에 작고한 故 양호규선생의 비교적 큰 작품 2점도 유족의 협조로 출품된다. 지역의 리얼리즘 작품들은 현재 상당수가 유실되거나 제대로 보존되어 있지 못해 향후 부산경남 지역미술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들 작가의 작품이나 자료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어진다.
한국현대미술의 핵심적인 작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의 현실에서 우수한 전시 콘테츠를 제공하고 관객에게 수준 높은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이번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부산민주공원 등 국공립 미술관 작품과 작가와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의 현대미술에서 리얼리즘 미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지만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199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대적인 민중미술전시를 기획하여 전시하였지만 그 이후 이에 대한 본격적인 전시는 거의 없었다.
이번전시는 영남지역에서 처음으로 리얼리즘 미술을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과 현장에서 활동했던 액티비스트들이 참여하는 최초의 전시이며 부산경남지역의 리얼리즘 미술을 재조명하는 의미있는 전시이다.
참여작가는 <비판> 섹션에 이종구, 노원희, 임옥상, 김정헌, 민정기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강관욱, 김종억, 류연복, 민정기, 신학철, 이명복, 황재형(국립현대미술관소장), 오윤, 이응노(이응노미술관소장),손장섭
<참여> 섹션에 미술패토말(홍성민, 박광수), 광주시각매체연구회, 조선대 미술패, 두렁, 인천 갯꽃, 쏨씨공방
<부산경남>섹션에 안창홍 정진윤, 이태호, 송주섭, 허위영(부산시립미술관 소장), 김난영, 김성룡, 김정호,박은국, 김은곤 작가 작품이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