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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존재들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박문희·배윤환의 '커버언커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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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기자 |  2014.10.08 15:54:26

▲박문희, 'Some_Animal'. FRP, Acrylic on FRP, 94x265x141cm, 2009.

설치와 회화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각가 매체를 덮고 펼치는 물성의 수사를 독특한 화법으로 부각시킨 두 예술가의 전략이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_과천에 '커버언버커'(CoverUncover)라는 타이틀로 9월 29일 막을 올리고 10월 31일까지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설치작가 박문희는 비예술적인 재료를 사용해 동물이나 꽃, 숲과 같은 다양한 생명체와 유기체를 형성한다.

그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식탁이나 천, 마대걸레와 같이 특별할 것 없는 사물을 비롯해 가발과 인조잔디 등을 작품의 재료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가변적이고 유연한 소재는 무언가를 덮고 포장하는 은폐의 방식으로 오브제의 실루엣을 드러낸다.

유추 가능한 최소한의 외형만 제시하는그의 작업은 생명체의 고유한 형상에 대한 암시를통해 대상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 탐구로 확장된다.

다양한 재료를 덮고 늘어뜨려 만든 이 투박한 덩어리들은 대상에 대한 기성의 정의를 보류하는 동시에 고정 관념과 선입견에 대항하는 새로운 질문들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스페이스K_과천 '커버언버커'(CoverUncover)전 전시전경.

반면 배윤환은 은폐가 아닌 확장을 통해 시각의 범위를 극대화시키는 파노라마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오일 파스텔을 속도감 있게 다루어 무수히 많은 선영(線影)을중첩시키는 묘법이 특징인 그의 소묘는 높이 2m에 폭이 25m에 이르는 대형 화면 위에 펼쳐진다.

한 눈에 보기 힘들 정도로 길게 늘여진 두루마리 형식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배윤환의 회화는 읽으면 읽을 수록 시공간의 개념이 더욱 흐려지는 미궁 속에 빠진다.

여기 저기서 불러모아 작품 속에서 교배한 장면들은 정형에 벗어난 화면 안에 풍부하게 채우고도 아이러니하게도 다 펼치지 못한 채 끝의 일부를 말아 세워둔 종막에서 또 한번 마주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종막은 관람객이 동선을 옮겨야 할 만큼 장대한 화면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반작용을 유도한다.

수많은 표현매체가 범람하는 현대미술에서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장르로 생각될 법도 한그의 충실한 소묘와 치열한 드로잉은 복합적인 서사구조는 물론 캔버스의 한정된 틀을 벗어난 전개 방식으로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배윤환, '날 좀 내버려둬'. oil pastel on paper, 100×70cm, 2012.

이번 2인전에서 박문희는 시각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듯 매체를 덮어버린 역설적 표현을 통해 본질 탐구를 유도하는 반면, 배윤환은 장대하게 펼친 화면을 통해 제한된 시각의 범위를 극적으로 해방시킨다.

덮고 펼치는 상반된 두 방법론은 물성과 담론의 구조를 연결하는 전략 속에 관람객으로 하여금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면서 양립이나 대립관계가 아닌 관념에 도전하고 다채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상응의 관계를 이룬다.

이번 '커버언커버(CoverUncover)'전은 실재와 실체를 확인하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며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존재들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CNB=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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