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회장 “내가 왕이다. 경기도 중단시킬 수 있다”
A경장 “남 회장이 개OO놈, Ⅹ발 등 4~5회 모욕”
인천중부서 “대회관계자·경비요원 등 진술 확보”
8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남 회장은 지난달 21일 오후 7시경 유도 경기가 열린 중구 도원체육관 VIP‧선수 전용 출입구에서 보안요원 등과 언쟁을 벌였다.
당시 남 회장은 일행 5명과 동행하고 있었는데 이들 중 3명은 경기장 출입증이 없는 상태였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소속 보안요원들이 남 회장 일행의 출입을 막아서자 남 회장은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으며 거세게 항의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인천 중부서 소속 A경장은 8일 CNB와 단독인터뷰에서 “남 회장 일행이 비표(출입증) 없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행사진행요원들이 일행을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발생했다”며 “남 회장 일행이 막무가내로 진입을 시도하자 행사요원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출입구 주변에는 2명의 경찰관이 경비 중이었다. 이들은 즉시 출동해 남 회장 일행을 설득했다. A경장은 “(남 회장에게) ‘회장님이 오히려 모범을 보이셔야 한다’며 수차례 설득했지만 (남 회장은) ‘건방진 놈’이라면서 개OO야. Ⅹ발 등 4~5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A경장은 “이 과정에서 남 회장이 ‘여기서는 내가 왕이다. 내가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실랑이는 현장에 있던 유도회 관계자들이 남 회장을 만류하면서 수습됐다.
경찰청은 최근들어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자 전국의 경찰관들에게 모욕죄를 적극 적용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선 경찰은 경찰관에 대한 언어폭력이 발생할 경우 현장체포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A경장은 당시 남 회장을 현장체포하지 않은데 대해 “극심한 모욕감을 느꼈지만 국가적인 축제(아시안게임)가 진행되고 있는 때라 나라 망신이 될까봐 마음을 다스렸다”며 “아시안게임이 끝났으니 조만간 (남 회장을) 정식 형사고발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는 국내·외 선수와 임원, 내·외신 기자들이 있었다. 경찰이 규정대로 남 회장을 체포할 경우 국제적인 망신꺼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A경장은 장애인아시안게임이 끝나는 대로 남 회장을 고발할 예정이다. A경장은 당시 경찰측 현장책임자로서 다른 경관들을 대표해 고발에 나서기로 했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따라서 이르면 이달 말경에 남 회장이 정식 고발될 것으로 보인다.
중부경찰서 측은 A경장을 비롯,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경찰관들과 대회조직위 관계자, 보안요원들의 자필 진술서를 확보한 상태다. 사건 현장에 CCTV가 없어 이들의 진술이 수사의 중요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한체육회와 대한유도회도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남 회장에 대한 징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 규정 제7조 제2항에는 체육회 가맹경기단체와 시도체육회에 소속을 두고 있는 자가 대회 현장에서 선수단의 명예 또는 국가의 위신을 손상한 경우, 선수단 상벌위에서 심의할 수 있으며 대회종료 후에 이 규정을 적용해 체육회에서 징계 심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남 회장은 숙취해소 음료 ‘여명808’을 만드는 (주)그래미의 대표이사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부터 대한유도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2000년 제2회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 대상, 2001년 새천년 으뜸상 대상, 2008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체육계와 재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미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회장님과 동행했던 분들이 고령의 원로 유도인들이었고, 이 분들에게 (남 회장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선의의 의도에서 이런 일이 비롯된 것 같다”며 “실제보다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