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기자 | 2014.10.11 16:13:49
(CNB=최원석 기자) “달리고 싶은 마음은 말이나 사람이나 같습니다. 자식 같은 루나를 위해 장애인 운동선수에게 튼튼한 희망의 다리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김영관 조교사.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13세, 은퇴후 제주에서 씨암말로 활동 중)’가 부산·경남 지역 장애인 스포츠 선수를 위해 거액의 성금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김병진)은 한국경마 최단기 700승을 달성한 김영관(54세)조교사가 오는 12일 ‘700승 달성 기념식’에서 포상금과 개인의 기부금등을 모아 총 2500만 원을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이름으로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장호)에 기부한다고 10일 밝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 기부금을 장애를 갖고 있지만 스포츠를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첫 번째 수혜자로 뇌성마비 장애 1급으로 장애인 스포츠 ‘보치아’의 부산 대표선수로 활동 중인 정태호(부산 금곡동·31)씨에게 훈련도구와 생활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뇌성마비 등 중증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인 보치아는 표적구에 가깝게 공을 던지는 쪽이 이기는 경기다.
김영관 조교사와 루나의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을 준비하던 2003년 김 조교사는 루나를 골랐다. 태어나면서부터 인대염으로 두 뒷다리를 저는 말이었다. 그는 “비록 다리를 절었지만 얼굴이 작고 눈이 초롱초롱했다”며 “심폐기능이 뛰어난 말의 특징인 넓은 어깨를 지니고 있어 다리가 불편하다는 결점을 충분히 커버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루나는 2005년 경상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석권하면서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7억570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몸값의 78배다. 루나를 소재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영관 조교사가 경주마 루나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이 경주마가 자신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1976년 기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체중조절 실패로 마필관리사로 전향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자신만의 마필관리 노하우가 있었지만 조교사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관리사로는 자신만의 마필관리철학을 펴기 어려웠다. 수차례 마찰을 빚다 결국 그는 외톨이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2003년 부경경마공원 개장을 앞두고 조교사로 개업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마음껏 펼치게 됐고, 운명처럼 ‘루나’라는 희대의 명마를 만난 것이다. ‘루나’의 이야기가 소문이 나면서 김영관 조교사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김영관 조교사는 이후로 40여마리를 관리하는 스타 조교사가 되었고, 그가 관리하는 말들은 대부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며 최근 700승까지 이어졌다.
김영관 조교사에게 루나는 각별했다. 그는 “눈물이 고일만큼 다리가 아파도, 루나는 어떻게든 결승선을 통과했어요”라며 “신은 하나를 안 주었으면 다른 하나를 반드시 준다. 나는 루나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고, 루나는 나에게 진정한 조교사의 길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내가 받은 루나의 감동이 다름 사람에게도 나눠지길 바란다”며 경주마 ‘루나’이름으로 기부하는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