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은 “영화 내용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는 반면 제작을 주도한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는 “묻힐 뻔한 진실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해경 “작업방해, 고의충돌 말도 안돼”
다이빙벨 이상호 “보이지 않는 손 있다”
개봉 앞두고 해경에 해명 요구 목소리
해경 대변인실 관계자는 20일 CNB에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영화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힐 필요를 못느끼고 있다”며 “해경을 비난하는 개인의견일 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배경이 된 해경 쾌속정이 다이빙벨 작업 중인 바지선에 충돌하는 영화 속 장면에 대해서도 “고의로 충돌한 적이 없다”며 “그 분들 주장대로 엄청난 (해경으로부터) 위협을 느꼈다면 왜 (해경에) 법적대응을 하지 않았겠나. 그들도 그런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법적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경에 대한 불신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4월 16일 이후 현재까지 다이빙벨 논란에 대해 어떠한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는 게 해경의 일관된 태도다.
다이빙벨은 바지선에서 잠수부를 바닷 속으로 이동시켜 물속에서 머물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수중장비다.
세월호 참사 직후 이종인 알파잠수종합기술공사 대표가 JTBC <뉴스9>(4월 18일 방송)에 출연해 “물속에서 20시간 연속 구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해경이 다이빙벨 투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여론이 들끓자 범정부대책본부가 투입을 결정, 지난 4월30일 처음으로 사고 해역에 투입됐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물 밖으로 올라왔으며, 다음날 다시 투입됐지만 역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수색을 못해 실종자 가족분들께 죄송하다”며 “우리가 공을 세웠을 때 기존 수색팀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생각에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다이빙벨은 ‘대국민사기극’의 상징으로까지 비화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8월 7일 이 대표를 인터뷰 한 JTBC <뉴스9>에 대해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벌점 4점)를 결정했다.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2(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2항,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방통위 측은 “사고 해역의 수심이 깊은데다 유속이 빨라 다이빙벨 사용 조건에 맞지 않는데도 ‘20시간 작업이 가능하다’는 JTBC 보도는 유족과 국민에게 정부와 해경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결국 다이빙벨을 투입했지만 구조에 실패, 유족 등에게 더 큰 상처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던 다이빙벨 논란은 이번 다큐 영화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돼 상영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다 지난 6일 영화제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
서병수 부산시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상영에 반대하고 나선 데 이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측도 반발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며 예정대로 상영했다.
여세를 몰아 제작사 측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이날 시사회에는 ‘다이빙벨’ 연출은 맡은 이상호, 안해룡 감독을 비롯해 정지영 감독, 소설가 이외수, 가수 이은미, 배우 문소리, 김어준 등이 참석했다.
이상호 감독(고발뉴스 대표)은 이날 시사회에서 “다이빙벨의 투입을 막고, 다이빙벨을 살인 무기 취급했던, 해경의 구조 실패를 보도하지 못하게 했던 데는 보이지 않은 손이 있다”며 “심해에 잠겨 있던 아이들은 천천히 감압을 하면서 꺼내야 하는데, 애초부터 그런 장비(다이빙벨)를 준비하지 않은 것은 무능을 넘어선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영화는 여러 갈등과 논란 끝에 오는 23일 전국 10여 곳의 극장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 제작사 측은 막판까지 상영관을 한 곳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뛰고 있다.
알파잠수기술공사라는 특정업체를 홍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부터 다이빙벨에 대한 과학적 논증 부족, 정부 측 반론 부재 등 영화는 숱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평가는 관객의 몫이 됐다.
영화감독 공모(45)씨는 “세월호 참사를 활용한 황색저널리즘인지, 총체적 의혹에 휩싸인 세월호 진상규명의 돌파구가 될 지는 관객들의 평가에 달렸다”며 “다이빙벨의 진위여부를 떠나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이런 사태가 초래됐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해경 등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