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기자 | 2014.10.08 16:33:55
1세대 여성도예가 황종례(87)가 지난 60여년 활동을 조망하는 회고전 '황종례_부드러운 힘'전을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 과천관에서 10월 7일부터 2015년 2월 1일까지 펼친다.
이번 전시는 '부드러운 힘'이라는 주제로 '귀얄'이라는 전통장식무늬를 흙과 불을 통해 현대적이고 회화적으로 확장시킨 황종례의 조형세계를 '단순함, 색을 스미다', '친숙함, 자연을 입다', '생동감, 감정을 불어넣다', '강인함, 시대를 말하다'의 4개 섹션으로 구성하고 196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대표작 100여점을 선보인다.
대학 시절 서양화를 전공한 황종례 도예가는 회화성이 강한 색상의 도자기를 만드는 데 탁월함을 보여왔다. 그의 작품에는 선과 면, 그리고 갈색, 녹색, 노랑 등 색채의 교감이 이뤄진다.
황 작가는 "진정한 우리의 것은 조용하고 운치있고 깊이가 있지요. 중국 도자기처럼 격하고 강하고 화려한 대륙적 감각의 도자기는 정적 문화를 가진 한국인에게는 친숙하지 않고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황종례는 전통과 자연에 맞닿아 있는 색을 발견하고 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전통을 단순히 계승하거나 재현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발현하고 있다.
특히, 전통 귀얄문을 즉흥적이고 운율감 있는 산수(山水)적 표현으로 끌어냄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부드러움과 힘이 공존하고 있는 듯한 낯선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전통에 뿌리를 둔 창작 도예의 외길을 걸으며 '귀얄문' 추상 세계를 자신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로 만들어낸 황 작가는“우리 것을 담아야 하고, 역사성이 있는 도자 문화를 만들어야 우리 것입니다.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작가 양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거든요. 일본에 가면 도자기가 없는 기업이 없어요. 우수한 문화를 가진 나라라야 기업도 성장하고 경제도 살아난다.”고 강조한다.
또한 조선시대 분청사기에 대한 관심 속에서 자신의 도자기 여정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분청사기를 관찰하니 “검소하고도 자연스럽고, 구수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이 오랫동안 보아도 싫증이 안 나고 정이 들었다”며 “꾸밈이 없는 표현, 회화성을 띤 모습에 애정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귀얄문은 돼지털이나 말총을 넓적하게 묶어 만든 풀비인 귀얄로 만든 무늬다. 황 도예가는 “귀얄로 감성을 자유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모양과 색상이 1200도가 넘는 불 속에서 완성돼 나와야 하는 귀얄문의 세계에 푹 빠져서 살다보니 어느덧 선생님으로서의 의무도 넘어섰으니 이제 남은 세월을 귀얄문과 함께 계속 걸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귀얄문은 조형적으로 속도감이 있는가 하면 '정중동'의 숨결이 살아 있는 듯하다. 타원형, 사선으로 빗대는 무늬가 있는가 하면, 가을날 강변에 나부끼는 갈대 같은 문양도 있다. 다채로운 추상적 표현이기에 보는 이에 따라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는 ‘감상의 여백미’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공예부문 전시로 진행되는 '황종례_부드러운 힘'은 한국전통도자의 맥을 이어가며 도자의 새로운 기운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전통분청기법을 응용해 분청사기의 현대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황종례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근현대도자사에서 황종례가가 지니는 위치를 짚어보고 도자문화의 육성과 명맥유지의 필요성을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